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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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9 20:16:47
모처럼 쉬는 시간이 생겨 밀렸던 셀틱스 경기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최근에 연승했던 3경기들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여러가지 생각들을 함께 하려 합니다.
우선 연패를 끊었던 인디전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셀틱스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연패를 끊어야만 했던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그만큼 필사적이고, 노골적이 될 수 밖에 없는 경기였습니다.
전략은 단순하고도, 분명한 것입니다.
1차적으로는 볼을 운반하는 리딩가드에 대한 철저한 견제,
부족한 피지컬 혹은 수비력을 가진 선수에 대한 철저한 공략,
바디체킹을 통한 신경전 유발 및 파울유도.
3쿼터에 이미 20점차 이상 벌어진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넷과 셀틱스는 전혀 자비가 없습니다.
사실 1,2쿼터에 이미 인디 선수들은 싸울려는 의지를 잃었습니다.
론도의 아이솔레이션과 AV의 견제로 인해 어거스틴은 무너졌었고,
간만에 제 기량을 선보인 피어스가 포워드진을 말그대로 박살냈으며,
가넷과 설린저의 신경전에 빅맨진 또한 이성을 잃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날 핸스브로가 특별하게 활약을 했다거나
셀틱스 선수들과 마찰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나마 핸스브로가 그나마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마지막 불꽃의 씨앗까지 밟아끄려 한 것이지요.
이번엔 필리와의 경기입니다.
역시 마찬가지의 전략입니다.
1차적으로 볼을 리딩하는 티그에 대한 견제,
조쉬스미스에 대한 신경전 유발,
피지컬적으로나 수비력으로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코버에 대한 공략입니다.
모든 공격이 코버를 향하고 있습니다.
아주 노골적으로 말이지요.
미스매치 유발 이후 포스트업...
몇 년째 우려먹는 단골손님입니다.
바로 이전 경기인 인디전에서도 나왔습니다.
호크스 또한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머리속에 각인 되기는 그만큼 더 용이하게 됩니다.
무리하게 헬핑을 가다 오픈 3점 찬스를 주게되고,
상대의 드라이브인에 대해 무기력하게 됩니다.
시간이 갈 수록 머리속에 잡념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셀틱스는 코버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지만,
실상은 호크스 전체를 흔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입니다.
결국 가장 냉정했어야 할 리딩가드인 티그가 무너졌고,
팀 전체가 무너졌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농구라는 스포츠를 바라보는
닥감독과 셀틱스 선수들의 시선을 옅볼 수 있습니다.
농구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이 기계와 다른 것은 희노애락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농구 또한 야구와 마찬가지로 멘탈게임이라는 것 말이지요.
물론 그 방법론에 있어서 아주 치졸하지만 말입니다.
자, 이제 논란의 경기였던
닉스와의 경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위의 경기들과 같은 관점으로 보아주세요.
아마 다른 재미가 보이실 것입니다. 이게 재밌는 것은
전략의 가장 막중한 책임을
그간 팀에서 가장 컨디션이 안 좋은 그린에게 맡겼다는 것입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연승기회.
어떻게든 승리해야만 할 이유가 충분히 있음에도
승부를 가를 결정적인 역할을 할 존재로 그린을 찍었습니다.
그린은 중요한 선수입니다.
팀의 핵심 요원입니다.
어떻게든 데리고 가야만 하는 선수죠.
당장의 1승보다 향후 플레이오프를 보는 큰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경기로 돌아가서, 의도적인 스크린을 통한 미스매치 유발,
그 이후 포스트업.(영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경기 내내 계속 된 클로징가드와 하드파울.
그린의 1:1 아이솔레이션 도발,
여기에 트래쉬 토크까지....
결국 3쿼터 부터 징조를 보이기 시작한 멜로가 4쿼터 폭발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여기서 의도치 않은 결과가 도출되게 됩니다.
멜로를 흥분시켜 리듬을 흐트러트리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멜로가 지나치게 흥분해버렸습니다.
멜로와 가넷의 갈등은 당사자인 두 선수 뿐이 아니라,
양팀 선수들 전원을 플옵모드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닥감독과 셀틱스가 바랬던 것은
멜로의 멘탈붕괴가 곧 닉스 전체의 멘탈붕괴로 가게 하는 것이었지,
1진 1퇴의 공방전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죠.
뭐, 어쨌든 이렇게 벌어진 싸움은 관중을 즐겁게 해주었고,
셀틱스는 그 나름대로 1승 이외의 값진 결과물을 얻게 되었습니다.
셀틱스는 항상 이런 식의 난투를 통해 팀캐미를 다져왔던 팀입니다.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의 셀틱스는 시즌에서와는 전혀 다른 팀이 되어왔던 것이죠.
강팀을 잡으면서 얻게 된 자신감,
힘든 난투끝에 형성되어진 팀캐미까지....
어쩌면 셀틱스는 이번 닉스전 승리를 통해
시즌 성적을 결정짓는 전환기를 맞이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이번 닉스전을 통해 얻은 것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경기를 바라보는 이런 관점에 대해
당위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런 것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수행하는 팀과
그 팀이 그것을 어떤 과정으로 풀어가는 가는 지를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논란이 되는 것도 당연하고,
거기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간만에 정말 셀틱스다운 경기를 보았고,
또 앞으로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분은 좋았습니다.
시시비비를 떠나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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