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 벅스의 조용한 리빌딩
12
5195
2013-08-08 06:36:41
오프시즌 밀워키의 행보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게 평가해서 옆그레이드, 나쁘게 평가하면 이도저도 아닌 움직임이란 평가를 받고 있죠. 미래를 위해 화끈한 탱킹을 하는 것도 아니고, 확실한 컨덴더도 아닌 팀. 그래서 방향성을 잃은 팀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습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지난 6일 브랜든 나이트 영입회견에서 GM 존 해몬드와 코치 래리 드류가 자신들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말해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밀워키 벅스를 위한 변명을 몇자 끄적여보고자 합니다.
우선 이번 오프시즌을 시작하는 밀워키의 상황 자체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우승보다는 매년 플옵 진출을 원하는 구단주(탱킹을 싫어함.)
2. 멤피스와 리그 수위를 다투는 스몰마켓(오버페이가 아니면 스타는 오지 않음)
3. 지난시즌 38-44 플옵진출, 1라운드 광탈이라는 애매한 성적.
4. 최근 5년간 드래프트 10픽 15픽 10픽 14픽 15픽으로 애매한 픽 행사.
5. 몇년간 계속된 라커룸 불화와 연이어 팀을 떠나려는 선수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오피스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애매했던 플레이오프 팀을 깨고 아예 새로운 팀을 만들고자 한거죠.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젊은 코어들을 중심으로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플레이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첫번째 행보로 래리 드류를 데려와서 새로운 팀을 만들 중책을 맡겼고, 이후 아래의 세 가지 원칙을 갖고 GM과 코치가 새로운 팀에 어울리는 로스터 구성을 시작했습니다.
1.재정적 유연성 확보 2. 래리 드류가 성장시킬 젊은 재능 수집 3. 새로운 팀 문화를 만들 베테랑 영입
1. 재정적 유연성 확보
이번 오프시즌 밀워키는 나름 큰손이었지만, FA영입에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습니다. 트레이드를 통해서도 많은 돈을 받는 빅네임을 영입하지 않았구요. 무엇보다 계약기간을 길게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신인 두명을 제외한 8명의 뉴페이스들이 있는데, 이들의 계약 상황을 보면 다음 시즌부터 순차적으로 샐러리를 비울수 있게 계획적인 계약을 했음을 알수 있습니다.
리드나워 - 1년 4.3밀
브랜든 나이트 - 1년 2.8밀, 2년차 팀옵션 3.5밀
크리스 미들턴 - 1년 0.8밀 2년차 비보장 0.9밀
게리 닐 - 2년 6.5밀
델피노 - 2년 6.5밀
라둘리차 - 2년 3밀
OJ 메요 - 3년 24밀
파출리아 - 3년 15밀
아직 총 샐러리가 50밀근처인 만큼 좀더 과감한 영입을 생각해볼만도 할텐데, 존 해몬드와 래리드류는 철저히 자신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선수들만을 효율적인 비용으로 영입하고 오프시즌을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물론 엘리스를 12밀 근처에서 잡았거나 티그를 8밀에 영입하려던 계획이 성공했다면 4-5밀 정도를 더 썼겠지만, 결과적으로 영입에 실패하면서 재정적 유연성은 더욱 좋아진 상태가 되었네요.
이처럼 여유있는 샐러리캡 안에서 재정적 유연성을 더 확보하려 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다음 시즌 래리 샌더스를 시작으로 젊은 코어들을 잡기 위해서죠. 밀워키는 래리 샌더스를 새로운 간판스타로 밀고 있고, 다음 시즌 30분 이상을 출전한다면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리그 수위의 샷블라커로 성장해 맥시멈에 가까운 금액을 받을 것입니다. 그 이후로 브랜든 나이트, 존 헨슨의 계약도 순서를 기다리고 있죠. 밀워키는 5년동안 10픽 15픽 10픽 14픽 15픽을 받아서 나이트(제닝스와 트레이드), 샌더스, 존헨슨을 건져냈고, 래리 드류가 벌써부터 훈련을 시키며 관리하고 있는 신인 안테토쿤보도 있습니다.
결국 애매한 픽들에서 건져낸 소중한 코어들을 잘 성장시키는 것이 현재 밀워키의 가장 큰 발전 동력이고, 이들을 지켜내기 위한 재정적 유연성의 확보가 이번 오프시즌의 제1원칙이 된 것입니다.
2. 래리 드류가 성장시킬 젊은 재능 수집
앞서 말한 나이트, 안테토쿤보, 존헨슨, 샌더스는 밀워키의 미래입니다. 그리고 팀의 고참역할을 하게될 일야소바와 가장 비싼 FA였던 메요는 87년생으로 이제 전성기가 시작될 20대 중반의 선수들이죠. 두 선수 모두 앞으로 3년이상 연 8밀가량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묶어놨습니다. 루키계약의 네 코어는 차례대로 연장계약을 맺을 것이구요. 이들 6명의 선수는 앞으로 팀의 코어로 래리 드류의 지도하에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덧부여 스미스, 울터스, 미들턴도 기회를 잡는다면 충분히 건실한 롤플레이어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선수들이죠.
래리 드류는 이번 시즌을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팀을 조직하는 시간이 될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명의 코어 모두 약점과 불안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애틀란타 시절 보여준 래리 드류의 지도력이라면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면에서 이 리빌딩의 가장 큰 주인공은 코치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팀에 합류한 게리 닐은 래리 드류가 마치 포포비치를 연상시킨다고 하더군요. 전술적인 역량은 물론, 선수단을 장악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선수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서요. 선수와 선수간의 관계를 연결하는 역할도 훌륭히 해내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이처럼 래리 드류는 오피스가 원하던 팀을 만들어낼 적임자이고 그에게 성장시킬 젊은 재능들을 모아주는 것이 오프시즌 두번째 원칙이었습니다.
3. 새로운 팀문화를 만들어줄 베테랑 영입
그동안 밀워키 팬들과 몇몇 선수들 입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6일 해몬드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줬습니다. 몇년간 밀워키의 라커룸 분위기는 정말 좋지 않았고, 로스터안의 조화는 삐걱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팀문화를 만들기로 결정한 GM과 코치는 성숙한 마인드가 검증된 선수들을 데려오기로 합니다. 특히 베테랑들은 밀워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들 혹은 래리 드류가 직접 지도해봤던 선수들을 1차적으로 영입했습니다. 델피토, 리드나워, 파출리아가 그들이죠.
그밖에 메요는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선수이고, 닐은 라커룸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선수라고 합니다. 이처럼 재능과 함께 밀워키를 위해 열심히 뛸 수 있는 선수인지, 팀에 녹아들 수 있는 그리고 새로운 팀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인지를 중점적으로 보았고, 세번째 원칙을 기준으로 5명의 베테랑을 영입한 것이죠. 덧붙여 오피스는 이 베테랑들이 유망주들이 성장하는 시간동안 팀의 경쟁력을 유지시켜 줄것이라 기대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가지 원칙으로 오프시즌 무려 10명의 선수를 영입했고,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플레이하는 젊은 팀을 목표로 만들어진 13-14시즌 밀워키 벅스의 로스터는 다음과 같습니다.
PG - 나이트, 리드나워, 스미스, 울터스
SG - 메요, 닐
SF - 델피노, 안테토쿤보, 미들턴
PF - 일야소바, 존 헨슨, 우도
C - 샌더스, 파출리아, 라둘리차
6-3,4 의 콤보가드 조합인 1,2번과 주전조차 확실하지 않은 3번,강력함을 보여주겠지만 불안요소도 보이는 4,5번, 결코 뎊스가 깊다고 말하기 힘든 벤치. 이번 시즌 밀워키 벅스는 플옵 진출조차 힘든 팀으로 보입니다. 대대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난시즌보다도 좋지 않은 팀이 되어버린 걸까요.
하지만 이 선수들은 모두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성숙한 마인드를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고, 이것이 래리드류의 코칭과 시너지 효과를 낼때 조용하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당장 이번시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재정적 유연성을 확보했기에 그 힘이 제대로 드러나는 시기가 조금 늦춰져도 그에 맞추어 플랜을 유연하게 수정할수 있으니까요. 감독의 포부처럼 좋은 팀이 다져지고, 좋은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밀워키는 앞으로 분명 많은 기회를 갖게 될것입니다.
빅네임을 영입하기위해 샐러리를 비우는 빅마켓이나, 화끈한 탱킹으로 팀의 미래를 뽑으려는 팀들과 달리 밀워키 벅스는 이처럼 팀문화를 새롭게 만들고 코어들을 성장시키는 리빌딩을 선택했습니다. 10픽~15픽 근처의 선수들을 성장시킨다고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슈퍼스타가 될수 없다면 이러한 리빌딩은 우승을 목표로 하는 프로팀에게는 그저 애매한 무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압둘자바를 1픽으로 뽑으면서 프랜차이즈의 유일한 우승을 경험한 벅스도 이것을 모를리 없겠죠.
하지만 어려운 여건속에서 존헤몬드와 래리드류가 기획한 중장기 플랜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그안에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팀들이 있고, 그러한 다양성이 다양한 팬들의 기대를 폭넓게 충족시켜 주는것이니까요. 화끈한 탱킹을 원하는 팬들도 있지만, 위닝시즌이 아니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도 있습니다. 슈퍼스타들의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도 있지만,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들이 보여주는 끈적끈적한 농구를 좋아하는 팬들도 있구요. 선수 개인 보다는 팀을 우선시하고 재능보다는 전술과 조직력을 좋아하는 팬들이 있을수도 있죠.
전 밀워키의 이 리빌딩과 방향성을 생각없는 옆그레이드이나 애매함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하는 다양성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메요가 예상치 못한 팀으로 가서 살짝 당황하기도 했지만, 동부에서 밀워키를 응원할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오랫동안 멤피스를 응원하면서 느꼈던, 그러나 이제 강팀이 되어버려서 느낄수 없었던 즐거움을 젊은 밀워키를 통해 다시 느낄수 있을것 같기 때문입니다. 메요가 전성기를 보내게 될 3년동안, 밀워키의 역동적인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할 생각입니다.
이 게시물은 Macchiato님에 의해 2013-08-08 09:13:36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19
Comments
이글을 보니까 벅스도 기대되네요!
이번시즌엔 기대되는 팀들이 왜이리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