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맛에 미치는 바리스타의 영향
36
3655
2018-12-15 15:42:58
집 앞에 단골로 가는 카페가 있습니다.지금도 이 글을 그 카페에서 적고 있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서 운영하는 조그마한 카페입니다.
테이블은 서너개 비치되어있고 홈메이드 공방 느낌도 나는 아기자기한 곳입니다. 카페가 생긴지 2년 가까이 되가는 이 곳을 오픈 때부터 자주 왔습니다.
단골로 오다보니 어느정도 안면을 트고 그만큼 자주 오기도 했는데 다니면서 재밌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사장님께서 자리를 비우거나 할때 이 집의 삼남매 중 한 명이 가게를 지키고 있는데
저마다 내려주는 커피 맛이 명확히 다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삼남매는 모두 사장님에게 같이 커피 추출을 배웠다고 하는데
어쩜 이리 커피 맛이 제각각일까요?
우리는 당장 첫 근무에 들어간 알바의 커피부터 숙련된 사람의 커피까지 저마다 다른 맛의 커피를
다른 매장에서 마셔왔을겁니다. 어떤 커피는 오후가 즐거워질 만큼 향긋한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어떤 커피는 이걸 삼켜야하나 난감한 경우도 있죠.
으레껏 맛의 평가를 할때 세간의 인식은 브랜드나 가게에 따라 나뉘는 경향이 강합니다.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원두나 커피 머신은 맛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이는 그 가게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커피 맛에 얼마나 바리스타가 영향을 끼치는지 적어보려합니다.
(특히 커피머신에 관한 글은 이어서 적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둘째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다 너무 맛이 없어서 적는 글이기도 합니다.)
커피 맛을 지키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바리스타 (원두 선별이나 로스팅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가정하고)가 미치는 부분은 크게 추출 시간, 원두 분쇄양과 템퍼링, 머신 조작, 심리적 요인으로 나뉩니다.
기본적으로 생두를 볶아 원두를 만들고 이를 분쇄하고 추출하는 모든 과정에서 산화가 일어납니다. 쉽게 말해 산패하고 있는거죠. 특히 원두를 분쇄한 뒤로 이 산화는 가속됩니다. 분쇄 후 추출, 음료 제공까지 숙련된 바리스타는 눈 깜짝 할 새에 이루어집니다. 이탈리아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바리스타들의 추출/근무 영상을 보면 한 편의 예술에 버금갈 정도로 절도있고 재빠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대한 빠르게 음료를 추출하고 제공하는 것은 커피 맛에 지대함 영향을 미칩니다. 추출한 샷을 뒤늦게 주거나 이미 나와있는 샷을 주는 것은 최악의 행위지만 암암리에 지금도 많은 카페에서 벌어지는 행동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아직 익숙치 못해 추출에 우물쭈물 하고 있다면 기대를 내려놓는 편이 낫겠죠. 커피에 담겨있는 아로마 (향)은 계속 증발하고 있습니다. 어서 손님 입에 들어가 향을 머금게끄 해주어야 하는 것이죠. 머신 조작도 온도 조절이나 압력 조절 등 중요한 부분이 있지만 이건 생략하겠습니다.
원두 분쇄량 은 적정량의 원두를 갈아 바스켓에 담아야하는데 이를 많이 담거나 적게 담는 경우.
템핑은 담은 원두가루를 적절하게 눌러야 하는데 미숙련자는 이를 너무 세게 템핑하거나 기울여 하는 겅우, 잘못된 습관으로 바스켓을 템퍼로 내리치며 크랙을 만들어 균일한 추출이 안되게끔 합니다.
추출 시에 바스켓에 담긴 커피 가루 사이로 고르게끔 물이 흘러내리며 추출이 진행되어야 의도한 맛과 향을 낼 수 있습니다. 잘못된 템핑으로 크랙이 생길 경우에 그 크랙으로 많은 양의 물이 쏠리면서 황당한 맛이 나오는거죠.
이건 끄레마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비단처럼 넘실거리며 고르지가 않고 끄레마 자체의 양이 적다던가, 점을 찍은 듯이 모양이 이리저리 분산되어있다던가 얼룩이 생겨있을 경우 위의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요인 또한 중요합니다. 비단 바리스타 뿐만 아니라 카페 인테리어, 잔이나 그릇의 종류, 청소 상태 등등 여러 부분이 맛에 영향을 끼칩니다. 기대감을 낮추거나 실망감에 미리 맛에 대한 평가를 깎아놓은 채로 음료를 맞이하게 되는거죠.
바리스타도 역시 이 심리적인 요인에 영향을 줍니다. 여러분은 커피를 주문할 때 주문을 받는 사람의 응대 태도,어휘, 옷차림, 인상 등으로 미리 펑가해본 적이 없으신가요? 뚜렷히 떠오르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에 심리적 평가가 반영되어 내가 마시는 커피 맛이 좌우될 수 있습니다. 물론 커피만 해당되겠냐만 의외로 이런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결국 커피는 기호식품이기에 어느 맛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위의 부분이 누락되면 '의도한' 맛이 나오지 않고 맛 자체가 떨어질 확률도 높습니다. 무리한 카페 확장으로 휘청거렸던 한 브랜드(맛 더럽게 없다고 욕먹은) 의 반면교사할 부분은 사실 가맹점의 바리스타 교육 미숙이었다는 점에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둘째 따님이 내려준 사약같은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다음에는 커피머신을 자세히 적어보고싶네요.
중간중간 미흡하거나 생략한 부분이 많아 쭉 읽다가 갸우뚱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혹여나 걸리거나 궁금하시다면 아는 내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날씨가 조금 풀렸는데 다들 따뜻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39
Comments
글쓰기 |
전 그냥 어디나 다 맛있더라구요.
그래도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