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아픔이라는 게 뒤늦게 찾아오기도 하는 군요. 위로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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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4-11-23 09:59:34
저는 이 나이먹도록 연애를 4번 정도 해봤습니다. 정말 나쁘게 헤어진 친구도 첨으로 고백하고 만났던 친구도 이제는 얼굴도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헤어진 친구에 대해서는 모든 게 아직 생생합니다.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말이죠.
참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제가 가장 안 풀리던 시기에 절 만나서, 항상 응원해주고, 우울증약을 먹을까 고민했던 정도였는데 그 친구 때문에 제 마음이 다시 양지로 나올 수 있었죠.
동갑이었기에 같이 결혼생각까지 했었고요.
그렇게 둘이 죽고 못 살았는데, 연애를 길게 해보지 못한 저에게 권태기가 찾아왔습니다. 그친구의 사랑 혹은 구속이 좀 귀찮게 느껴졌고, 그친구는 결혼을 바랐지만...
저희 어머니(아버지는 항상 어머니편)는 그 친구가 고아(특이하게 꽤 부유한 편에 속하는 고아였습니다)라는 이유로 '고아는 내며느리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결혼전제교제를 완강히 반대하셨던 지라...
눈물흘리면서 헤어지지 말자는 그 친구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계속 미안한 감정이 제 맘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후 서로 한두번씩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1년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고, 저도 그 친구를 점점 지워갔습니다. 아주 아주 가끔씩 그친구 카톡을 찾아봤는데 제가 그 친구에게 첨으로 선물했던 물건이 항상 카카오스토리에 ㅜㅜ 표시와 함께 있었죠.
헤어지고 나니 저도 그 친구를 참 사랑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제가 일도 했고, 시험도 준비하고 있어서, 새로운 사랑을 찾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붙잡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9월쯤 그친구 카스를 봤는데 저에 대한 흔적이 모두 지워졌더라고요. 소식도 궁금하고 그래서 톡을 보냈는데 저를 차단했더군요. 그때 조금은 감지했는데(인기도 많은 친구고, 사실 이쁜 나이에 남자친구 안 생기는 게 이상한건데) 요즘 힘든일이 많아서 그런지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술먹고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연락하는 게 가장 바보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이날 이때가지 그런짓을 하지 않았는데 맥주한잔하니 문득 그친구 소식이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그친구 집이 드라마나 영화에 왜 이렇게 자주 나와서 절 힘들게 하는 건지;;;
전화를 했는데 제 번호를 지운건지 제 목소리듣고 놀라더군요. 밖인 거 같아서 사과하고 끊었습니다.
그러다가 새벽쯤 연락이 왔더라고요.
저에게 온 메시지는
'한동안 니 생각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얼마 전에 좋은 남자를 만났다. 너도 나한테 미안함 가지지 말고 좋은 사람 빨리 만나서 행복해지길 바란다. 너에 대해 좋은 기억이 많은데 진심으로 좋아해주고 기억해줘서 고맙다. 그때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 준비하던 일들도 잘 되고 지금 하는 일도 잘되길 바란다. 남자친구가 너한테 연락오는 걸 좋아하지 않을테니 서로 연락은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항상 행복해라.'
진짜 여자 때문에 우는 건 바보같은 짓이고 이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밤에도 이 메시지 보고 눈물이 나고, 오늘 이글을 쓸 때도 왜이렇게 눈물이 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단순히 미안함의 눈물도 아니고 사실상 첫사랑이 새로운 남자를 만나서 슬퍼서 우는 건 더더욱 아니고요. 그냥 그친구가 저를 잊게 되는 것도 슬프고, 제가 그 친구를 잊어야 하는 것도 슬프네요.
저도 빨리 올해연말이나 내년쯤에 좋은 사람을 만나야 겠어요.
미안함과 함께 간직했던 그 친구의 미소도 이제 완전히 잊어야 겠네요.
그렇게 어리지 않은 나이에도 정말 소년소녀처럼 이쁘게 사랑했고...
이제는 그 친구집 앞에서 그친구를 기다릴 때 그 설렘과 반갑게 뛰어오던 그친구 모습을 서서히 지워야 겠습니다.
글이 길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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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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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로도 위로가 됄수는 없을거에요. 다만 조금이나마 말씀을 드리자면... 다 그렇게 잊혀져가는것 같아요. 저는 안좋게 끝난 사람과 요즘도 수도없이 마주치며 지나가는 상황인데...(대학생인지라...) 처음엔 볼때마다 정말 밉고 꼴보기싫고...그사람도 그랬겠지요... 그런데 나중엔 항상 마음속으로 응원할테니 열심히 잘살기를 기도하게 되더라구요... 그냥 그 슬프고 그리운 시기가 조금 늦게 찾아오신것 뿐이에요. 그렇게 그 기억이 좋았던 추억이 되느냐, 생각만해도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느냐는 순전히 그 기억을 가지고있는 나 자신의 몫인거죠. 그냥 그 추억은.. 우리가 살다가 가끔씩 옛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 심심할때마다 들춰보는 먼지쌓인 앨범처럼, 그렇게 한번씩만 들여다보면 그걸로 족한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따금씩 떠올리고 그땐 그랬었지 하면서 다시 한걸음 나아가는거죠. 마음속으로 그분 항상 응원해주세요. 미련도 슬픈것도 아쉬운것도 없이, 그저 항상 행복하기를 가슴속 작은 한켠에서 응원해주세요. 글쓴이님 가슴속 전체에서 그정도 지분(?)은 줘도 괜찮습니다. 좋은 기억을 준 사람이니까요. 대신 뒤는 돌아보지 말고 그냥 자기길을 쭉 걸어가는것. 그것이 헤어진 우리에겐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보다 형님이신것 같은데, 괜한 훈수둔것 아닌가 염려되네요... 하하;; 기운내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