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과 감독이 함께 성장해가는 모범적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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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3-03-03 14:39:21
어제 WBC이후 류중일 감독의 자질론에 대해서 한창 시끄럽더군요. 초임 감독으로써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뤄냈지만 원래 완성형이던 팀을 이어받았단 점에서 순수하게 감독으로써 능력에는 아직도 물음표가 달려있나 봅니다. 모 야구 커뮤니티에선 김재박 전 감독 사진과 함께 LG에서 검증받아보란 유머성 글도 있던데 확실히 진정 명장이라면 완성형 팀보다는 팀과 감독 본인이 함께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모범적 사례를 저는 멤피스와 라이오넬 홀린스 감독을 꼽아봅니다.
라이오넬 홀린스는 99-00시즌에 브라이언 힐에 이어 벤쿠버 그리즐리스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홀린스의 그리즐리스는 3할의 성적을 거두었는데 사실 이 성적이면 당시 그리즐리스로썬 가장 좋은 성적이었습니다. 직전해의 그리즐리스의 성적은 고작 8승 42패의 승률이 2할이 되지 않는 팀이었거든요. 나름 좋은 성적이었지만 홀린스는 NBA를 떠나 IBL과 USBL을 전전합니다. 그러다 다시 04-05시즌에 그리즐리스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부임하는데 하필 이때도 건강상의 이유로 감독직에서 물러난 휴비 브라운 대신에 잠시 감독대행을 맡음으로 두번째로 NBA감독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 기간에는 성적이 좋지 못했고 바로 마이크 프라텔로가 부임해서 감독으로써 역량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합니다.
프라텔로가 이끈 멤피스는 파우 가솔을 중심으로 서부에서 나름 잘하는 팀으로 부상했지만 06-07시즌에 팀이 무너지더니만 팀의 코어였던 가솔의 이적으로 팀은 다시 벤쿠버 시절로 회귀합니다. 이 기간에 프라텔로 이후 토니 바론과 마크 이아바로니를 감독에 앉혔으나 살려내지 못했고 결국 그리즐리스에서 감독대행 경험을 쌓은 바 있던 홀린스가 멤피스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합니다.
홀린스가 부임 하던 해의 그리즐리스는 나이 젊은 유망주만 득실 거리던 팀이었습니다. 확실한 팀의 코어도 없고 노련한 리더도 마땅치 않던 그야말로 풋내기 팀이었지요. 물론 홀린스도 감독 대행으로 두 해 정도나 잠시 감독 경험이 있는 풋내기 감독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선수나 감독이나 초보들이었지요.
멤피스는 GMC 트리오를 중심으로 팀이 개편되고 이 선수들의 성장과 더불어 바닥을 찍은 팀 성적도 점점 상승하게 됩니다. 10-11시즌은 서부에서 막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되는데 첫상대로 만난 강호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다음 시즌은 서부에서 4위의 호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지요. 스몰마켓팀들 보면 보통 팀의 코어가 빠지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자주 보게되고 또한 다시 좋은 성적을 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멤피스도 그런 케이스 중 하나였는데 생각보다는 빠르게 서부에서 다시 강한 팀으로 제자리를 찾는 모습에서 훌륭한 팀, 훌륭한 선수들, 그리고 훌륭한 감독을 두었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슈퍼스타들을 동시에 거느리고 팀을 운영하는 일도 분명 어려운 일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의 공도 인정하는 부분이구요. 하지만 레알 풋내기들만 가득한 팀을 성장시키는 것 만큼이나 감독으로써 어려운 일은 없다고 봅니다. 재능은 뛰어나더라도 노련미가 부족하고 아직 성숙한 멘탈과 워크에틱이 만들어지지 않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농구 외적으로도 감독의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 많죠. 그런 면에서 덕장으로 유명한 홀린스의 지도력이 젊은 선수들 일색인 그리즐리스를 좀 더 성숙하고 견고한 팀으로 만들지 않았나 ... 수비의 팀 멤피스의 성장동력은 결국 홀린스의 수비지략도 있지만 덕장으로 역량이 지금의 강팀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본인도 감독으로써 보여준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감독으로써 역량도 동시에 키운 셈이겠죠.
홀린스와 함께 꿈을 키운 GMC트리오도, 이제는 콘리를 제외하곤 모두 팀을 떠났습니다. 가솔이 떠날 때처럼 스몰마켓팀으로써 겪는 숙명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죠. 메요가 떠났고 올시즌엔 샐러리캡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팀의 중심 역할을 해오던 게이까지 팔게 됩니다. 게이를 팔 때만 해도 그리즐리스도 이제는 힘들겠네란 의견이 많던 만큼 멤피스 미래에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멤피스는 여전히 강력한 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팀 멤피스와 라이오넬 홀린스 둘 모두 팀의 핵심전력이 빠졌더라도 견고해졌단 뜻이겠죠. 물론 멤피스가 현재 멤버를 깨뜨린다면 홀린스도 그리즐리스를 떠나겠단 의사를 표시한 만큼 프런트의 움직임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팀이 유지된다면 진정으로 홀린스가 '명장' 반열로 가느냐의 길은 지금부터일겁니다. 저는 그리즐리스와 홀린스가 계속해서 슈퍼스타가 없더라도 스몰마켓이더라도 얼마든지 강한 팀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그 모습이 당장에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지길 바라기도 하구요. 멤피스 팬이 아닌 닉스의 팬이지만 괜시리 응원하고 싶은 감독과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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