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자동
Free-Talk

멋진 책 소개 #24 복학왕의 사회학 - 최종렬

 
5
  509
2019-11-28 17:01:28

1. 기안84의 대표작은 [패션왕]과 [복학왕]이죠. 우기명이라는 자신의 페르소나를 통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갔습니다. 특히 [복학왕]에서 그려지는 리얼한 '지잡대생'의 모습들은 공감이 가기도 했고, 그 세대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으로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냥 혀를 차면서 비웃을 만한 이야기이지만, 복학왕으로 대변되는 '찌질한' 지방대생의 문제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고 뿌리가 상당히 깊다는 이야기를 저자는 하고 있습니다. 


2. 우선 기본적인 내용은 사회학자인 저자가 지방 사립대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게 되는 의문점과 행동양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주제들이 나옵니다. 이 책의 기본은 논문이기에 사회학 이론적으로 그들의 행동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논리를 전개해 나갑니다. 그리고 꽤 그럴듯한 논리로 그들 행동의 근원을 추적해 나아갑니다. 


3. 그 논리의 토대 위에 저자는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파고들어갑니다. 핵심 내용은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내용들을 참고하시면 될 겁니다. 다들 요약 정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그 정리된 내용들만 보더라도 머릿속에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들이 눈에 보일 겁니다. 


4.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마치 남들이 속된 말로 '저 지잡대생들'이라고 말할만한 사람들의 인생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거기에 현미경까지 들이미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성장하였고, 그들이 어떤 삶의 궤적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며 어떤 미래가 열려있는지에 대해 파고듭니다. 이는 저자가 이 대상이 되는 학생들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각 학생들이 어떻게 살아오고, 노력하고, 좌절하고, 체념하고, 혹은 소수이지만 성공해 나아가는 이야기들을 풀어냅니다. 이 책의 진가는 바로 그 이야기들 안에 있습니다. 마치 다른 영화에서는 그냥 단역 '양아치1'처럼 사회적 관심이 없던 '복학왕'들을 [똥파리]에서처럼 애정을 갖고 파고들어 직시하는 느낌입니다. 


5. 이 지점에서 이 책은 뜻하지 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들이 살아온 과정이나 그들이 해왔던 고민들이 결코 제 인생과 다르지 않고 어느 순간에는 그들이 힘겨운 세상을 잘 이겨내주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물론 점점 시대가 변하면서 약해지기는 했지만, 대학 졸업장이라는 '결과물'이 사회에서 가지는 힘은 크고 굉장히 냉정합니다. 초중고 12년의 결과물로 인생을 '패배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서울/수도권에 존재하는 소위 '인서울'한 학생들이 승리했다는 느낌으로 산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엔가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패배감들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쟁에 밀려 '아무 꿈이 없다'고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점점 더 많이 들리는 건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 


6. 점점 더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 되어가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지 수도권과 지방에 대한 문제들이 불거져나오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저자는 그 문제들 앞에 정면으로 맞서고 문제가 있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 외침이 부디 공허한 것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4
Comments
2019-11-28 17:57:59

아주 흥미로운 책입니다.

WR
2019-11-28 18:22:23

점점 읽어가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란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Updated at 2019-11-29 01:43:24

 요즘 사회학계에서는 앵간한 한국 문제는 가족주의로 환원시키는게 대세인데 이 책 역시 그랬습니다.

한국 가족 형태에 관한 양적 연구가 시급해요. 저는 궁금한게 사회학자들은 그러면 가족을 어떻게 이끄는지 한 번 보고 싶더라구요.

WR
2019-11-29 07:49:39

가족이라는 단위가 사회의 기본 단위이니까요. 많이 고민해봐야 할 일이죠.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