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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 불심으로 대동단결, 혼간지 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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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1-20 09:19:49

안녕하세요 매니아 여러분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래저래 혼자 바쁜 척 하면서 연재가 매우 늦어졌습니다.

아마도 글 작성이 계속 비주기적으로 이뤄질 것 같은데 그 점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1.들어가며

 

<게임 "쇼군 토탈워"의 혼간지 병사. 무섭다>

 

막부의 정점이었던 쇼군 아시카가 요시아키, 천하를 노렸던 이마가와 요시모토, 명문 아사쿠라 가문의 아사쿠라 요시카게와 그의 동맹 아자이 나가마사,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두 명장 다케다 신겐우에스기 겐신, 그리고 서쪽의 거대세력이었던 모리가문까지. ‘천하포무(天下布武)’의 기치를 내걸고 세력을 확장하던 오다 노부나가의 엄청난 대립 상대들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노부나가를 가장 힘겹게 했던 적은 이런 거대한 다이묘들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스님들과 그 신도들이었는데요.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철저하게 노부나가를 괴롭혔던 정토진종 교단. 그리고 그들의 정점이었던 혼간지 켄뇨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2.정토진종이란?

 

<이시야마 혼간지 복원 모형>

 

정토진종(浄土真宗)은 불교의 한 종파입니다. 이 정토진종을 외부에서는 일향종(一向宗)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일향종을 믿는 집단이 조직화되어 형성된 종교적 자치조직을 잇코슈(一向衆)라고 했고요. 잇코슈, 그리고 이 잇코슈들이 일으킨 무장봉기는 잇코잇키(一向一揆)라고 합니다.*

 

이들 잇코슈들은 일본의 전국 각지에서 세력을 떨쳤고, 여러 다이묘들과 대립했습니다. 1488년 카가에서는 잇코잇키의 결과 그 지방을 다스리던 슈고 다이묘가 자결하고, 카가는 아예 잇코슈가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후일 쇼군이 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시 이 잇코잇키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됐으며, 많은 가신들이 곁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우에스기 겐신이 크게 대립했던 상대도 잇코슈였고요.

 

그리고 이들 잇코슈의 정점이 바로 정토진종의 총본산이었던 이시야마 혼간지(本願寺)의 종주였고, 켄뇨는 이 정토진종의 11대 종주였습니다. 이미 전국 각지에 혼간지를 세우고 영향을 끼치던 정토진종의 종주로서 켄뇨는 하나의 센고쿠 다이묘와 같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잇코슈와 잇코잇키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지만,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3.불적 노부나가와의 전쟁

 

처음 노부나가가 상경했을 당시까지만 해도 켄뇨는 대립하지 않았습니다. 노부나가를 찾아가 인사를 올림과 동시에 군자금도 바쳤으니까요. 그러나 노부나가는 거대화된 혼간지 세력을 제압하고자 했습니다. 이에 노부나가는 켄뇨에게 신자들의 동향을 의무적으로 보고할 것과 신도들에게 명령을 내릴 때 사전에 허가를 받을 것, 다이묘들과의 교섭 금지 등을 요구하며 혼간지 세력을 압박했습니다. 여기에 정토진종의 본산인 이시야마 혼간지를 넘기라는 요구까지 하게 됩니다.

 

이런 노부나가의 요구를 켄뇨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켄뇨는 노부나가를 불적(佛敵)’으로 규정하고 항쟁에 돌입했으며 혼간지 신도들은 일제히 무력 봉기를 일으켰습니다. 각지에서 잇코잇키가 일어나면서 오다 세력을 공격했고, 성을 함락시키는 등 노부나가를 괴롭혔습니다. 쇼군의 요청에 아사쿠라-아자이 등과 함께 포위망의 한축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더해서 켄뇨는 노부나가와 대립하던 서쪽의 거대세력인 모리 가문, 그리고 자신과 동서지간이었던 다케다 신겐과 연계하여 노부나가를 압박해갔습니다.

 

그러나 다케다 신겐의 급사 이후 포위망의 한 축이 붕괴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쇼군이 축출되었고 동맹 세력이었던 아사쿠라, 그리고 아자이 세력이 멸망한 것입니다. 그리고 혼간지에 대한 노부나가의 공략 또한 시작됐습니다. 먼저 이세 나가시마의 혼간지가 포위당했습니다. 육해 양면에서의 공격으로 나가시마 혼간지를 무너트린 노부나가는 농성하고 있던 2만 명의 잇키 모두를 사살하고 절을 불태웠습니다.에치젠, 그리고 카가 방면에서의 잇코잇키 역시 점차 힘을 잃어갔습니다. 켄뇨는 노부나가를 견제하기 위해 자신의 수하를 카가 슈고다이로 임명하여 파견했지만, 도리어 폭정으로 민심을 잃고 카가에서의 세력도 빼앗기게 됐습니다.

 

<사골처럼 다시 쓰는 2차 포위망 그림>

 

물론 본산이었던 이시야마 혼간지*는 그 명성만큼 엄청난 농성에 성공하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던 이시야마 혼간지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는데요. 여기에 서쪽의 거대 세력 모리와 용병 집단이었던 네고로슈, 그리고 사이카슈 등이 혼간지를 지원하면서 이시야마 전투는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이시야마 혼간지는 불타 없어졌고, 그 터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사카성을 축성했습니다.

 

 

4.불적과 화친하다

 

<켄뇨의 초상화>

 

강대했던 모리의 수군이 오다의 수군에 결국 패하고 해로가 막혔습니다. 여기에 혼간지 세력을 적극적으로 돕던 네고로슈와 사이카슈 역시 노부나가에 패하고 항복했고요. 이렇게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켄뇨는 아라키 무라시게의 반란을 틈타 여전히 노부나가와 대립했지만, 무라시게의 반란 역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켄뇨가 선택할 길은 앙숙과도 같은 불적, 노부나가와의 화친이었습니다.결국 1580, 켄뇨는 조정에 노부나가와의 중재를 청했고, 노부나가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두 거대한 세력은 10년 만에 긴 항쟁을 끝내게 됩니다. 그리고 켄뇨는 자신의 장남인 교뇨에게 법주의 자리와 이시야마를 물려준 뒤 그곳을 떠났습니다.

 

한편 아버지의 뒤를 이은 교뇨는 이미 항복을 한 상태에서도 항전을 부르짖으며 농성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분노한 아버지 켄뇨는 교뇨와의 부자의 연도 끊게 되었고요. 노부나가 사후에 아들과 화친하긴 했지만 여전히 혼간지 내부에는 갈등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켄뇨가 세상을 뜨고나서 이 갈등은 결국 혼간지의 분열로 이어지게 됩니다.

 

 

5.마치며

 

<게임 "노부나가의 야망 : 대지"의 켄뇨>

 

혼간지 세력의 강대함에는 물론 정토진종 특유의 강한 종교적 신념이 작용했을 겁니다. 사실 이런 종교적 신념 뿐 아니라 각종 신념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매우 두려운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신념만으로 무장한 세력이 노부나가라는 희대의 명장과 그가 이끄는 당대 최강의 세력을 상대로 10년 이상 항쟁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켄뇨의 지도력이 빛이 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특히 외교 분야에서 켄뇨의 능력이 돋보였다 할 수 있는데요. 오다 세력을 압박하기 위해 철전치 원수와 같던 아사쿠라 가문, 그리고 나가오 가문(우에스기 겐신)과의 연대를 이끌어낸 것이 돋보였습니다. 물론 내부적으로 신도들을 다스리는데도 성공했고요. 노부나가와의 항전을 주장하는 많은 신도들에게 노부나가의 참혹함과 신도들의 고생을 언급하며 설득하는 등 인간적인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이후 나타날 분열은 막지 못했습니다. 켄뇨 사후 3남인 준뇨가 법주가 되었지만 여전히 강경파였던 장남 교뇨와 그 일당들은 결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교뇨 세력이 독립해서 히가시() 혼간지*를 세우게 됩니다.* 재밌는 것은 결국 메이지 유신으로 센고쿠 시대를 호령했던 다이묘 세력들은 모두 쇠퇴했지만, 이 양 대 혼간지는 여전히 일본의 대교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두 곳 모두 관광지로서도 인기가 높고 말이죠. 나중에 교토에 여행을 가시게 되면 한 번 쯤 들려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존재하던 혼간지는 니시 혼간지라고 합니다. 

*이 분열 과정에 혼간지의 세력을 두려워한 도쿠가와 막부가 개입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P.S-언제일지는 모르나 다음 글은 정말 소원과 관련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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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8-01-20 09:22:06

잇코슈와 잇쇼잇키는 저의 특별편에서 조만간 다룰 예정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불심으로 대동단결.. 오랜만에 떠오르네요

대통령 선거에 나오신 후보분의 캐치프레이즈 였던것 같은데

WR
2018-01-20 14:07:15

굉장히 어려운 내용이실텐데... 화이팅이십니다
2002년 대선 때 쓰인 캐치프레이즈죠 흐흐

1
2018-01-20 10:41:09

깨알같은 고베의 코비 브라이언트
잘 읽었습니다!

WR
2018-01-20 14:07:53

감사합니다 직접 매니아용으로 만든거 자랑해보려고 코비를 넣었죠

1
2018-01-20 11:58:11

다음 글은 야마나카 시카노스케겠군요 소원이면

WR
2018-01-20 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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