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hletic 기자들의 불스 선수들에 대한 평가 및 잡담
코로나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어 다시 리그가 재개하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22개팀에 속하지 못한 팀들의 팬분들은 응원팀이 정규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보려면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시카고 같은 경우는 프런트 교체 이후에 현직 감독인 보일런이 아직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이야깃거리가 하도 없으니 구단 마스코트 베니에 대한 기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The Athletic 기자들 여러 명이 모여서 각 NBA 구단의 현 로스터 평가와 샐러리 현항 그리고 각팀 맞춤별 FA 선수 추천과 드래프트까지 현재와 미래를 한꺼번에 다루는 시리즈 연재가 있는데, 한 일주일 전즈음에 시카고 차례가 되어 여러 기자들이 시카고에 대한 대화를 나눈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https://twitter.com/DarnellMayberry/status/1273335869118783494
좋은 내용이 많기 때문에 다 번역하고 싶었으나 시간 관계상 그러지는 못할 것 같고, 기사에서 나온 몇몇 포인트들과 제 개인적인 생각을 첨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대화에 참여한 기자 4명이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냈기 때문에 어느 기자가 말한 건지 따로 표현하지 않고 정리했습니다. 기사에서 나온 부분은 편의상 평어체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제 생각은 높임말로 써서 같이 다뤘습니다.
1. The Athletic 기자들의 시카고 선수들에 대한 코멘트
웬델 카터 쥬니어(이하 웬카쥬)
- 상위픽에서 뽑은 빅맨 유망주 마카넨과 웬카쥬 모두 이번 시즌 발전하기는 커녕 오히려 퇴보한 모습을 보였다.
- 특히 웬카쥬는 감독 보일런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가장 억제받은(stifled) 선수인데, 대학 시절 기대받던 2가지(슈팅 거리 늘리기 / 패스 공급원으로서 허브 역할 하기) 모두 NBA에 와서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커리어 87경기를 뛰는 동안 3점 시도는 61개에 그쳤으며, 어시스트 또한 129개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와닿게 하기 위해서 트리스탄 탐슨의 이번 시즌 기록을 가져와보면, 트탐은 57개의 3점 시도에 12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알다시피 트탐이 좋은 패서는 아니고.
- 이번 시즌 시카고의 픽앤롤 수비 기조 - 핸들러에게 더블팀 붙는 블리츠 - 아래 웬카쥬는 골밑 블락과 패스 짤라먹기 두 분야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듀크에서 보여준 (골밑 수비) 모습을 보려면 드랍백 기조로 바꿔야 할 것이다.
보일런 체제에서 웬카쥬는 그냥 픽앤롤에서 스크린 걸어주는 스크린 셔틀로만 쓰인 게 사실인데, 다만 보일런의 1차원적인 빅맨 활용을 떠나서 웬카쥬 본인 또한 보강해야 할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3점 라인이건 페인트존 안쪽에서건 패싱 빅으로 쓰고 싶다면 패스 감각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는 자기가 득점해야 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는데, 특히 자기를 오픈으로 두었을 때 3점이든 미들이든 자신있게 쏘고 성공률도 올려야 합니다. 또한 핸들러와 패스 주고 받으면서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자기 자리를 잡았으면 본인이 공 받고 안정적으로 골밑 득점하는 모습도 보여야 하겠고요.
수비에서는 새로 부임한 단장 에버슬리가 림프로텍팅을 중요시한다고 말했으니 루키 시즌 때처럼 드랍백으로 쓰길 기대해봅니다. 사이즈나 반응 속도 한계가 있다지만 골밑 블라커로 쓰면 훨씬 나을거라 보는데, 다만 미스매치 일대일 승부에서 여전히 처참한 수비력을 보여주는 걸 개선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라우리 마카넨
- 내가 만약 시카고 프런트라면 이번 시즌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마카넨에게 1년 더 기회를 주고 새로운 감독 밑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거다.
- (일이 굉장히 잘 풀려서) 마카넨이 공격에서 지금보다 훨씬 발전하여 위력적인 선수가 되더라도, 뚜렷한 수비 약점 때문에 플레이오프 2라운드 이상의 무대에서는 집중 공략당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를 계속 주요 선수의 일원으로서 데려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마카넨은 사실 크게 할 말이 없습니다. 공격에서는 스트레치 4로서 3점 스팟업 슈터로 썼는데 그 3점도 제대로 못 넣었고, 빅맨 역할은 빅맨 역할대로 못했습니다. 수비는 팀수비 대인수비 모두 낙제에 리바까지 털린 상태로 트레이드 가치는 최저이기에 1년 더 지켜보는 방법 밖에는 없어보이고요.
자기 공격 비중이 너무 적다고 하니깐 그러면 니가 수비 잘하고 리바운드 잡아서 트랜지션 볼핸들러 포제션을 늘려 공격 기회 잡으라고 말하는 사람이 감독으로 있는 건 마카넨으로서는 분명 크나큰 불행이었겠지만, 빅맨인데 포스트업 득점이나 골밑 득점이 부드럽게 안 된다는 특유의 약점이 여전하다는 마카넨 본인의 문제가 있습니다.
잭 라빈
- 라빈은 분명 자신의 슛들을 시도하며 득점할 수 있지만, 플레이메이커로 쓰기에는 판단과 시야 모두 부족하다.
- 라빈은 이제 더 이상 팀이 부진하는 결정적 이유(the problem)가 아니지만, 그를 2옵션으로 밀어낼 선수가 오지 않는 이상 여전히 팀을 확실한 승리로 이끌 해답이 되지는 못할 거다. 슛을 시도하고 득점하는 건 잘하지만 플레이메이킹이 안 된다는 점과 더불어 고질적인 수비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계속해서 라빈을 1옵션으로 쓰면서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거다.
- 라빈을 2옵션으로 쓰면 활약이 더 좋을 것 같고, 1옵션이 당하는 강한 견제에서 벗어나면 득점 효율도 더 오를 거다.
- 라빈 온코트시에 시카고는 100 포제션당 3.9점을 더 득점하지만, 이때의 오펜시브 레이팅인 107.9조차도 그리 높은 수치가 아니다(리그 백분위 30%급).
여러 의견들이 있는 가운데 라빈이 이미 그의 계약인 4년/78M 이상의 값어치를 해주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지난 시즌 라빈이 발전해야 할 분야로 클러치 퍼포먼스랑 플레이메이킹 2가지를 꼽았었는데, 클러치 야투율 스탯은 별로지만 어쨌든 클러치 WPA는 지난 시즌 0에서 이번 시즌 1.55로 늘었습니다. 이건 좀 재밌는 게 저는 평소에 라빈이 미드레인지를 더 섞어야 된다고 보는데, 이번 시즌 보일런 체제에서는 클러치 때도 미드레인지 많이 줄이고 3점 늘린 게 턴오버를 줄임으로써 클러치 WPA가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저번 시즌에는 페인트존 안쪽으로 갔을 때 불안정한 볼핸들링으로 상대 수비수 제치지 못하고 오히려 턴오버 범하면서 WPA가 많이 깎였는데, 이번 시즌엔 그냥 안쪽으로 안 들어가고 3점을 던져서 들어가건 말건 공격 마무리는 했다는 겁니다.
다만 플레이메이킹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진한데, 드라이브 빈도 상위권들 선수들 중에서 AST%가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도 꼴찌입니다. 그냥 자기가 득점해도 되는 거라 드라이브시의 AST%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건 아닙니다만, 이게 꼴찌급이면 팀에서도 리드 가드로 활용하는데 제약이 크고 동료들 리듬도 별로 못 살리겠죠. 이런 점들이 쌓여서 온코트시에 여전히 부족한 오펜시브 레이팅을 기록한다고 봅니다. 참고로 라빈 말고 다른 약팀의 1옵션급 선수들 온오프 스탯을 찾아보면 팀 성적도 별로고 디펜시브 레이팅이 별로라고 나오더라도 그 선수 온코트시의 오펜시브 레이팅만큼은 라빈의 107점대에 비해 훨씬 더 좋게 나옵니다.
코비 화이트
- 화이트는 올스타전 이후 10경기에서 평균 24.7득점 4.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 시리즈 연재에서 리빌딩팀들을 주제로 이야기 나눌 때마다 반복하는 말이지만, (특히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느 정도 가려져서 탈락이 거의 확실한 팀들은 로터리 확률이나 높이고자 설렁설렁 뛸 수 있는) 후반기 경기들에서 활약한 신인급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과대평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화이트는 이번 시즌 통틀어서 오직 2월에만 리그 평균보다 높은 효율을 기록했는데, 이때 3점을 43%로 성공시켰지만 나머지 달에는 34%의 성공률에 그쳤다. 신인급 선수들이 후반기 경기들에서 반등했다고 그것만 가지고 팀의 미래로 낙점하는 것은 무리다.
- 화이트의 슈팅은 나쁘게 보지 않지만 이번 시즌에 플레이메이커가 될 수 있는 자질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코치들이 좋아하는 타입인 열심히 뛰는 유형의 선수지만, 나는 화이트가 리드 볼핸들러로 성장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화이트가 루키 시즌에 보인 가장 큰 문제점은 수비 상대로 자기 오픈 샷 기회를 만드는 거랑 수비를 끌어들여 동료들에게 오픈샷 기회를 만드는 거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자유투도 잘 못 얻어냈고, 픽앤롤에서 좋은 패서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당연히 올해 데뷔한 루키라는 건 감안해야 하고.
- (저번 시즌 사토란스키 FA 계약에 아치디아카노 재계약에 더해) 라빈과 코비의 백코트 구성원 등 로스터에 가드들이 많지만, 이번 드랲에서 시카고 순번에 남은 선수 중 최고의 선수가 리드 가드일 경우 카르니쇼바스는 (가드가 많다는 이유로) 그 선수를 뽑는 걸 주저하면 안 된다.
리빌딩팀들이 자기팀 유망주를 판단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잘 짚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댓글로도 한번 쓴적이 있는데, 화이트 1년차 성적은 덴버의 자말 머레이 1년차 성적이랑 유사합니다. 낮은 야투율에다 2차 스탯을 보면 per는 아예 11.9로 똑같고 3점 쏘는 비중과 FTr 모두 상당히 유사한데요. 둘 다 슈터겸 핸들러로 쓸 수 있는 유형의 선수이지만 머레이는 대학 시절부터 오프스크린 슈팅이 화이트의 대학 시절보다 훨씬 좋았고, 프로 와서도 좋습니다. 화이트가 비약적으로 오프볼 슈팅 효율을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온볼 공격에서 더 성과를 보여주어야 할 텐데, 골밑 마무리부터 패스까지 발전해야 할 부부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로테이션 이해는 괜찮지만 전체적인 수비 존재감이 생각보다는 별로였고요. 하지만 이번이 루키 시즌인만큼 단점을 잘 보강하여 다음 시즌에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면 오길 바랍니다.
2. 아직도(!?) 감독 자리에 앉아 있는 보일런에 대하여
KC 존슨 기사에 따르면 저번 시즌 존 팩슨 부사장에 가 포먼이 단장으로 있을 때 보일런은 감독 업무 뿐만 아니라, 프런트가 해야 할 잡무(..)까지 담당했다고 합니다. 시카고 프런트가 마켓 규모와 비교해서는 물론이고 그냥 마켓 크기를 떠나서 봐도 소규모의 인력으로 돌아간다는 건 프런트 교체하면서 많이 보도된 내용인데, 보일런이 프런트가 해야할 일까지 떠넘겨 받았다는 건 시카고 뉴스라는 거를 감안해도 황당한 소식이었습니다.
부사장 카르니쇼바스는 NBA에서 감독 역할 하는 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코칭 스태프진을 포함하여 지금 시카고 조직에 있는 사람들을 평가할 때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서 부진했다는 등의 핑계는 통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보일런이 선수들 부상에다 프런트 일까지 받았다는 핑계를 댈 수는 있겠지만 그게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인 겁니다.
이미 몇 주 전 즈음에 새로운 단장 에버슬리와 함께 시카고에 도착한 카르니쇼바스는 자신이 신중한 사람이라면서 아직도 보일런을 포함한 코칭 스태프진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일런과 직접 만나도 보고 선수들한테 코치들에 대한 평가도 듣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지금까지도 보일런이 계속해서 감독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게 썩 유쾌한 그림은 아닙니다. KC 존슨에 따르면 선수들 훈련이나 어시스턴트 코치들 관리, 그리고 드래프트 관련 등 팀의 미래 운영에 대해서도 같이 논의하고 있는 상태로 말 그대로 '지금으로서는' 보일런에게 감독 역할을 완전히 위임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뉴욕 닉스가 여러 감독 후보들을 인터뷰하고 있어서 이와 대비되게 조용한 시카고 행보가 더 의아스럽긴 합니다. 다음 시즌 개막까지 시간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예를 들어 데려오고 싶은 감독 후보가 지금 플레이오프권팀의 어시스턴트 코치라면 그 사람이 기존 소속팀 일정이 끝나고 나서야 새로 부임할 수 있는 것도 맞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시기에 감독 후보들을 인터뷰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로 뉴욕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보일런을 일단 경질해야 인터뷰가 시작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과 이번 시즌 보일런이 경기 내외적으로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종합하면 지금 즈음에는 보일런을 경질하고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경질되지 않을 걸 보고 혹시나 다음 시즌에도 보일런이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신중한 건 좋아도 굳이 답이 뻔히 나와있는 보일런 거취까지 이렇게 고민을 해야하는 건가라는 회의감은 좀 듭니다. 어쨌든 다넬 메이베리의 보도로 토론토의 애드리언 그리핀 / 필라의 이메 우도카라는 2명의 후보에 샴즈도 팟캐스트에서 (무언가 들은 건지 아니면 자기 추측인지는 모르겠지만) 케니 앳킨슨도 시카고 감독 후보로 언급을 한 상황에서 계속 기다려 보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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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시카고 선수들을 그레이드 별로 평가한 기사를 번역할까 하다 귀찮아서 관뒀는데 이런 양질의 글을 항상 써주셔서 매번 감사드립니다.
전반적으로 전부 실망스럽고 어디부터 손을 대어야 하지 참 난감합니다.
코어가 없는 상황인듯해서 답답합니다 ㅠ
특히 마카넨이 이렇게 까지 바닥을 보여줄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번시즌에 ㅜㅜ
카르니쇼바스만이 지금 믿을맨인거 같아 기대가 되나 향후 1~2년 더 암울한 모습을 봐야 하는 건 거의 정해진 일 같아서 참 슬프네요 ㅠㅠ
다시 한번 좋은 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