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이야기
몇일전일입니다.
저는 피곤할 때나 기분이 가라 앉을때 새벽에 혼자 음악을 크게 들으며 집 주위 목욕탕에 가서
반신욕을 하고 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새벽 조용한 그 거리에서 이어폰 음량을 높이면서 걸어가면 마치 저 혼자 세상에 있는 듯 한
편안함을 느끼곤 합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외로움과는 또 다른 느낌...
새벽에 가면 반신욕 할때 사람들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밖에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도 평일 새벽에는 있어봤자 1,2명..
그 날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욕탕에 몸을 담구고 있다가 더워서 욕탕 가쪽에 걸터앉아 있는데 어떤 어르신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저를 뜷어지게 쳐다보시더군요.
제가 허벅지가 좀 남다르게 굵은 편이라 욕탕가면 본의 아니게 그런 시선을 어르신들께 받는 경우가 좀 있어서 오늘도 그런가보다 하고 있는데 얘기를 거시더군요.
학생~ 등좀 밀어줘.
나도 밀어줄게.
가끔 이런 것들을 나이먹은 사람들의 권리라 생각하고 명령조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과 다르게 만면에 미소를 지으시면서 부탁하시니 저도 자연스럽게 알겠습니다 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욕탕에서 몸을 불리면서 이 얘기 저 얘기 가볍게 주고받다보니 어디서 많이 들은 어투입니다.
혹시 어르신 고향이 ?? 시냐고 여쭤보니 맞으시답니다.
동향 분을 여기서 만나네요.
학연 혈연 지연이라더니 지연으로 맞닿은 사이라 그런지 대화가 또 꽤나 길어집니다.
그러다보니 무지외반증이 있어서 몸이 안 좋다라는 얘기도 하시며 보여주시더군요.
꽤나 심해보이시는데 그걸로 인해 운동을 못해서 건강이 좋지 않아 슬프시다고 하는데
괜스레 저도 맘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혼은 꼭 해야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매냐인답게 없...............
대화가 길어진 만큼 몸도 불었고 시간이 더 늦기 전에 등을 밀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나갈려고 했는데 한사코 밀어줘야 겠다고 하시면서 밀어주시더군요.
누가 제 등을 밀어준게 언젠지 기억도 안나는데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씻고 저는 밖으로 어르신은 안에서 더 계신다고 해서 나왔습니다.
나와서 목이 말라 음료를 사려 하는데 왠지 하나 사드리고 싶다는 맘이 들어
저는 포카리 그 분에게는 꿀물을 하나 사서 안쪽에 들어가 드리고 왔습니다.
놀라시며 고맙다고 그러시는데 워낙 사람 좋은 인상이시기도 해서 제 마음이 참으로 따뜻해졌습니다.
보통 목욕을 하러 가면 혼자서 제 마음과 몸을 추스리고 왔는데 누군가로 인해 참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살다보면 남으로 인해 상처 입는 날들도 많지만 이런 날도 있으니 아직은 살만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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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두 문장이 참 읽기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