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 아직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올해들어 몸이 급격히 노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허리아프고, 허벅지는 점점 얇아져 가고, 전에 없던 치질도 생기고, 면역력은 점점 떨어져서 이틀에 한번꼴로 비염이 생기고 했어요.
더 큰 문제는 정신적으로 약해지는 것이었어요. 게으름이 온몸을 지배하고, 의지력은 점점 나약해져서 새로운것을 시작할 의지도, 정신력도 바닥이 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만 41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번 인생은 그냥 이렇게 별볼일 없이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온 정신을 지배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젊었을땐 참 에너지가 넘쳐흘렀었는데 말이죠. 20대때는 내가 정말 성공한 인물이 될줄 알았었는데, 30대에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10년간 패배감에 절어있다보니 자꾸 주변사람들과 비교하게되고, 비슷하게 출발했던 친구들은 모두 저 앞에서 달려가고 있어서 스스로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올해 3월달이었습니다. 평상시같이 저녁에 와이프랑 과자먹으면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와이프가 "요즘 별일없지? 너무 걱정하지마, 아프지만마"라고 하는데 너무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제 아내는 결혼후 3년동안 저에게 "돈"과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생활적인 부분은 가끔 잔소리를 하는데 "돈"은 제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의도적으로 얘기를 안하는게 느껴졌었습니다. 그러다가 본인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에 너무 불안할때면 큰소리로 엉엉울고 끝내는게 다였어요. 근데도 저는 그냥 막연히 약간의 거짓말과 변명을 하며 시간을 보내왔던거였죠. 갑자기 너무 한심하고 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나를 바꿀수 있는게 모가 있을지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근 5년동안 운동을 한번도 안했었습니다. 과장한번 안보태고 단 한번도요. 게다가 코로나 이후엔 재택근무라는 늪에 빠져(혼자하는 사업 재택근무는 정말 무서운겁니다, 여러분), 주말에 와이프랑 데이트 나가는것 이외에는 거의 집을 나가지 않았어요. 어렸을땐 주위에서 "넌 운동하려고 유학왔냐"라는 소리를 들을정도로 운동을 좋아했었는데, 사람이 이렇게 바뀌더라구요.
초등학교 6학년때였습니다. 저는 학교대표로 서울시800m 초등학생 대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매일 아침 6시반에 학교에 도착해서 매일 30분씩 뛰었었고 결국 대회에서 1등을 했었습니다.
와이프랑 대화하던 그순간에 신기하게도 그 생각이 났어요. 지금 나의 나태하고 무기력한 상황을 벗어나려면 스스로가 조그만 성취라도 다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부터 바로 뛰기시작했습니다.
너무 오래몸을 방치해서 체력, 근력 모두 바닥수준이라 몸이 너무 힘들어 처음엔 1.5km밖에 못뛰었지만 3주차인 어제 드디어 5km를 뛰고 나니 무언가 기분이 너무 좋네요.
기록은 신경쓰지 않고 21km라는 목표를 달성할때까지 그냥 계속 뛰어보려고 합니다. 그때가 되었을때 무언가 작은 변화를 만들 용기와 열정이 저에게 다시 생겼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지금 이순간만큼은 다시 달려볼 수있는 의지가 아직 남아있음에 감사할따름입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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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운동에 소실이 있으셨으니, 단기간에 하프는 달성하실겁니다. 저같은 운동에 소질 없는 사람도 이번에 하프 성공했거든요. 러닝은 정말 좋은 운동 같습니다. 다른 운동 대비 돈도 크게 안들구요. 부상없이 즐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