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말 크로포드, 최고의 현실적인 선택
7
3902
2012-07-08 03:43:29
여느 팀들과 마찬가지로 LA 클리퍼스 역시 오프 시즌을 통한 전력 보강에 한창이다. 현재까지 들려오는 루머들 중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들은 천시 빌럽스와의 재계약, 그리고 full MLE를 이용한 자말 크로포드 영입이다.
빌럽스의 경우, 크리스 폴이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계약이다. 폴은 코트 안에서 만큼이나 코트 밖에서의 도움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함께 팀을 이끌어 갈 베테랑 리더로서의 가치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며, 팀에 반드시 필요한 퍼즐이라 여기고 있다는 후문. 어린 선수들이 많은 클리퍼스이기에, 나 역시 빌럽스의 존재는 분명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또 한 명. 클리퍼스의 오프 시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MLE의 주인공은 자말 크로포드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휴스턴 로케츠가 FA로 풀어버린 코트니 리의 합류를 강력하게 원하지만, 크로포드 역시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빌럽스를 대체할 주전 슈팅 가드 vs 팀의 변속 기어가 되어줄 키 식스맨
클리퍼스가 MLE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의 여부가 중요했던 이유는 크리스 폴의 잔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한 수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MLE를 즉시 전력감인 동시에 훗날을 기약할 수 있는 장기적인 활용이 가능한 유닛을 영입하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빌럽스를 대체할 수 있는 주전 슈팅 가드를 영입하는데 사용하기를 바랐다.
이런 측면에서 코트니 리는 단연 최고의 선택이었다. 클리퍼스가 필요로 하는 디펜더로서의 가치, 성숙한 마인드, 절제되고 안정적인 플레이 스타일, 서서히 전성기로 접어드는 연령대까지.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선수다. 비단 이번 시즌 FA들을 넘어서, 리그 전체를 통틀어봐도 이만큼 어울리는 퍼즐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리가 데뷔하던 2008년 드래프트 당시부터 폴과 리가 백 코트를 이루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클리퍼스는 주전 슈팅가드가 아닌, 팀의 변속 기어가 되어줄 키 식스맨을 영입하기로 결정한 듯 하다. 이는 빌럽스가 최소한 1년은 주전 슈팅가드로서 충분히 활약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빌럽스를 100% 신뢰한다면, 그래서 벤치 멤버로서 팀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를 노린 것이라면 자말 크로포드 역시 훌륭한 선택이다.
아니, 원하는 바가 키 식스맨이라면 되레 리보다 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 자말 크로포드, 클리퍼스에 필요한 선수인가?
크로포드가 키 식스맨으로 활약할 것이라는 단서를 붙인다면 단연코 Yes다. 크로포드는 득점 쟁탈전이 펼쳐지거나, 가속 기어를 넣으며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할 상황에서 투입되는 벤치 몹으로서 클리퍼스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해낼 수 있는 선수다.
크로포드는 클리퍼스가 접근 중이라 알려진 윙맨들(리, 크로포드, 영) 중 가장 훌륭한 볼 핸들러다. 스킬적인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플로어를 이끌어 가는 능력에서도 가장 우위를 점하는 선수다. 직접 볼을 가지고 공격을 즐기는 선수인지라 볼 호그라는 낙인이 찍히긴 했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은근히 어시스트를 찔러 넣을 줄도 아는 선수다. 패서로서의 능력에서도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뜻. 에릭 블레드소의 미흡한 리딩 능력을 커버해줄 수 있고, 클러치 타임에 폴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선수로서도 활용 가능하다. 실제로 세 선수들 중 가장 높은 (그것도 꽤 큰 차이로) 평균 어시스트 수치를 기록 중인 선수가 바로 크로포드다 (생애 통산 평균 어시스트 :: 크로포드 3.9개 , 리 1.4개, 영 0.9개).
리만큼 훌륭한 팀 디펜더라 할 수는 없지만, 1:1 디펜더로서는 특별한 부족함이 없는 수비수이기도 하다. 매 경기 1개 이상의 스틸은 꼬박꼬박 얻어내는 선수이며, 퍼리미터 압박 능력도 평균 수준은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리바운더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 또한 터프한 상대를 막아서기엔 근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허나 이 역시 그에게 식스맨이라는 단서를 붙이면 큰 흠이라 할 수 없는 부분 (아무리 생각해봐도 빌럽스의 어깨가 무겁다).
득점원으로서의 가치는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다. 순간 폭발력으로는 리그 내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이며, 코트 전방위에서 던져대는 슈팅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무엇보다 클리퍼스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슬래셔로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 슬래셔로서의 가치 역시 리, 영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크로포드의 강점. 특히 파울을 얻어내는 능력은 비교 불가 수준이며, 자유투 성공률은 지난 시즌 리그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92.7%) 안정적인 선수. 직접 볼을 가지고 득점 찬스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수가 폴 이외에는 전무한 클리퍼스이기에 (블레드소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크로포드의 공격 공헌도는 제법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 자말 크로포드, 최고의 현실적인 선택
결국 리vs크로포드의 선택은 서두에 언급했듯 미래의 주전 슈팅 가드를 영입하느냐 vs 오늘의 키 식스맨을 영입하느냐라는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전자를 기대했으나 클리퍼스는 후자를 선택한 듯 하다. 왜? 클리퍼스 보드진이 나보다 선수 보는 눈이 떨어져서?
뭐...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하하하;;;), 정확히 보자면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선택이라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올 해의 오프 시즌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뜨겁게 돌아가고 있다. 영의 경우만 하더라도 (비록 1년 계약이긴 하지만) 6m의 오퍼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클리퍼스가 영에게 제시할 수 있는 최고 연봉은 연간 4.4m이다. 애초에 붙잡기 힘든 선수였던 것이다. 리 역시 마찬가지. full MLE 정도로 리를 붙잡을 수 있을까? 리는 영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받았지, 결코 그보다 박한 평가를 받을 선수는 아니다.
결국 클리퍼스는 full MLE를 통해 붙잡을 수 있는 + 클리퍼스의 브랜드 파워로 영입 가능한 선수들의 리스트를 추려냈을 테고, 아마 그 리스트의 최상단에 크로포드의 이름이 있었던 게 아닐까. 만약 내가 같은 조건의 리스트를 추려냈다 하더라도, 아마 크로포드의 이름이 최상단에 위치할 것 같다.
물론 32살의, 서서히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노장 가드에게 다년의 full MLE 계약을 안겨준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정확한 계약 조건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허나 클리퍼스는 당장이 급한 팀이다. 크리스 폴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 1분 1초를 허투루 쓸 수 없다. 미래의 주전 슈팅 가드 문제는 라마 오덤, 라이언 곰스, 캐론 버틀러 등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오직 다음 시즌에 올 인 하기로 포커스를 맞춘 듯 보인다. 과연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의도 자체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자말 크로포드. 그는 분명 100점 만점 짜리 퍼즐은 아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크로포드는 클리퍼스에게 허락된 최고의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p.s :: 크리스 폴 – 자네로 파고의 백 코트 라인업을 기억하는가? 개인적으로 폴의 파트너들 중 가장 재미있는 그림을 만들어 냈던 선수로 파고를 꼽는다. 크로포드와의 조합이 비슷한 재미를 줄 지도?
이 게시물은 Yu-Na KIM님에 의해 2012-07-08 06:21:31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