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사라진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흔히 자연선택 이론으로 불립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생물의 개체들 사이에는 생존을 위한 경쟁이 늘 일어나고 있는데, 자연계의 생활 조건에 잘 적응한 것만이 살아남아서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자손에게 전하고 이런 식으로 대를 이어가면 적응된 형질도 조금씩 변하여 조상과는 다른 형질을 가진 종으로 차츰 변하게 된다는 학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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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자연선택설은 검증된 이론으로 받아들여짐으로 인해 현재에는 자연선택의 원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얼마 전 외신에서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이 특이하게 적용된 예를 보도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 코끼리의 상아에 대한 내용입니다. 인도코끼리는 수컷에게만 상아가 있는데, 아프리카코끼리는 암수 모두 상아가 있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상아를 노리는 인간의 코끼리 사냥을 오래 지속되다 보니 큰 상아를 가진 코끼리는 인간에게 사냥당해서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상아가 작거나 없어서 인간의 표적이 되지 않은 코끼리들이 살아남게 되어, 현재 아프리카 코끼리 상아의 크기는 1세기 전의 절반 수준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코끼리는 상아를 사용해 먹이를 찾고, 나무를 캐고 가지를 움직이며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합니다. 그래서 상아가 없거나 작은 상아를 가진 코끼리는 다윈의 자연 선택이론에 의하면 생존해서 후손을 남기기에 불리할 거 같지만, 인간이 개입된 새로운 자연에서는 상아가 없어서 인간의 밀렵을 피해 살아남은 코끼리의 유전자가 후세에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내전이 종료되어 코끼리 밀렵이 전면 금지된 현재에도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의 암컷 코끼리의 30%가 상아 없이 태어난다고 합니다. 유튜브 영상에 해당 상황이 잘 설명되어 있어 영상을 첨부합니다.
아프리카 코끼리의 상아 같은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인간이 자연 속에 들어가는 순간 자연은 불가피하게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지구에는 70억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는데, 인간의 손에 변화되지 않은 야생의 자연은 요즘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람은 숨 쉴 공기가 필요하고 마실 물과 먹을 식량 그리고 살아갈 곳이 있어야 합니다. 아마존의 열대우림도 더 이상 현상유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에 직면했고, 지구 최대의 삼림지역인 북쪽의 타이가도 인류는 위험한 수준으로 갉아먹고 있습니다. 얼음으로 뒤덮은 극지조차도 인간으로부터 유래된 기온 변화 때문에 모습이 바뀌고 있습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인류가 들어가는 순간 동물들에게 낙원 같았던 자연의 환경은 무너집니다. 과거에도 인류가 각 대륙으로 이동하자마자 그 지역의 동물군들은 멸종하기 시작했습니다. 북미 대륙에서는 약 1만여년 전에 인간이 도착한 후 불과 몇백년 만에 대형 포유류 45속 중 최소 30속이 사라졌습니다. 멸종 동물에는 매머드와 마스토돈을 포함한 거대 코끼리 종류들과 이들을 잡아먹었던 검치호랑이 등이 포함됩니다. 그로부터 2천년이 지나 인간이 남하를 계속하면서 남미의 대형 동물들에게는 더 큰 재앙이 닥쳤습니다. 58개 속 중에서 최소 45개 속이 몇백년 안에 멸종했습니다. 지금부터 고작 1천년 전 마오리족이 뉴질랜드에 도착했을 때 키가 2미터가 넘는 타조류인 15종의 모아(moas)들이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모든 종류의 모아들은 마오리족이 도착한 후 순식간에 멸종해버렸습니다.
사람은 적어도 수만년 전부터 자연과 동물에 대한 우월의식을 갖고 있었고,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환경과 자연의 원리는 물론 생명의 사슬고리까지 정복하려고 합니다. 철학과 종교는 예부터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동물에 대한 우월감에 있어서만큼은 철학과 종교가 한술 더 뜨기 때문에, 인간은 통제 불능일 정도로 수많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갈수록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가끔씩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에게 자연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지구를 떠나서 인간은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연과 지구는 과연 인간을 필요로 할까요? 어제(토요일)는 10시간 넘게 채점을 해서 지금 글을 올릴 상황이 아닌데도 이 말을 하기 위해서 타이핑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제 올린 글에서 소아마비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Jonas Salk) 박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분이 남긴 의미심장한 말이 떠올라 글을 안 쓸 수가 없었습니다. 소크 박사는 자연과 인류에 대해 이런 말을 남기셨습니다.
“If all the insects were to disappear from the earth, within 50 years all life on earth would end.
If all human beings disappeared from the earth, within 50 years all forms of life would flourish.”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사막 지대를 빼놓고 세계 전체가 빠르게 숲으로 뒤덮일 것입니다. 2천년이 넘게 지속된 마야 문명이 몰락한 이후 유타칸 반도의 원시림이 빠른 속도로 사원 건물들을 뒤덮어 몇백년 후 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도록 건물을 파괴시킨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사람이 살지 않은 집이 얼마나 빨리 폐허로 변하는지는 우리 부모님 세대만해도 너무 잘 알고 계십니다.
소크 박사의 말씀대로 지구에서 인류가 사라진다면 50년 안에 모든 종류의 생물들이 번성할 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지구의 겉모습은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변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구와 자연은 인류가 사라진 것을 반길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지구와 자연은 어떤 평가도 안합니다. 제가 인류의 일원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인류가 사라진 지구는 그 의미도 함께 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사라진다면 누가 지구의 아름다움을 찬양할까요? 누가 지구의 환경변화를 걱정해 줄까요? 그 이전에 지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누가 알아줄까요? 아무도 알아주고 기억해주지 않는 지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조금만 생각해봐도 인간이 사라진 지구는 얼마나 허망할지 상상이 가실 겁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 글을 만드신 분의 삶은 제가 전혀 존경하지 않지만, 이 문구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가슴속에 와 닿습니다. 우리가 먼저 자연과 지구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소중히 생각할 때, 자연과 지구는 그만큼 우리에게 가치 있는 것이 된다는 생각에 저는 제가 살고 있는 행성을 한없이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이상은 기분 내키는 대로 쓴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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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서 조금 적어보겠습니다. 만약 아주 객관적인 입장이 되어서, 예를 들자면 화성의 외계인이 와서 공정하게 지구를 살펴보게 되면, 인류는 지구에서 가장 최악의 생명체라고 판단하게 될것입니다. 다른 모든 생물들이 먹이사슬에 따라 필요하지 않는 살생은 지극히 적으며, 생명체의 삶의 기반이 되는 자연의 훼손은 인류가 하는 그것에 비하면 미미할 정도이고 오히려 도움이 될때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살생을 많은 이유로 합니다. 식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미용에 사용하기 위해서, 보기에 혐오스러워서, 재미로, 취미로, 인류의 편의를 막는다는 이유로 등등. 자본주의가 인류의 대표적인 사상이 된 이후에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문에 쓰신 내용에 참 공감이 갑니다. 이렇게 피해를 입히는 인류가 만약에 사라져 버린다면, 지구가 아무리 아름답고 환경적으로 좋아진다고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습니다. 환경을 중시하는 편이지만, 공룡이 뛰어다니던 지구의 쾌적한 자연 환경말고 지금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지금의 자연 환경만이 의미를 가지게 되네요. 중세시대 프랑스 왕궁의 식사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당장 눈앞에 라면만이 의미를 가지는 것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