시시콜콜한 짝사랑 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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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먹고 헤어지기는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밥을 다 먹어갈쯤에 물어봤다.
“밥먹고 맥주 한잔 마시러갈래?”
“그래요”
서비스 많이 준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맥주를 마시러 갔다.
“어쩌죠. 아빠가 이 근처라고 집에 같이 가자고 10시10분까지 나오래요.”
그 애 말을 듣고 시계를 보니 9시40분이었다. 왜 하필이면 오늘같은 날 타이밍이 안맞는걸까.
“어차피 집 같은 방향이니깐 같이 택시타고 가면되는데..”
이대로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서 그럴싸한 변명거리를 말했다.
“맞다. 한번 말해볼게요.”
혹시 하는 기대가 생겼다.
“아빠가 기다린다고 그냥 나오래요..”
역시나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아쉽다.”
“다음엔 제가 밥 살게요!”
“ㅋㅋㅋ 다음에 언제? 내년에?”
“아니요 ㅋㅋㅋ 진짜 다음에 제가 살게요. 오빠 먹고싶은거 생기면.”
“그래? 그럼 다음주에 사줄래?”
“다음주요? 그러죠 뭐.”
문득 핸드폰 바꿀때 사은품으로 받았던 공짜 영화표가 생각났다.
“아 혹시 영화보는거 좋아해?”
“네. 좋아해요!”
“그래? 최근에 무슨 영화봤어?”
“최근엔 영화관을 안가서..”
“나 작년에 핸드폰 바꾸면서 받은 공짜 영화표 아직 안썼는데.”
“그 영화표 쓸데가 왔네요.”
“그럼 다음주에 영화보러 갈래?”
“근데 영화 제가 보여줄려고 했는데..”
“그 날 밥을 너가 사면 되잖아.”
“그러네요 ㅋㅋㅋ”
그러면서 그 애는 ‘지금 하는 영화가 뭐가 있지’ 라며 핸드폰으로 검색했다.
“다음주에 개봉하는거 중에 재밌는 거 있던데 그거 보러가자.”
“무슨 영환데요?”
“어... 갑자기 제목이 기억이 안난다. 집에 가면 찾아서 보내줄게.”
그렇게 10시 10분이 다가왔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소방서가 어디에요? 아빠 거기 계시다는데.”
“내가 데려다 줄게.”
“네! 오빠 오늘 진짜 잘먹었어요. 제가 원래 배가 안나오는데 오늘은 나왔네요.”
“잘 먹었다니 다행이다.”
가게에서 소방서까지의 얼마되지 않는 거리를 걸으면서 갑자기 내 마음을 어느정도 표현해야 될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 알바하면서 너한테 했던 말들 대부분 농담아니고 진심이었는데.”
“아.. 그럼 그 멍청하다고 했던것도..”
알바할때 친해지려고 장난을 많이 치긴 했는데 그런 말들만 기억하고 있을줄은 몰랐다.
“아니 ㅋㅋㅋ 그건 장난이었지”
“아 맞다. 오빠가 줬던 꼬부기 인형 잘 쓰고 있어요. 잘 때 옆에 두고 자면 엄청 편해요.”
“나 뚱이 인형도 있는데.”
“그거 저 준다고 했잖아요. 왜 안줘요.”
“ㅋㅋㅋ 다음주에 영화볼때 줄게.”
“그래요.”
아이처럼 웃는다.
“저 이번주 내내 술약속 있어요.”
“목요일에는 미팅한다고 했나?”
“네. 전 나가기 싫은데 친구들이 저는 꼭 나오라고 해가지고..”
몇주 전 안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너 저번처럼 미팅나가서 연락하는 애 생겼다고 약속 취소하면 안된다.”
“2명은 이미 알던 친구고 한명은 소문이 되게 안좋은 애라는데 이번에는 아마 안그럴거에요.”
많이 불안했지만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말을 돌렸다.
“저번에 사장님이 너한테 소개팅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
“그거 그냥 안할려구요. 전 소개는 받는 건 좀 그래서.”
“그럼 나랑 소개팅할래?”
“오빠랑요? ㅋㅋㅋ”
“왜 나정도면 괜찮은 남잔데. 담배도 안피지, 주변에 여자도 없어서 여자문제로 속썩일일 없지, 술도 별로 안좋아하지, 성격도 좋지.”
깨알같이 자기어필을 했다.
“괜찮은 남자긴 하죠. 담배도 안피고..”
그 애가 들릴듯말듯 나지막히 말했다. 자기가 아는 남자애들중에서 담배안피는 남자 처음본다고 하더니 그게 좀 신기하게 다가왔나보다. 담배 안피는 보람을 이런 곳에서 찾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근데 나 관심없는 여자랑은 밥 같이 안먹어.”
좀 뜬금없는 타이밍에 불쑥 말을 꺼냈다.
“ㅋㅋㅋ영광이네요.”
왠지 장난으로 받아들이는거 같아서 한번 더 말했다.
“진짠데. 난 좋아하는 여자한테만 밥먹자고 그래.”
그 애 표정이 순간 미묘해보였다.
“근데 알바할때는 왜 그랬대.”
“그거야... 너 불편해할까봐 그랬지.”
아무래도 알바할때 내가 장난을 많이 친게 그 애한테는 좋아하는걸로 안느껴졌나보다.
“여기가 소방선데”
이야기하면서 서로 장난도 치다보니 어느새 소방서에 도착했다.
“어 왔다. 오빠 잘가요!!”
아빠 차문을 열고 타기 전에 나한테 웃으면서 인사한다. 나도 웃으면서 인사했다.
그 애가 차를 타고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톡이 왔다.
-잘가요 ㅠㅠ 아빠가 하필 여기서 노셔가지구 같이 들가네요. 오늘 고마웠어요.
-그러게 아쉽다. 나도 집 들어가면 영화보낼게.
-그래요 도착하면 연락해요!
집에 도착해서 저번에 봐둔 영화를 캡쳐해서 보냈다.
-내가 말한거 이거! 코미디 괜찮아?
-그럼요. 재미있겠다.
-그럼 저걸로 볼까? 다음주 수요일에 개봉하니깐 목요일날 볼래?
-네. 그래요! 메가박스에서 볼거죠?
-나 cgv영화푠데
-그럼 cgv로 가요!
-그래 그럼 그 날 영화 보는거다!
뜬금없겠지만 그 날의 카톡은 여기까지였다. 다음 날 아침에 답장이 오긴했지만 얼마 안가 내 카톡은 다시 ‘안읽씹’인 상태로 남았다.
아무런 연락없이 3일이 지났고 그 애와 같이 알바하는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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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현기증날 것같아요.
프리톡을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좋은 결말이 있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