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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위해 처자식을 버린 남자, 아라키 무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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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11:16:45

메리 크리스마스

 

다들 크리스마스 연휴는 잘 보내고 계신지요

저도 오늘은 감기가 좀 나아서 나가보려 합니다.

사람들한테 옮기지 말아야할텐데 말이죠

그럼 연휴의 마지막 날이자, 크리스마스 때 심심할 때 보시라고 글 하나 올리고 갑니다.

 

-지역 소개

https://yagumania.com/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3154715&sca=&sfl=mb_id%2C1&stx=ericky1004

 

-전국 시대 연표

https://yagumania.com/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3170084&sca=&sfl=mb_id%2C1&stx=ericky1004

 

 

1.들어가며

 

역사라는 분야에 대해서 역사는 덕후의 전유물해석의 학문이라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어떠한 기록, 또는 누군가의 행적에 대해서 관점에 따라 평가가 매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록이 없으면 없다는 이유 때문에, 또는 많으면 너무 많다는 이유 때문에 해석이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이에 역사 관련 공부를 하다보면 논문을 쓸 때, 하다못해 과제를 할 때도 와 이건 나로선 감당이 안 될 듯....’하고 멘붕이 올 때도 많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만큼 이 글을 시작하면서 와 감당 안 된다.’라는 생각에 겁을 먹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이 바로 이런 다양한 해석들의 시그니쳐와 같은 존재입니다. 또한 많은 최신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어 이 사람을 주제로 선택한 저를 오랜만에 두려움에 떨게 하는 존재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리석은 멍청이로, 누군가에게는 가족들을 버린 쓰레기로, 또 누군가에게는 천하를 노려본 사람으로 평가받는 오늘의 주인공은, ‘길가에 널린 똥이자 아리오카성주 아라키 무라시게입니다.

 

 

2.이케다 가신 시대

 

<게임 "노부나가의 야망 : 대지"의 무라시게. 탐욕보소>

 

아라키 무라시게는 처음에는 셋쓰* 이케다성의 성주였던 이케다 카츠마사의 가신이었습니다. 이케다 카츠마사는 이케다 씨의 전 당주였던 나가마사의 아들은 아니었지만, 문무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당주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무라시게는 전 당주였던 나가마사의 딸과 혼인한 이케다 가문의 일문이었습니다.

 

*셋쓰(摂津) : 현재의 오사카 시를 포함한 오사카 부의 북부와 고베 일부를 포함한 효고현 남동부에 위치했던 쿠니

 

원래 이케다 가문은 셋쓰 일대를 지배했던 대영주인 미요시 나가요시*를 따랐습니다. 그러나 미요시 나가요시가 병으로 이른 나이에 죽고, 미요시 가문이 급속도로 약해지는 등 혼란을 겪자 이케다 카츠마사는 당시 미요시를 이끌던 미요시 삼인방, 그리고 마츠나가 히사히데 등과 대립합니다.

 

*위 링크 연표 내 위키 참고

 

그리고 1568, 오다 노부나가가 쇼군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받들고 상락을 진행했습니다. 상락의 결과로 아시카가 요시아키는 무로마치 막부의 15대 쇼군이 됐으며, 노부나가에게 무라시게의 주군이었던 카츠마사 역시 오다군에 항복합니다. 카츠마사의 능력, 그리고 군사력 등을 인정한 노부나가는 카츠마사를 다른 두 명*과 함께 셋쓰의 지배를 맡도록 지시했습니다.*

 

*이타미 치카오키와다 코레마사

*셋쓰 세 슈고(수호守護)라고 함슈고는 막부에서 파견한 지방관직. 

 

2년 뒤, 오다 노부나가는 이전부터 자신과 대립했던 아사쿠라 가문을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이 아사쿠라 공략에서 노부나가는 동맹이자 매제였던 아자이 나가마사에 의해 후방을 공격받게 됐고, 급히 탈출해야만 했습니다.* 이 퇴각 과정에서 무라시게의 주군, 카츠마사는 아케치 미츠히데, 그리고 키노시타 히데요시* 등과 후방을 맡아 큰 공을 세웠습니다.

 

*카네가사키 전투, 전편 아자이 나가마사 편 참고

https://yagumania.com/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3172849&page=5

*후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 전투의 결과로 오다의 키나이의 대한 지배력은 전보다 약해졌습니다. 노부나가에 의해 패하고 항복했던 미요시 삼인방 등은 다시 노부나가를 배반하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미요시 삼인방은 셋쓰의 강력한 적인 이케다 가문에 대해 조략을 시작했습니다.

 

조략의 대상이 바로 아라키 무라시게였습니다. 이 조략을 받아들인 무라시게는 자신의 장인이었던 이케다 나가마사의 장남, 이케다 토모마사와 함께 미요시가로 배반하고 카츠마사를 쫓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혼란을 틈타 이케다 가문을 장악하는데 성공합니다.

 

 

3.오다군의 대장이 되다

 

사실상 이케다 집안을 지배한 아라키 무라시게는 셋쓰에서 그 세력권을 계속 확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무라시게는 엄청난 결단을 내렸습니다. 바로 오다 노부나가를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이 무라시게의 능력과 성격을 맘에 들어 한* 노부나가는* 무라시게를 가신으로 삼았습니다.

 

<떡 먹는 무라시게>

 

*일설에 의하면 노부나가는 무라시게를 만난 자리에서 칼끝에 만두를 여러 개 꽂아 무라시게에게 먹어봐라명했다고 합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긴장한 것과 달리 무라시게는 쿨하게 감사히 먹겠다.”며 그 만두를 먹었고, 이 모습을 본 노부나가는 크게 웃으며 무라시게에게 셋쓰를 맡겼다고 합니다.

*노부나가는 성격 독특한 사람들을 좋아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전국 4대 병X으로 불리는 모리 나가요시, 호소카와 다다오키 같은 막장(리얼 인성 쓰레기)들을 중용하거나 정말로 아끼기도 했고요. 본인이 어릴 적에 워낙 특이해서인가...

 

그리고 무라시게는 노부나가의 가신으로서 활약합니다. 노부나가가 쇼군을 공격한 때에도 공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 전투의 결과로 쇼군의 편에 섰던 자신의 옛 주군 이케다 토모마사 또한 노부나가에게 항복했습니다. 노부나가는 주군이었던 토모마사를 오히려 무라시게의 가신으로 삼았습니다. 사실상 셋쓰의 대장이 된 무라시게. 1574년에는 셋쓰의 이타미성도 함락시키면서 셋쓰 1국을 다스리는 영주로 성장했습니다. 노부나가의 총애를 받는 가신이 된 것입니다.

 

 

4.모반

 

<드라마 "군사 칸베에"의 무라시게. 멘붕 연기의 일인자였음>

 

157810. 무라시게가 노부나가에게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중용되고 신뢰받던 1국의 영주가 자신에게 반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노부나가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이에 익히 알려진 본인의 화끈한 성격과는 달리 무라시게에게 총 네 번에 걸쳐 사신을 보내 무라시게를 설득하려 했습니다.

 

한편 반란의 이유에 대해선 두려움 설, 원한 설, 혼간지에 의한 조략설, 점점 오다 가문 내에서 입지를 잃어가고 있던 자신의 처지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 등 엄청나게 다양한 설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군사 칸베에>에서도 무라시게가 점점 멘붕해가는 과정이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반란의 이유야 어찌됐건 처음 반란을 일으킨 후에 무라시게는 세 번이나 계속된 노부나가의 설득에 뜻을 바꾸고 노부나가에게 항복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들렸던 성에서, 나카가와 키요히데라는 가신이 무라시게에게 노부나가는 부하에게 한 번 의심을 가지면 언젠간 반드시 멸합니다.”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이 말에 마음을 되돌린 무라시게. 결국 반란의 뜻을 확고히 합니다. 여전히 무라시게에 대해 기회를 주고 싶었던 노부나가. 결국 마지막 사자로 무라시게의 친구였던 구로다 요시타카*를 사자로 파견했습니다. 그러나 맘을 정했던 무라시게는 요시타카를 토굴에 감금해버리고 항전을 결정합니다.

 

*구로다 요시타카 : 간베에라는 이름으로 유명함. NHK 사극 군사 칸베에의 주인공.

 

이후 무라시게는 무려 1년 간 오다 군의 공세에 농성으로 대응했습니다. 철저한 항전을 벌였지만 점차 무라시게에게 싸울 것을 진언했던 나카가와 키요히데(!!!!), 그리고 다카야마 우콘* 등을 포함한 여러 주요 가신들이 노부나가 측으로 배반했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부나가 군을 격파했지만 점차 병량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대하던 모리가문의 원군 역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카야마 우콘 : 유명한 크리스천 영주.

 

궁지에 몰린 무라시게는 자신의 거성이었던 아리오카성을 포기하고 장남 무라츠구가 지키던 아마가사키성에서 도망갔고, 아리오카성에 거주하던 자신과 가신들의 처자식이 인질로 잡히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부나가는 무라시게에게 너만 죽으면 인질들은 모두 살려주겠다.”는 마지막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무라시게는 이 제안을 거절하고, 또 다시 하나쿠마성으로 도망쳤습니다. 하나쿠마성마저 공격 받자 마지막에는 보물과 함께 모리 가문의 영지였던 아키로 도망을 쳤습니다.

 

무라시게가 내린 무책임한 결정은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먼저 아리오카성 내에 있던 122명의 여자들이 총과 칼에 무참히 살해됐고, 무라시게의 친족과 부인을 포함한 중신들의 가족 36명은 조리돌림까지 당한 끝에 참수됐습니다. 노부나가는 아라키 일족을 찾아내는 즉시 죽였습니다. 그리고 고야산의 절에서 자신들에게 도망쳐온 무라시게의 가신들을 보호하다가 노부나가의 가신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전국에 있던 고야산의 승려 500 명도 참살하는 등 잔혹한 처우가 이어졌습니다.

 

 

 

5.똥이 된 성주

 

혼노지의 변으로 노부나가가 횡사하고 난 후 어떤 사람이 사카이에 나타납니다. 이 사람의 이름은 도쿤(道薫), 길가에 널부러진 똥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이런 괴상망측한 이름을 쓰는 사람은 바로 아라키 무라시게였습니다.

 

처자를 버리고 도주했던 자신의 과거를 조소하는 이름을 짓고, 무라시게 아니 도쿤은 다인이 되어 활동했습니다. 센노 리큐와 관계를 맺었고, 이후 리큐의 제자로 다도를 배워 리큐 십철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도쿤을 히데요시는 자신의 말벗으로 삼고, 과거의 잘못 역시 용서하면서 이름 역시 똥이라는 의미의 도쿤(道薫)에서 길가의 향기라는 이름의 도쿤(道糞)으로 바꾸게 하였습니다. 물론 똥일 때도 향기일 때도 도쿤의 특이한 행보는 반복됐습니다. 자신이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었던 당시, 자신을 배반했던 다카야마 우콘의 영향으로 도쿤은 크리스천에 대해 큰 반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쿤은 히데요시의 부하였던 고니시 유키나가, 그리고 다카야마 우콘 등을 참소했다가 히데요시의 노여움을 샀고 오랜 기간 접견을 허락받지 못하게 됩니다. 여기에 히데요시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히데요시를 뒤에서 까다가 들키기도 하고요. 하여튼 특이한 행보를 이어가던 기인, 무라시게 a.k.a 도쿤은 결국 52세의 나이로 죽게 됩니다.

 

 

5.마치며

 

<아라키의 이름이 붙은 찻잔. 아라키 고려>

 

무라시게의 특이한 소울에는 어떤 예체능적인 감각이 함께 했던 것 같습니다. 에도시대 초기의 화가로 우키요에의 시조로 알려진 이와사 마타베에는 무라시게의 자손(특히 막내아들 또는 손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라키류권법이라는 무술에서의 권법의 창시자 역시 무라시게의 손자라고 하고요. 또한 무라시게가 생전 아꼈던 아라키고려(荒木高麗)라는 명기는 현재 도쿠가와 미술관에서 소장 중입니다. 그리고 다도인으로서도 리큐의 인정을 받을 정도였으니 풍류에서도 감각이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무라시게의 반란 또한 무턱대고 시작한 반란은 아닐 것입니다. 당시 노부나가는 서쪽전선에서 모리, 그리고 혼간지라는 두 거대 세력과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노부나가의 중신들 중에 아케치 미츠히데는 셋쓰 북쪽의 탄바를 공략하고 있었으며 하시바 히데요시는 셋쓰 서쪽의 하리마에서 모리와 대치중인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하리마에서는 하리마 내 최대 세력이었던 벳쇼 가문이 노부나가를 등지고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여기에 무라시게가 가담하는 경우, 모리-벳쇼-아라키-혼간지로 이어지는 포위망이 생기는 셈이었고, 히데요시가 이끄는 대모리군은 적에 포위되는 셈이었으며, 탄바를 공략 중이던 미츠히데에게도 중요한 거점이 적에 의해 지배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모리 가문에는 쇼군이었던 아시카가 요시아키도 있는 상황. 반란이 성공한다면 천하를 자신이 갖지는 못해도 기여만큼은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아래 세력도 참고)

 

 

이 세력도 이거 구글 지도에서 히메지 검색해서 직접 만든 겁니다

 

물론 현실은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계획은 거창해도 시행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항상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이 과정에서 무라시게는 난관을 타개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능력, 그리고 운의 문제이니 비판받을 부분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 저와 같이 그 행보에 대해 후세 사람들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죠. 하지만무라시게는 인간으로서 지킬 수 있는 도리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처자식들을 버리고 도망갔던 무라시게... 그의 능력등에 대해선 재평가될 수 있지만 인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오래도록 재평가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니 재평가가 되겠죠. 점점 더 나쁜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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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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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11:31:26

칸베에에서 낭인으로 나와서 개천에서 용난줄 알았었는데 원래도 꽤나 라인이 있는 똥이셨군요. 잘 읽었습니다.

WR
2017-12-25 12:29:51

간베에와 무라시게, 둘의 인연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런 설정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전국시대의 전형적인 하극상 무사이고, 정말 좋은 커리어를 쌓았는데 한순간에 몰락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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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12-25 13:46:31

 크리스마스에도 열일하시는 군요.  덕분에 아라키 무라시게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습니다.   뭔가.. 정말 호소카와 타다오키도 기분판대, 이 사람까지 안고(?)간 오다 노부나가도 참..  

1
2017-12-25 11:37:30

돌아이가 돌아이를 알아본다고..

WR
2017-12-25 12:32:32

젊었을 적 마에다 도시이에 좋아했던 것도 그렇고. 특이한건 정말 좋아했나봐요 이래저래.

WR
1
2017-12-25 12:31:32

감사합니다
좋게 말해서 기분파지, 타다오키는 정말 문자 그대로 미친자죠 그래서 큐슈편의 첫 주인공으로 내정했습니다. 응?

2
2017-12-25 12:49:09

올려주신 재미있는 글들을 보며
스팀 라이브러리에 처박혀있는
노부나가의 야망을 설치할까말까 고민중입니다.

기슈 근처에서 시작하면
저놈은 반드시 목을 베고 해야겠네요

WR
2017-12-25 13:06:09

감사합니다
이번 대지가 평은 나쁜데 일러는 진짜 잘 뽑혔고, 창조 PK는 명작이니 해보셔도 좋겠네요 흐흐. 무라시게 인성은 저래먹었어도 능력치가 좋아서 미요시 에이스입니다 물론 신장시리즈는 참수 플레이가 제 맛...

2017-12-25 13:47:12

대지도 pk나오면 창조 PK같은 게임이 될 싹이 보이려나요..

2017-12-25 14:53:02

PK가 정식판이죠..코에이 겜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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