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 셀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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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8 21:05:08
들어가는 글
진작에 올렸어야 했던 글인데 많이 늦었습니다.
감정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고질적인 어깨부상을 달고 있으면서도
묵묵히 인사이드에서 싸운 퍽을 잊어야 했고,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팀 전술에
어떻게든 끼워맞추려 발버둥 쳤던 네이트를 잊어야 했으며,
이번 시즌 유독 진지한 눈빛과 자세로
경기에 임하던 퀴즈의 모습을 잊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트레이드를 올바르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이런 감정적인 잔재들을 최대한 덜어내고 보아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 트레이드는 간단하게 말하면
퍽 한명을 가지고,
3번 구멍을 채웠음과 동시에
준수한 빅맨 한명을 덤으로 가지고 온 것입니다.
네이트는 연봉에 맞추기 위함이었으며,
얼덴과 퀴즈 그리고 하랑고디는 별개의 것으로 보는 것이 옳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이 트레이드는 아주 바보같은 트레이드입니다.
단점을 없애기 위해서
장점을 깍아낸 것이거든요.
보스턴의 가장 큰 장점은 인사이드의 높이가 아닙니다.
인사이드의 파워와 깊이입니다.
하워드, 바이넘, 지난 시즌 클블의 샤크에 이르기까지...
불도저와 같은 상대 인사이더들을 상대로 48분간 매치업시킬 수 있었습니다.
역설적으로는 저런 빅맨들을 가지지 못한 팀들은
보스턴을 상대로 고민이 클 수 밖에 없었던 것이구요.
코비가 이 트레이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은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결국 이 트레이드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는
위와 같은 어리석은 행동을 할 만큼 가치가 있었느냐에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포지의 향수와 그린....
많은 분들이 그린의 영입을 보시면서 포지를 떠올리고 계시고,
또 자연스럽게 07-08당시의 스몰라인업을 그리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3번과 4번을 함께 뛸 수 있으며,
3점 슈팅 능력을 소유한 포워드의 존재... 07-08당시의 포지, 그리고 이번 시즌의 그린이 바로 그런 존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07-08당시 스몰라인업에서의 런앤건 오펜스... 멋진 그림입니다.
보스턴이 항상 공격에서 정체가 생길 경우, 마지막 히든카드로서 맹위를 떨치던 훌륭한 전술이었구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전술이 멋진 전술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가 중요한 문제죠. 우선 07-08당시로 시계를 돌려보죠.
당시 이 전술이 위력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몇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첫째, 하우스-레이-피어스로 이어지는 퍼러미터 라인업.
이 3명은 캐치 앤 슛이 가능했고, 또한 오프 더 볼 무브 플레이가 좋은 선수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째, 가넷의 존재.
리그 최고 수준은 아닐지라도 달려줄 수 있는 기동성을 갖추고 있었으며, 하프코트 상황에서는 페인트존에서 득점을 올려줄 수 있었고, 보드 싸움 또한 훌륭히 해줄 수 있었습니다. 셋째, 포지의 존재.
많은 팀에서 스몰라인업이 실패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수비에서 미스매치 때문에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포지의 존재는 이 위험성을 최소화 시켜주었습니다. 비록 그가 4번 포지션에서는 아주 제한적인 수비수였지만,
어쨌든 그의 존재 덕에 각각의 포지션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 시킬 수 있었습니다.
포지는 또한 뛰어난 오픈 3점 슈터였습니다.
07-08당시 그는 디펜시브 스타퍼의 역할을 주로 하였지만, 동시에 성공률 4할대의 뛰어난 저격수였습니다.
속공상황에서는 캐치 앤 슛이 가능했구요. 이번 시즌은 어떠한가요?
가넷은 08-09 부상이후로 보드싸움을 극도로 피하고 있습니다. 몸상태가 많이 좋아지긴 했으나 당시처럼 달릴 수 있을지 또한 의문입니다. 크리스티치는 달릴 수 있을지는 모르나 페인트존에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선수가 아닙니다. 머피는 리바운드는 잡아줄 수 있을지 모르나 달릴 수가 없습니다. 데이비스는 페인트존에서 득점을 올려줄 수 있고, 달릴 수는 있으나 리바운드 능력은 처참할 정도입니다. 그린과 포지의 차이 또한 큽니다.
그린은 포지처럼 포토 캐논샷을 때려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닙니다. 그는 성공률이 3할대가 조금 넘는 평범한 3점슈터일 뿐이며, 포지처럼 캐치 앤 슛을 쏠 수 있는 선수도 아닙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하나의 결론을 도출합니다.
모션 오펜스
빅맨 두명이 하이포스트에서 위치하는 포메이션.
로렌스 프랭크의 영입. 론도의 벌크업과 그의 포스트업을 이용하는 전술의 시도.(비록 지금까지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양 사이드에서 빅맨들과 스윙맨들이 각각 자리를 바꾸는 모습. 그리고 이번 트레이드... 이 몇가지의 사항들은 어느 한 개념과 모두 연결되는 것들이다. 프린스턴 오펜스가 그것입니다. 1-2-2 포메이션은 프린스턴 오펜스의 가장 기본 형태입니다.
로렌스 프랭크는 휴스턴의 아델만 감독, 전 워싱턴 감독인 에디 조던과 함께 현 리그에서 가장 인정받는 프린스턴 오펜스의 대가입니다. 프린스턴 오펜스에서는 빅맨의 롱레인지 점퍼 능력과 가드의 포스트업 능력을 중시합니다.
(프린스턴 오펜스는 개발될 당시부터 NCAA에서는 가드들이 상대 가드들의 페인트존에서 행하는 포스트업과 그에 이은 훅샷에 대한 수비방법을 배우지 않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보스턴이 프린스턴 오펜스를 할 것이라는 게 아닙다.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프린스턴 오펜스는 무궁무진한 패턴의 창출이 생명이며,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목표를 프린스턴 오펜스 그 자체로 하지 않고,
샌안처럼 프린스턴 오펜스의 몇몇 패턴만을 차용해 오는 것이라면 이건 가능한 이야기가 됩니다. 보스턴은 이미 훌륭한 모션 오펜스팀이기 때문입니다. 머피가 되었든, 크리스티치가 되었든
수비를 제외한다면 이들은 퍽보다 더 좋은 모션 오펜스 자원입니다. 이들의 스크린능력과 볼핸들링능력 그리고 패싱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으나, 최소한 페인트존에서 수비를 끌어내는 역할은 퍽보다 잘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바로 쉬드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죠.
웨이퍼와 그린은 퀴즈를 대신해서 이 공간으로 컷인을 수행해 줄 것이며, 웨스트는 론도가 쉬는 동안 보스턴의 모션오펜스를 지휘해 줄 것입니다. 마버리가 남긴 유산...그리고 웨스트
마버리가 비록 끝이 안 좋게 헤어지긴 했지만,
그와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3가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라인업은 보스턴의 하프코트 전술의 깊이와 다양성을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이끌어준 전술입니다. 웨스트는 바로 당시의 마버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당시 전술의 핵심 선수 중 하나였던 하우스의 역할을 할 선수는 없습니다만,
선수의 구성은 현재가 당시보다 더 좋습니다.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을 고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웨이퍼와 그린의 존재 덕에 말이죠.
이 두명의 운동능력과 사이즈가 좋은 스윙맨들은
정상적인 로스터에서도 당시와 같은 예술 농구를 가능하게 해줄 것입니다.
성공을 위한 전제....그리고 도박....
이제 정리를 하겠습니다.
이 트레이드를 정의한다면,
빅맨진의 두께와 안정성을 다소 포기한 대신,
조합과 전술의 다양성을 확보하게 되었고,
동시에 보다 나은 운동능력과 스피드를 얻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트레이드의 성패의 척도는
전력의 안전성의 포기와
전술의 다양성 확보간의 뺄셈의 결과가
플러스냐 마이너스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과거처럼 상대의 불도저같은 인사이더들을 상대로
버텨낼 수 있느냐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샤크와 JO가 과연 플옵 전부를 건강하게 뛸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아주 위험한 도박입니다.
지난 시즌 퍽-쉬드-데이비스의 라인업과
이번 시즌 샤크-JO-데이비스의 라인업을 비교하면
높이와 파워는 오히려 더 좋아진 느낌입니다.
더구나 퍽과 JO는 지나치게 그 역할이 겹치는 자원들이었습니다.
둘 중 한명은 보험 이상의 가치가 없었던 선수들입니다.
JO가 지난 시즌 쉬드처럼 롱레인지 점퍼를 가지고 있었다면 달라지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 했습니다.
어쨌든 둘 중 잉여자원이 될 것이 분명한 선수를 가지고,
전술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는 선수를 데려왔습니다.
이런 면에서만 본다면 이건 성공한 트레이드입니다.
하지만 샤크와 JO 두명은 정규시즌 내내
번갈아 가면서 부상에 신음한 선수들입니다.
위의 두명이 플옵 시즌 내내 건강할 것이라는 확신이 너무 없습니다.
둘 중 어느 한명만 실려나가도 이를 감당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즉, 이건 일종의 도박인 셈이죠.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인....
위험순도 99.9%의 뻥카라고 할까요?
에인지와 닥리버스가 정확히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아주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 이 점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트레이드에 부정적입니다.
분명 여러 장점들이 있지만,
그 위험부담이 지나치게 큽니다.
솔직히 SF포지션에서 방출된 선수들을 영입하거나,
놀고 있는 선수들을 영입해 머리수를 채우고,
지금의 시스템을 그냥 유지해도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뭐, 어차피 지금에 와서는 그저 기도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게 되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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