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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사서들이 당황할 때(by c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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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2-02-22 23:15:51
뉴욕주립대 Albany에서 사서로 근무하시는 배승일 선생님(clio)께서 올리셨던 글입니다. 채선당 일을 보고서 문득 생각이 나서 한번 올려봅니다. 본래 블로그에 쓰셨던 글인데 현재는 폐쇄 된 상태라 링크를 걸지못하고 스크랩했던 원문만 매니아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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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사서들이 당황할 때
 
by clio
 
미국 사회에서 공공 도서관이 차지하는 위치는 한국과 많이 다릅니다. 공공 도서관들의 숫자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역사가 오래 되었기도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일반인들의 교육과 문화 생활 중심에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가면 자신이 궁금해 하는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들이 만물 박사나 되는것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아마 늘 책과 같이 있으니 아는 것도 많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공도서관의 참고 봉사대에는 별의별 질문을 들고 찾아오시는 이용자들이 많습니다. 물론 어린 시절 학교에서부터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배우고 궁금한 것은 물어서라도 답을 찾으려는 그런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때로는 사서들을 황당하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지난 주에 공공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사서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메일링 리스트에서 한 사람이 참고 봉사대에서 받은 황당한 질문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  다른 직업에서도 그렇겠지만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일과 관련하여 농담 삼아 주고 받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고 사서들에게는 이용자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그 중 하나입니다. 누구나 자기 만의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결국 수 십명의 사서들이 그 이메일에 답을 했습니다. 일전에도 한 번 그런 질문들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지요. 이제 다시 최신판입니다.

먼저, 도서관 사서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질문을 하지만 동시에 함박 웃음을 띠게 만드는 이용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어린아이들이지요.


● 서너살짜리 꼬마가 책을 한 권 들고 아장아장 걸어와서 묻더군요." 아찌.. 이게 '책'이야?"

● 제가 받은 가장 어려운 질문은 다섯 살짜리 꼬마가 한 질문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가파른 산이 무슨 산이예요?" 그 아이에게 에베레스트가 가장 높은 산이고  K2는 가장 험한 산이라고 말했지만 원하는 대답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분명 세상에서 제일 가파른 산이 어디엔가는 있겠지요?

● 어린 꼬마가 찾아와서는 물었습니다. "아직 세상에서 발견되지 않은 섬이 있어요?" 그래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섬이 두 개가 있다"고 말해주었지요.^^

● "아직 아무도 탐험하지 않은 동굴의 지도를 찾는데요."

● 한 아이가 책을 보다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저에게 물었습니다. "미이라가 진짜 있어요?"

종종 참고 봉사대에서 일하는 도서관 사서들을 질겁하게 만드는 상황도 생깁니다.


● 이용자께서 종이에 곱게 싼 물건을 들고 오셨는제 종이에 싸인 것은 유리병이 있었고 그 안에는 여러 마리의 바퀴벌레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일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상당히 중상을 입은 놈들도 있더군요. 곤충 도감을 놓고 이용자와 함께 바퀴벌레의 종류에 대해 실물을 보며 한 동안 토론을 했지요. 그 덕에 '독일 바퀴벌레" 가 뭔지도 알았습니다.

● 작년 겨울 어떤 이용자께서 도서관에 오시더니 다짜고짜 참고 봉사대에 얼어 죽은 새 한마리를 던져 놓고는 무슨 새인지 알려 달라고 하시더군요.

● 그건 약과예요. 한 번은 우리 도서관에 큰 상자를 하나 들고 참고 봉사대에 오신 이용자가 있었습니다. 상자를 열면서 "이게 무슨 종류인지 좀 알아봐주쇼" 하시더군요. 아무 생각 없이 상자를 들여다 봤다가 기겁을 했습니다. 상자 안에는 살아있는 뱀이 들어있더구요.

● 몇 년 전 한 젊은이가 참고 봉사대에 다가오더니 가방에서 권총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그 권총의 종류와 그 안에 있는 총알의 종류를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장전된' 권총이었습니다.

● 도서관에 들어오면서부터 머리와 온 몸을 계속해서 긁으시던 한 이용자께서 참고 봉사대에 와서 벼룩과 이에 관한 책이 있냐고 물으시더군요.

공공 도서관의 오후 시간은 수업을 마친 학생들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오는 학생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 학생들이 하는 질문 중에는 사서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게 만들었다가 결국은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질문들도 있지요.


● 한 중학생이 찾아 와서 "말콤 10세" 라는 왕에 관한 책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십 분을 씨름한 끝에 결국 그 학생이 원하던 책은 말콤 엑스(X)에 관한 책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 "프랭크가 쓴 일기는 어디 있어요?" -- "프랑크? (고민 중) 안네 프랑크 말이니?"-- "예 걔요."

● 한 학생이 와서 미국 혁명 기간에 이루어진 중요한 기술적인 발명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혁명' 중에 이루어진 발명에 대해서는 언듯 떠오르는 것이 없더군요. 그래서 솔직하게 "글쎄.. 총이라면 모를까, 달리 생각나는게 없구나" 하고말했더니 "열차는 어때요?"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건 미국 혁명이 있고 나서 한 참 뒤에나 나온 것이라고 해주었더니  "그럼 ... 여자들이 전부 공장에 가서 일하게 만든 그 발명은 뭐죠?" 라고 또 묻더군요. 그제서야 감이 왔습니다. "너, 혹시'산업 혁명' 이야기를 하는거니?" "예 그래요. '산업' 혁명.! "

때로는 도서관이 아니라 다른 곳을 찾아가셔야 할 분들이 도서관에 와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경우는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요.


● 치질에는 불붙인 시거로 지지면 좋다던데 정말이에요?

● 창백한 얼굴에 진땀을 흘리며 쓰러지듯 참고 봉사대에 몸을 던진 한 이용자께서 숨을 몰아 쉬며 질문하셨습니다. " C 형 ...간염..에 ...대한 책은. 어디 ....있지요?"

● 참고 봉사대에 오셔서 물집이 생긴 팔뚝을 걷어 올리시면서 질문하셨습니다. "이거 헤르페스 같아 보이죠?"

● "저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머리가 막 아프고 코피가 나요. 혹시 코피와 날씨 변화에 관한 책이 있어요?"

● 병원 도서관에서 일할 때였지요. 정말 덩치 좋은 아저씨가 이미 깨진 작은 앰플 병을 들고 와서 그 위에 적힌 러시아어 라벨을 보여주면서 이게 무슨 주사약인지 알려달라는 겁니다. 자기 동생이 이 앰플에 든 주사약을 스스로 몸에 주사했는데 지금 상태가 몹시 좋지 않으니 빨리 무슨 약인지 알아야 한다는군요. 의사에게 먼저 갈 것을 권했지만 그 주사약이 불법 약물이기 때문에 의사가 알아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종종 도서관에 대해서 아주 특이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이용자들도 계십니다


● 어제 도서관 문을 닫기 직전 덩치 큰 아저씨가 참고 봉사대에 와서 그러시더군요 " 담배 팔지요? " 그래서 제가 이곳에서는 담배를 팔지 않는다고 말씀드리자 " 이상하네... 전번에는 분명히 여기서 담배를 팔았는데.."

● 저는 지난 해에 참고 봉사대에 와서 "책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하던 이용자가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제가 "어떤 책에 대해서말입니까?" 하고 되묻자 그 분은 "아무 책이나요" 그러시더군요. 우리 도서관에서 가지고 있는 책이 50만 권이라는 사실을 모르셨던 모양입니다.

● "이 많은 책들을 정리하는데 분명 무슨 방법이 있겠지요?" 라고 묻는 이용자께 "아뇨, 그냥 되는대로 던져두지요." 라고 대답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그 분에게 듀이 십진 분류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 드렸습니다.

● 한 이용자께서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은 하나도 도서관에 없다고 불평을 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의 예산이 넉넉치 않아 모든 책을 다구입할 수는 없다고 말씀을 드렸지요. 그랬더니 갑자기 그 이용자께서는 신기한 동물을 보듯 저를 쳐대보시며, "아니 도서관에서도 돈을 주고 책을 구입을 합니까?" 그 분은 도서관에 있는 책은 모두 출판사에서 기증한 책인 줄 아셨다고 합니다.

● "잘못 꽂힌 책들은 어디에 보관하세요?"

● "저...피짜(Pizza) 좀 데워주실래요?"

그리고 많은 이용자들께서 도서관에 오면 무엇이든지 질문에 대답해 줄것이라 믿고 계십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사서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들을 이해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도 합니다.


● 제가 기억나는 것은 무하마드 알 가다피의 전화 번호를 물어오신 이용자였습니다. 우리 도서관에서는 그 정보를 알 수가 없고 리비아의 트리폴리 전화국이라면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대답을 했지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 입니다만 실제 그 분은 리비아에 전화를 해보셨다고 하는군요.

● 며칠 전 저녁에 참고 봉사대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지금 보고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목이 뭐죠? "

● 화형을 당한 잔다르크가 얼마나 오랫 동안 불에 탔느냐고 물어오신 이용자가 계셨습니다. 제 대답은 그랬지요. "미디엄 레어"

● "디트로이트와 달라스의 레스토랑 리스트 하구요, 어느 레스토랑에서 이번 추수 감사절에 칠면조 요리를 하는지 알려주세요."

● "우리 할아버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데요" --- "할아버지 성함이 어떻게 되시지요?" -- "그걸 찾는게 사서가 할일 아니예요?"

● "역사상 지옥에 간 사람들의 이름이 실린 책이 필요한데요."

● "마침 도서관 옆으로 소방차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책을 읽고 계시던 한 부인이 참고 봉사대에 달려와서 물어오셨습니다. "소방서에 전화해서 혹시 우리 집으로 가는 건 아닌지 좀 물어봐주세요."

● "어제 저녁 뉴스 시간에 나온 실종된 여성의 사진을 좀 구할 수 없을까요? 헤어 스타일이 너무 이쁘더라구요. 사진이 있으면 다음에 미장원갈 때 보여주고 나도 그렇게 해달라고 하려구요."

분명 정상적인 질문이지만 사서들로 하여금 웃을 수 밖에 없게 하는, 아니 정확히는 다리를 꼬집어 가며 웃음을 참아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 6개월 정도 되는 아이부터 너댓살이 되어 보이는 아이까지 네 명의 아이를 이끌고 도서관에 들어온 한 아주머니가 물으셨습니다. "출산법에 관한 책이 있어요? " --- "라마즈 분만법 같은 그런 책 말씀이십니까?^^" -- "다른 책은 없어요? 그거 해봤는데 효과 없더라구요."

● 오후 느지막히 중년의 아저씨 한분이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이라는 책이 필요합니다. 오늘 밤이 되기 전에는 읽어야 하는데..."

● 지역의 역사 관련 자료들을 담당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어떤 이용자께서 도대체 어떻게 원시인들이 섹스하는 방법을 알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 분의 설명인 즉, 지금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는 것처럼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을텐데 도대체 어떻게 알았냐는 거지요. 도대체 그 방법을 누가 처음 발명했는지 찾아달라고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때로는 도저히 어디에서부터 대답을 해야할지 대책이 서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과 컴퓨터가 도입된 이후 더욱 이런 질문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 "곤충에 관한 책 말고 벌레들에 관한 책은 없어요?"

● 인터넷으로 갈 수 있는 모든 웹싸이트의 리스트를 달라던 이용자가 있었습니다.

● 어떤 할아버지가 오셔서 그러시더군요. " 도대체 인터넷이 어디있는거요? 주소가 어떻게 되요. 우리 손자들이 늘 인터넷에 들어간다고 그러는데..."

● "DVD도 반납할 때 되감아야 되나요?"

● 혹시 도서관에서 컴퓨터 사용법을 배울 수 있냐고 물어오신 이용자가 계셨습니다. 그래서 참고 봉사대의 업무가 바쁘지 않으면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고 또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컴퓨터 강좌도 있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러자 그 분 말씀이 "그런데 도서관에서 누가 좀 우리 집에 와서 도와주면 안될까요. 컴퓨터를 도서관까지 가지고 오려니 좀 크고 무거워서 말입니다."


종종 이용자들께서는 정작 자신이 알고 싶은 것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거리가 있는 질문을 하십니다.. 예를 들면요 ...


● 어제는 한 분이 오셔서 터키 유목 부족들의 문화에 대한 질문을 하셨어요. 인터뷰 끝에 발견한 사실은 그 이용자께서 정작 필요한 정보는 야드 세일에서 구입한 '터키식'으로 보이는 구리 그릇의 시장 가격이었지요.

● 위의  질문을 보고 나니 예전에 35분 동안이나 한 이용자와 나눈 이야기기가 생각나는군요. 푸른 초원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고 하신 그 분이 진짜 원하던 것은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서 토끼가 구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꼭 이렇게 묻습니다. "정말 알고 싶으신게 뭐예요?" ... 물론 아주 친절하게 묻습니다.

● 미국의 서부를 탐험한 루이스와 클락에 대해 궁금하시면 그냥 루이스와 클락에 대한 책이 어디 있냐고 물으시면 됩니다. 역사책들이 어디 있냐고 묻지 마시구요. 물론 유능한 사서들이라면 진짜 이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국은 알아냅니다만...


하지만 이런 황당한 질문들에도 불구하고 사서들은 언제나 이용자들을 친절하게 맞이 하고 그 분들이 하시는 질문을 신경써서 듣고 또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하려 합니다. 질문이 황당하면 황당할 수록 더 진지하게 들어주고 또 진지하게 대답을 하지요. 그리고 저부터도 그렇지만 도서관 사서들 중에는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사서 자신이 호기심이 생겨 그 질문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 어떤 부인이 전화를 걸어와서 이번 할로윈에 얼마나 많은 사탕을 준비해야 할런지 물었습니다. 바로 대답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전화를 끊고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동료들과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그 지역의 인구 수  및 가구 수, 그리고 할로윈에 사탕을 얻으러 다닐 연령대의 인구 수를 파악하고 그 날의 예상 날씨와 그 지역 범죄율 등의 요소를 고려하면 몇 명이나 사탕을 얻으러 올 것인지 그리고 사탕을 얼마나 준비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 로스 앤젤스의 한 도서관에서 일하던 마지막 말, 마지막으로 질문을 한 이용자께서 전세계 인구의 총수입이 얼마인지 물어오셨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분에게는 한 가지 계획이 있었는데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을 모두 모아서 전세계의 인구에게 골고루 다시 나누어 주면 더 이상 가난한 사람이 없어지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법한 이야기지요. 그 날 저녁 텍사스에서 오신 부모님들께서 제 이삿짐을 싸고 있는 동안 저는 책상에 앉아 전세계 인구의 총수입을 찾아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었습니다. GNP와 GDP의 총합을 내는 것도 생각했습니다.


사람 이름이나 제목을 잘 못 알고 오는 경우는 참 난처합니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유능한 사서들은 결국은 원하시는 책을 찾아 냅니다.


● 한 이용자께서 오셔서 개에 관한 책을 찾으셨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종의 개들을 소개하고 있는 백과 사전을 찾아드렸지요. 그런데 잠시 후 다시 오셔서 자신이 찾는 종류의 개는 그 책에 없다고 다른 책은 없냐고 하시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개를 찾으시냐고 물었더니 "다윈의 비글(Darwin's Beagle)"이라고 하시더군요. 자기 아이가 학교 숙제로 다윈의 비글에 대해 조사해 가야한다고 말입니다. 열심히 찾아 보았지만 관련된 정보는 찾을 수 없었고 그러던 중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어머니는 숙제의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 했던 거지요. "다윈의 비글"이 아니라 찰스 다윈이 쓴 에 관한 리포트를 써야 했던 겁니다. 그 책이 우리 도서관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 "단테의 신곡"을 누가 썼는지 아세요? 카프카 아니면 까뮈일 것 같은데.." ... 이런 질문을 받는 사서들이 주의할 점은 이용자께서 참고 봉사대를 떠날 때까지 절대 표정을 변화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허벅지를 꼬집어서라도 참아야 합니다. 이 질문은 여러 도서관에서 나온 질문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다른 도서관에 있던 한 사서는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자기는 이용자에게 "조지 워싱턴이 타던 백마의 털 색깔이 뭔지 아느냐"고 되묻고 싶었다고 하는군요.

● 미국의 유명한 작가 헤밍스타인(Hemingstein)이 쓴 책이 있습니까?

● 에드가 알랜 푸우(Edgar Allan Pooh)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는데요.

비록 사서들이 이런 황당하고 난처한 질문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웃음을 짓지만 결코 그것들을 가지고 이용자들을 비난하거나 무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랬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사서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이용자들일수록 더욱더 신경을 써서 대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모든 이용자들은 평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일하는 곳이 대학 도서관이다 보니 위에서 나온것과 같은 황당한 경우를 경험할 기회는 적습니다. 그래서 저런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시는 공공 도서관의 사서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 우리와는 문화적인 배경이나 교육 여건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다른 나라이기 때문에 일대일로 비교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래도 도서관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 특히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그리고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으로서의 도서관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믿음은 참 부럽기만 합니다. 이것은 인터넷의 사용이 일반화된 최근에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정보의 신뢰도를 조사한 최근의 연구에서 여전히 도서관과 도서관의 웹페이지가 가장 믿을 만한 정보를 주는 곳이라고 사람들은 믿고 있더군요.

비록 많은 분들이 이용하시지는 않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도서관은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들은 이러한 정보를 다루는 일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십니다. 그러니 혹시 궁금하신 것이 있거든 도서관을 찾아 보십시오. 그리고 참고 봉사대를 찾아 물어보십시오. 각 종 포털싸이트의 '지식인' 혹은 '물어보세요.' 에 올라오는 것과는 전혀 다른 훨씬 권위있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알려주실 겁니다. 그리고 도서관에 가기가 여의치 않으시거든 전국의 공공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께서 함께 운영하고 계시는 "사서에게 물어보세요"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해 보십시오. 인터넷을 이용해 질문을 하고 또 답을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이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웹페이지나 제가 일전에 소개한 글을 참고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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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에 종사하다보면 정말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나기 마련이지요. 황당한 이용자들의 요구도 재밌지만 그 요구를 들은 사서들이 그것을 그냥 무시하기보다는 이용자와 함께 혹은 동료들과 고민해본 흔적들이 드러나는 것도 참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국내의 한 도서관관련 이용자연구에서도 이용자들이 사서들에게 가장 만족하는 것은 '요구했던 답을 찾아줄 때'가 아니라 '최대한 답을 찾아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라는 것, 다시 말해서 필요한 자료를 찾아주더라도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지시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서보다 정작 자료를 찾아주지도 못했지만 함께 찾아보고 고민해준 사서에게 더 만족감을 느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어찌보면 아주 당연한 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근원적이면서도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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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2-02-22 20:50:33

클리오님 글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2012-02-22 21:08:12

요거 재밌네요 

2012-02-22 21:42:39
50만권의 책에서 지리네요...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서울대학교 장서가 400만권 좀 넘는걸로 알고 있는데

동네 도서관이 50만권씩이나 있다니
2012-02-22 23:03:36

서울 교육청 산하 시립도서관 중 제일 큰 곳이 규모가 그 정도 됩니다. 정독도서관과 남산도서관이 그렇죠. 나머지는 대체로 15만~20만권 정도입니다.

Updated at 2012-02-22 22:46:41

퍼가요~......라고 쓰려고 했는데, 스크랩이나 복사를 허용치 않는 글이군요. 이번 것은 블로그가 폐쇄되었으니 거기서 가져올 수도 없고, 인터넷에 있는 것은 정리가 좀 엉망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아서............ 복사 가능하게 글 수정해주실 순 없을런지요.

WR
2012-02-22 23:17:47
바꿔드렸습니다. 배승일 선생님 원문은 출처 좀 부탁드립니다.
2012-02-23 00:46:07

빠른 수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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