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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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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3 03:50:47

몇일전일입니다.

저는 피곤할 때나 기분이 가라 앉을때 새벽에 혼자 음악을 크게 들으며 집 주위 목욕탕에 가서

반신욕을 하고 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새벽 조용한 그 거리에서 이어폰 음량을 높이면서 걸어가면 마치 저 혼자 세상에 있는 듯 한

편안함을 느끼곤 합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외로움과는 또 다른 느낌...

 

새벽에 가면 반신욕 할때 사람들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밖에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도 평일 새벽에는 있어봤자 1,2명..

그 날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욕탕에 몸을 담구고 있다가 더워서 욕탕 가쪽에 걸터앉아 있는데 어떤 어르신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저를 뜷어지게 쳐다보시더군요.

 

제가 허벅지가 좀 남다르게 굵은 편이라 욕탕가면 본의 아니게 그런 시선을 어르신들께 받는 경우가 좀 있어서 오늘도 그런가보다 하고 있는데 얘기를 거시더군요.

 

 학생~ 등좀 밀어줘.

나도 밀어줄게.

 

가끔 이런 것들을 나이먹은 사람들의 권리라 생각하고 명령조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과 다르게 만면에 미소를 지으시면서 부탁하시니 저도 자연스럽게 알겠습니다 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욕탕에서 몸을 불리면서 이 얘기 저 얘기 가볍게 주고받다보니 어디서 많이 들은 어투입니다.

혹시 어르신 고향이 ?? 시냐고 여쭤보니 맞으시답니다.

동향 분을 여기서 만나네요.

학연 혈연 지연이라더니 지연으로 맞닿은 사이라 그런지 대화가 또 꽤나 길어집니다.

그러다보니 무지외반증이 있어서 몸이 안 좋다라는 얘기도 하시며 보여주시더군요.

꽤나 심해보이시는데 그걸로 인해 운동을 못해서 건강이 좋지 않아 슬프시다고 하는데

괜스레 저도 맘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혼은 꼭 해야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매냐인답게 없...............

 

대화가 길어진 만큼 몸도 불었고 시간이 더 늦기 전에 등을 밀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나갈려고 했는데 한사코 밀어줘야 겠다고 하시면서 밀어주시더군요.

누가 제 등을 밀어준게 언젠지 기억도 안나는데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씻고 저는 밖으로 어르신은 안에서 더 계신다고 해서 나왔습니다.

나와서 목이 말라 음료를 사려 하는데 왠지 하나 사드리고 싶다는 맘이 들어

저는 포카리 그 분에게는 꿀물을 하나 사서 안쪽에 들어가 드리고 왔습니다.

 

놀라시며 고맙다고 그러시는데 워낙 사람 좋은 인상이시기도 해서 제 마음이 참으로 따뜻해졌습니다.

 

보통 목욕을 하러 가면 혼자서 제 마음과 몸을 추스리고 왔는데 누군가로 인해 참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살다보면 남으로 인해 상처 입는 날들도 많지만 이런 날도 있으니 아직은 살만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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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9-04-23 04:04:23

 마지막 두 문장이 참 읽기가 좋습니다.

 

WR
2019-04-24 01:06:00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04-23 09:13:20

좋은 경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느순간 사라졌네요. 혼자가도 등 밀어주는 문화가..
배려가 많아지고 서로 예의를 찾게 되는건 좋지만
예전 구수했던 감성들도 그립긴 한거보니 저도 나이가..
간만에 마음이 따듯합니다.

WR
2019-04-24 01:06:30

저도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다보니 참 옛날 그 감성들이 그립네요..

이 날은 우연찮게 이런 경험을 하여 참으로 따뜻한 날이었습니다.

 

2019-04-23 10:09:24

아직은 살만하구나...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글 읽으면 가슴이 조금은 따스해지고, 그 느낌이 참 소중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감사합니다...

WR
2019-04-24 01:06:59

별 말씀을요.

호도과자님도 자주 따뜻한 일이 일어나시길.

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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