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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일회용컵 규제 후 4달, 그리고 주저리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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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19:34:50

오랜만에 커피 이슈로 글을 적습니다.
지난 여름 8월부터 카페 내 손님에게 일회용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골조로
일회용품 규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느덧 4개월이 지났고 차츰 매장과 고객 둘다 적응해나가는 모습입니다.
처음 인력수급에 어려움이 많은 영세매장에서부터 다양한 니즈를 갖고있는 고객들까지 여러 볼멘소리가 나왔죠.
하지만 일회용품을 줄이는 친환경적 정책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는 어느정도 형성되어있었기에
명백하게 규제를 반대하지는 못하는 일련의 분위기가 만들어진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규제가 친환경적 정책임이에도 불구하고 일회용품, 특히 컵에 대해 규제하는 것은 아직 완전한 해결책도 아니고 보완해야할 부분도 존재합니다.
오늘은 맥락없이 관련 이슈들을 쭉 적어보려 합니다.
매장에 머물다가 나가는 손님에게 머그잔에서 테이크아웃잔으로 교체해줄때 발생하는 문제점.
고객 입장에서는 어차피 잠깐 앉아있다 나갈 것이기에 애초에 테이크아웃잔으로 음료를 제공받는 것이 편하죠.
굳이 마시던 음료를 다시 가져가 테이크아웃잔으로 옮겨담을 필요없이 들고 나가면 되니까요.
물론 매장 입장도 이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책상 일단 매장에 머무르는 손님에게는 다회용컵으로 제공해야합니다. 잠깐 있다 나간다고 일회용컵에 주면 과태료를 물게됩니다. 결국 매장은 고객의 귀찮음과 근무자의 귀찮음 쓸 데 없는 설거지와 자재비용 증가. 근무자의 스트레스까지 종합선물세트죠.
이 부분읔 이해하지만 서로 답답한 부분이기에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해야하지만 쉽지는 않은 듯 합니다. 완화해준다면 결국 어느 쪽에서든 악용할 여지가 많으니까요.
그 외에 빨대나 컵홀더의 사용, 설거지에 더 드는 세제사용 영세사업자의 인력부족,
가시적으로 일회용품 비용의 감소 기대가 머그잔 등의 소모품 구매와 비슷할거라는 주장 등 아직도 해결못한 부분은 여전합니다.
더군다나 커피쿠키 (커피찌꺼기) 를 생활쓰레기로 버리고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커피 추출 시에 분쇄된 원두중 음료로 들어가는 양은 0.2퍼센트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물기를 가득 머금은 채 생활쓰레기로 배출됩니다. 그렇게 배출된 커피찌꺼기는 쉬이 썩어 악취를 풍기기도 하고 기름기도 많아 여간 처리하기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기껏 배출해야 얼마나 나오겠냐만 투샷이 들어가는 아메리카노 1잔 기준 14g 정도가 들어가니 하루에 100잔이라면 1.4kg, 한달에 40kg 가량 되는 커피찌꺼기를 전국에 매장에서 버리는 것이죠.작년 통계에서는 한 해 10만 톤이 배출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모아 퇴비나 다른 방법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찌꺼기를 처리할 방법을 모색해야합니다. 저는 여러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재활용품 규제의 강화보다는 아직 세간의 인식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런 부분부터 정책적으로 관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일회용컵부터 치우자! 하는 시각은 어쩌면 너무나 단편적인 방법일 수도 있는거죠.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위의 정책이 시행된 후 가장 웃고있는 승자는 텀블러 업계입니다. 많은 매장에서 텀블러 사용 시에 혜택을 주고 있기도 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저변에 깔리는 점. 매장에서 제공하는 머그잔의 위생을 믿을 수 없다거나 굳이 잔을 교체할 필요 없이 들고나갈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텀블러 구매량이 크게 늘었습니다.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텀블러를 구매해서 어지간히 써먹지 않는 이상 환경적 측면에서는 그게 그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여전히 힘들어하는 쪽은 영세사업자입니다. 설거지 증가와 인건비 증가, 예상되는 추가적인 환경 정책들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시장 논리상 도태되어 물러나는게 맞다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지만, 커피라는 기호식품에 다각화의 측면에서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득세하고 다양한 맛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매장들이 덩달아 사라지는 모습은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제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지만 개인매장은 점점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이미 기존 프랜차이즈 카페는 자리를 잘 잡았고 저가 프랜차이즈도 저렴한 커피 붐을 타 많이 덩치를 키웠습니다. 그 사이에 중저가에 위치한 매장들은 갈 곳을 잃은 모양새입니다. 아예 매장의 인테리어를 특화하여 방문을 유도하던가 로스팅과 원두 판매까지 겸하며 커피 매니아들의 니즈를 만족하는 형태로 변화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이 선택지를 택하지 못하는 매장들의 커피가 매력적이든 아니든 따라가지 못해 사라지는 것은 조금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느 매장이든 그 커피의 개성을 좇아 소비하는 트렌드가 크게 일어났으면 하는게 제 바람이지만 언제쯤 그게 가능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적다보니 말그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버렸네요. 다음에는 좀 더 명확한 이슈로 소개해보겠습니다. 글 실력이 미흡하다는걸 적을 때마다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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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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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12-11 19:44:17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엔 프랜차이즈 보다는 작은 가게
찾아 다니는게 재미있더라구요.
맛도 좋구요.

WR
2018-12-11 20:55:19

맞는 말씀입니다 맛있는 카페 발견하는게 숨은 진주 찾는 듯한 재미죠

3
2018-12-11 19:58:37

우리나라는 커피를 소비하는게 아니라 커피마시는 자리를 소비하느라 중소자영업자분들이 힘든구조긴 한거 같더라구요.

WR
2018-12-11 20:55:48

사실 그렇죠.. 중소 자본으로는 매장크기가 여간해서 크게 확보하기 어려우니까요

2
2018-12-11 21:18:27

텀블러&에코백... 또 다른 환경파괴의 원인입니다.

금속과 천은 재활용과 부패가 쉽다고 하는데 그 생산량과 사용량을 보면 전혀 아닌 거 같네요.

 

카페에서 플라스틱 안쓰기 보다 더 앞서나간, 근원적인 친환경 정책이 필요 합니다.

WR
2018-12-11 23:37:27

에코백 정말 그만 찍어내야합니다 

 

그렇죠 근원적인 정책이 필요한데... 사실 뭐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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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21:29:40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짚어주신대로 아직 미흡한점이 많은 채로 시행되는 제도지만 저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체험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공론화 되서 플라스틱류 사용 자제를 넘어서서 말씀해주신 커피찌꺼기 재처리 및 활용 방안 같이 좀 더 실효성이 높은 쪽으로 발전해나가길 바랍니다.

WR
2018-12-11 23:38:12

맞습니다. 지금까지 환경을 해치는 행위가 나의 편함을 위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좋은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안 역시 갈구되어야하구요.

1
2018-12-11 22:02:10

잘 읽었습니다! 작성하셨던 글들 다 읽어봐야겠어요

WR
1
2018-12-11 23:38:45

Coffee 101 이라는 제목으로 묶어놨습니다! 양질의 글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신다면 좋겠네요

2018-12-12 20:25:32

방금 정독 완료했습니다
백퍼센트 카페는 아니지만 카페+엔터테이먼트에서 잠시 일하고 있어서 커피에 관심이 많은 상태였습니다!
커피의 세계는 정말 정말 넓네요
평생 공부를 해야하는 분야같아요

2
2018-12-11 22:30:05

저는 하드 용량 부족하다고 문서 파일 지우는 짓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취지는 좋습니다만, 거길 볼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한국이나 여기 캐나다나 공통적으로.

WR
2018-12-11 23:39:06

저도 취지는 이해하나 어느정도 뻘짓이라고 생각합니다..캐나다는 어떤가요?

2018-12-11 23:57:27

한국같이 일회용 컵 규제를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분위기 자체가 일회용 물품에 대해 조금이라도 옹호하면 대역죄인이 되는 건 사실이죠.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1
2018-12-11 22:59:39

 처음 정책이 시행 된다고 들었을때 부터 들었던 생각이지만....

과연 1회용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환경을 위한 것 인가...는 생각해 봐야 할 관점인것 같습니다.

 

커피쿠키 는 언젠가 공론화 되리라 생각했습니다만....아직 인가 봅니다. 손님 많이 오는 번화가 매장은 건장한 남자도 혼자서는 들수도 없는 양이 버려지는데 말이죠.

WR
2018-12-11 23:39:46

그거 조금 털어봐야 얼마나 나오겠거니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매장은

정말 커피쿠키 하나가 어마어마하죠. 50L쯤은 가뿐히 나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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