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자동
NBA-Talk
/ / / /
Xpert

르브론의 파이널 활약, 그리고 스탯의 존재이유에 대하여

 
  982
Updated at 2016-06-13 03:13:35
정확한 +/- 수치는 모르겠지만 르브론의 이번 파이널 net rating (오펜시브 레이팅 - 디펜시브 레이팅) 은 -2.9로 클리블랜드 주전선수들 중에 두번째로 안좋습니다. 그럼 가장 안좋은 선수는? 예상 하셨듯이 케빈 러브구요 (-22.1로 매우 처참...) 여기에 르브론의 낮은 TS와 높은 턴오버 수치 까지 감안하면 스탯만 보더라도 결코 르브론이 잘하고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대부분 1차 스탯, 그것도 턴오버와 득점효율을 제외한 부분들만 눈여겨 보다 보니 르브론이 잘하고 있다는 착각이 드는것이죠. 사실 깊이 파고들면 이번 시리즈에서 르브론이 고전하고 있다는건 숫자로도 다 드러납니다.

스탯이 모든걸 다 반영해 주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입니다. 숫자로 잘 표현이 되지 않는 경기 흐름이란게 있는데 이 흐름은 스탯으로 잡아내기가 매우 힘들죠. 똑같은 스탯이라도 언제, 어느 지점에서, 누굴 상대로 뽑아냈는지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질겁니다. 근데 겨우 이거 때문에 절대 스탯으론 경기를 파악할수 없다고 단정지어 버리는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단순히 현재까지 개발된 스탯들의 부족함에서 기인한 문제인지 (만약 그렇다면 더 정확한 스탯을 만들어내면 되는거구요), 아니면 원천적으로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농구에 존재하는 지는 명확하지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반대 문제도 존재합니다. 사람 눈으로는 자주 놓치는 부분들이 이후 스탯분석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경기를 시청하다 보면 이 선수가 어느새 득점을 이리 많이 했지? 리바는 언제 이렇게 많이 잡았지? 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만약 스탯이란 도구가 존재 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존재감이 떨어지면서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선수가 과연 제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예로 던컨이 떠오르는군요. 반대로 강렬한 덩크를 찍어대고 화려한 플레이와 패스를 자주 시전하는 선수는 실제 개인 기량보다 과대평가 될 위험이 존재하죠. 또 특정 선수의 효율성을 판단할때도 직접 눈으로 보기 보다는 통계분석을 거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구요.

대다수 사람들은 확증편향 이라는 심리적 오류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스탯을 무시한다는건 결국 자기가 보고 싶은것만 보고 기억 하겠다는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커리를 싫어 하는 사람은 턴오버만 눈여겨 보면서 커리가 30득점을 한 경기에도 못했다고 평가 할 수 있겠죠. 반대로 커리 팬들은 30점 넣은것만 기억하면서 6턴오버를 저지른건 무시할테구요. 사실 스탯이 존재하는 지금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데, 농구란 스포츠에서 객관적 기록 자체를 없애 버린다면 경기 후 관람평이 얼마나 제각각 이겠습니까? 스탯을 무시하면 선수 개인에 대한 평가가 쉬워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 힘들어집니다. 다들 제각각 주관에 따라 해석을 할것이고 고로 객관적인 선수간 비교도 불가능해 지겠죠. 더군다나 아무리 열정적인 NBA 광팬이라도 전체 30개 팀에 소속된 모든 선수들의 82경기를 다 챙겨 보는 경우는 없죠. 겨우 몇경기만 관람해 놓고, 그 제한된 샘플 사이즈에만 기반해서 특정 선수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린다는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구요. 평균스탯의 또다른 유용성은 바로 이런 시대와 장소를 넘나드는 보편성을 보장해준다는 것입니다. 설사 그게 100%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말입니다. 

만약 내가 스탯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있고 켐바 워커의 경기를 한번도 제대로 시청한 적이 없다면, 전 켐바 워커에 대해서 아무런 평가를 할 수가 없고 켐바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더더욱 침묵해야 할겁니다. 결국 전 제가 직접 관람을 한 몇 안되는 선수들에 대해서만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매우 제한된 표본이라 (82경기를 다 챙겨 볼수는 없으니깐요) 부정확하고 왜곡될 확률이 매우 높죠.

사실 이렇에 일일히 다 나열하지 않더라도, 객관적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각자 경기를 관람한 소감에만 따라 선수를 평가할때 생기는 문제점들에 대해선 다들 알고 있을겁니다. 반대로 경기를 직접 시청하지 않고 기록지만 보고 선수를 평가할때 벌어지는 문제점들도 많겠구요. 그래서 뻔한 소리일수도 있지만 가장 합리적인 결론은 둘다 참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사람 눈보다 기록이 더 정확할때가 있겠고, 반대로 기록보다는 사람 눈이 더 정확할때도 존재할겁니다.

인공위성으로 지구를 촬영하여 사진으로 증명해 내기 이전까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수학적 계산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지식이었습니다. 사람 눈으로 보고 느끼기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것이 당연했구요. 그래서 수학적 지식이 보편화 되기 이전의 전근대인들은 지구는 무조건 평평하다고 봤었고, 이런저런 계산을 들먹이며 지구가 둥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마 당시엔 미친놈 취급 받았을겁니다. 하지만 어느것이 진정한 팩트였는지는 현재 우리 모두 다 알고 있죠.

전 스포츠에서 스탯은 바로 이런 기능을 한다고 봅니다. 물론 종종 계산 착오로 인해 지구가 사각형이라는 잘못된 결론이 나올때도 있을겁니다. 그러면 계산을 더 정교화 하고 분석을 더 철저히 해내서 현실을 더 잘 반영하게 해야지, 그런 오류들로 인해 스탯이란 도구의 근본적 가치까지 깎아 내려선 안된다고 봅니다.

내가 잠시 헛것을 봤다고 해서 내 눈이 근본적으로 잘못된게 아니듯이 말이죠.
12
Comments
2016-06-13 02:38:40

어떻게 글을 이렇게 잘쓰는지..

2016-06-13 02:40:52
재밋게 읽었습니다 여기 1따봉이요~
2016-06-13 02:42:20
 추천이 없어져서 따봉으로...
2016-06-13 02:48:55

역시 언제나 중요한건 균형이죠(이렐리아 : 균형은 어디에나 깃들어있지... )

매니아내에서 스탯을 중요치 않게 보시는 분을 저는 본적이 없네요. 스탯은 우리가 스포츠를 볼때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도구임이 분명하다는데 의의를 두실 분들도 안계시리라 봅니다. 다만 객관적이라 해서 스탯을 100% 신뢰하는 것 또한 굉장히 바보같은 일 이라는 것을 다들 잘 알고 계시리라 보구요.

결국 이런 스탯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건 르브론과 커리의 플레이오프, 파이널에서의 부진하고 실망스러운 경기, 에이스 답지 못한 셀렉션, 하지만 막판 스퍼트로 올려놓는 '잘 쌓여진 이쁜 스탯'이 이런 이야기들을 만든다고 보여집니다.

결국 결론은 스탯은 선수를 보는 지표중 가장 객관적인 도구이나 이것이 해당 게임에서 위력적으로 발휘 됐는지 100% 보장하지 않는다 정도 일거고 우리가 에이스들에게 바라는 것은 스탯도 스탯이지만 소위 말하는 '하드캐리'하는 그림을 보고 싶기에 아마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쓰다보니 이상한 글이 되버렸네요..

결론은 5차전 골스, 클블 둘다 힘냅시다! 화이팅!

2016-06-13 02:56:41

아직 농구는 야구만큼 2차 스탯이 적립이 안되서 

모든 수치가 높지 않으면 A라는 수치가 높아서 이 선수가 더 좋은 선수야
B라는 수치가 높아서 다른 선수가 더 좋은 선수야 이렇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PER 1,2,4등이 모여서 르브론이 좋은 동료를 얻었다고 하시던 분이
PER는 낮지만 다른 2차 스탯이 높아서 어빙은 좋은 선수라고 하시는데
이제 지쳐서 딱히 대응조차 못하겠네요. 
2016-06-13 03:01:10

흔한 내로남불식 논리죠. 모로가도 서울만가면 된다는 말처럼 목적을 위해 수단(논리)이 별로 중요치 않게 된 경우죠. 그러나 실제로 어빙은 좋은 선수입니다,

2016-06-13 03:07:01

동안의 드리블러죠. 

2016-06-13 04:05:45

어빙은 노안이죠

2016-06-13 03:06:52

어빙은 좋은선수가 맞죠.

2016-06-13 03:11:46

물론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이디는 파커지만 파커에게 미안하게도 제 넘버2 현역선수는 어빙인걸요.

다만 르브론이 좋은 선수들과 뛰었다고 강조하기 위하여 (실제로 좋은 선수들과 뛰었다고는 생각합니다.)
이선수에게는 이런 기준을 그 기준에 안맞는 다른 선수에게는 다른 기준을 제시하며 
좋은 선수다라고 강조하는 분들이 많아서 
처음엔 짜증나다가 이제는 그냥 그 분들의 수준이구나 생각되네요.
2016-06-13 06:39:09

글 정말 잘 쓰시네요.

Updated at 2016-06-13 09:54:17

글을 정말 잘 쓰셨네요

본문에도 쓰셨지만 스탯 불신이 문제가 아니고 일부 어긋난 팬심들이 자기가 필요한 수치만 가져와 프레임 효과를 누린다는게 문제죠.

대표적인 예로 최근 핫한 르브론이죠
경기를 보신분들은 르브론이 안좋단걸 알지만 르브론은 스탯세탁이던 머던(볼소유율과공격횟수자체가 높으니까)최종누적득점은 평타 이상 나오죠.
그러면 그것만 발췌해서 르브론은 할거 다 했단 얘기가 나오는 거구요.
근데 그걸 보고 반박 할 말이 마땅치 않다보니 보이는 스탯이 다가 아니란 말로 응수하게 되는거죠.

글쓴분처럼 효율성 지표를 가져와 반박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이 그정도 전문성? 까진 아닌게 아쉬운 부분이네요^^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