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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란 무엇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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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6-20 13:53:39

 

 * 우선 여기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일뿐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참고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블루오션 레드오션

 

- 제가 10대 때 꿈이 락커였습니다. 10 MTV를 보며 성장했고, 로망을 키웠죠. 그런데 막상 20대가 되어보니 락음악은 사행길로 이미 접어든지 오래되었습니다. 락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비틀즈가 나오던 시절을 보면(물론 비틀즈는 엄청 대단한 아티스트입니다) 잉베이 맘스틴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지금으로 치면 너무도 평범한 기타 실력과 가창력으로도 락의 조상으로 신격화되었습니다. 그리고 6,70년대에 딥퍼플, 레드제플린이 등장할 수 있었고 모두 전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가 되면 웬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저 흔하디 흔한 기타리스트로 보일 뿐이었죠. 기타도 헨드릭스 이후로 새로운 주법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벨헤일런의 테핑주법 정도?) 1990년대에 와서는 심지어 이런 락이 사람들에게 지겨워졌는지 스니커즈에 헐렁한 청바지 차림의 노숙자 룩을 한 커트 코베인(너바나)이 나와 고음도 안 되고 기타 솔로도 안 되는 실력으로 얘들 장난감으로 취급받던 꾹꾹이 이펙터로 락음악계 뚝배기를 깨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바로 몇 년 안 가 락 반주에 랩을 하는 밴드도 등장하였고, 당시 음악을 즐겨 듣던 저에게 도대체 이 흐름이 뭔지 이해도 못하고 그저 친구들과 "난 누구 빠야, 넌 누구 빠야" “저건 락 정신이 아니야, 지극히 상업주의라고…!!”하면서 바보같은 논쟁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 제가 20대 때는 꿈이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한참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 등등..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열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진출할 무렵에서는 영화감독 지망생이 너무 많아서 영화 지망생들이 죄다 재야에서 단편이나 허구한날 찍고 알바나 하면서 연명하게 되었습니다. 몇 천명 중 겨우 1~2명 정도나 입봉할 정도였죠. 그리고 그 입봉한 감독들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요? 요새 극장가를 보면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심지어 이제 감독도 아닙니다. CG기술의 등장으로 영화는 더이상 감독의 예술이 아닌 기획사/제작사의 기획의 예술이 되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나 마틴 스콜세지, 구로자와 아키라와 같은 거장 공룡들의 시대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놀란 감독정도(?)만 남아서 분투를... 심지어 저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감독이 누군지 기억도 안 납니다. 마블만 기억나네요

 

- 사회에 더 나아가서 전공을 살려 광고/디자인 일을 했는데, 제 위의 10년 선배들은 그야말로 날라 다녔습니다. 그런데 제 때에 와서는 디자인 툴이 하향 평준화되어 너도 나도 노트북에 포토샵 깔고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었으며, 이런 상황을 알게 된 광고주들은 알바생들을 후려치며 그야말로 디자이너들은 살아남기 위에 허구한 날 밤새며 박봉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명절날에도 밤새며 마감을 해야 하는 갑질을 당하며 "이게 뭘까?" 했습니다.

 

- 당시까지는 저는 '?라는 질문을 계속 던졌습니다. 제 인생의 이러한 무수한 실패의 원인들을 못 찾아 스스로 자괴감과 분노에 몸서리치며 방황하였었습니다. “내가 부족한가? 능력이 안 되나?” 스스로 자책하였죠. 그러나 더 나이를 먹고 여러 사업을 겪으며 깨달은 바로는 모든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일정한 법칙 하에 인생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 돌아보면 제가 늘 추구하고 하려고 했던 것은 지극히 '레드오션'적인 것이었습니다. 이미 누군가에 의해 과거에 완성된 영광에 매료되어 그것을 저도 제 때에 이루고 싶었던 것이었죠. 그러나 그 좋은 시절은 이미 대중들에게 공개된 그 때 그 시절에 이미 끝났습니다. 그 이후는 개때로 그 시장을 향해 몰려가 고인물이 썩은물이 되고 썩은물에 다 같이 죽을 뿐인 거죠. 저도 그 불상한 불나방들, 불상한 개미들 중 하나였던 것이죠.

 

 

4.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그 판단 기준점은?

 

- 사실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의 판단 기준은 칼로 자르듯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시장은 진화 단계별로 10~20개 혹은 그 이상으로 얼마든지 나눌 수 있을 뿐, 딱 이분법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죠. 하지만 사업을 진출하려는 사장에게 고민은 진출 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입니다

 

- 제 기준에서는 우선 레드오션은 간단하게 '내가 저 시장의 현재 플레이어들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는가?'입니다. 답이 아니라면 그건 레드오션으로 진입하면 안 되는 시장입니다. 진입해 봤자  실패 할 것이고, 점유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그럼 제 기준에서 블루 오션은 이겁니다. '아직 수요도 없고 공급도 없는 시장으로. 잠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아이템)을 나만이 구현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 과거(이제는 과거네요...) 아버지가 발효기술자라서 유산균 사업을 하셨었습니다. 저도 곧 여기 참여하지만, 당시는 2000년대 후반대로 유산균 건강기능식품 시장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유산균이라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3대 아이템(홍삼, 비타민, 유산균) 중 하나가 되었지만, 당시는 정말 수요가 없었습니다. 다들 요플레 먹거나, 김치 먹거나 하면 된다고 여기던 시절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나 보고 세균을 먹으라고?" “세균 팔아 돈을 번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하던 시절입니다. 시장이라고 해봤자 암웨이 같은 다단계 업체나 일부 약국체인 정도였었죠. 그러나 이후 웰빙 바람이 불면서 가득이나 술 많이 먹고 맵고 짠 음식 많이 먹어 장 트러블이 많은 한국인들에게 유산균은 효자 상품으로 거듭나는 것을 제 눈으로 봤습니다. 이 때 인생에서 처음으로 "... 이게 블루오션이란 것이구나... 여기 미리 가서 선점해서 장벽을 쌓아야 사업이 되는구나..." 했습니다.

 

 

5. 블루오션에 먹힐 아이템이란 무엇인가?

 

-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도 있고 새로운 상품도 개발할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늘 하는 말이 아직 수요가 없다입니다. 수요가 없고 시장이 없어서 진출 못하겠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계속 레드오션에 경쟁력 없이 진출해 피를 봅니다. 그러나 제가 겪어 본 바로는 블루오션이란 수요가 없는게 아닙니다. 사실 수요가 있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이미 누군가가 공급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수요가 없다는 말은 사실 공급이 없어서 수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고기가 없는 세상에 사는 사람에게는 고기에 대한 수요 자체가 없습니다. 고기라는 거 자체를 모르니까요. 다만 생물학적으로는 단백질원이 필요한 잠재수요가 있을 뿐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고기를 맛 보여주면 왜 이걸 이제야….”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블루오션이란 아직 시장이 작은 시장을 말하는 게 아니라, 아직까지 잠재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시장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 그렇기에 제 기준에서 블루오션에 먹히는 새로운 아이템의 기준은 소비자가 느끼기에 "왜 그동안 우리는 이거 없이 살았지?" 하게 느껴지는 것들입니다즉 자신도 모르는 잠재 수요를 커밍아웃 하게 만드는 상품인거죠.

 

- 일 예로 스마트폰은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기까지 수요가 거의 없는 상품 군이었습니다. 블랙베리나 당시까지 존재했던 여타 일명 PDA라고 하는 스마트폰들은 당시 소비자들에게는 굳이 저렇게까지 휴대폰을 작은 컴퓨터처럼 헤비하게 써야하나?”했죠. 그러나 잡스의 그 유명한 아이폰 발표 영상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키보드를 없애고 터치 스크린으로 모든 것을 하게 만들며, 인터넷이 되고 등등등을 혁신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이제 이거 없이는 못 살아..”하게 만들었죠. 공급에서 솔루션을 내자 수요가 생긴 겁니다.

 

- 하지만 새로운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늘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패러독스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한 예로 인류의 레드오션 중에서 진짜 끝까지 간 레드오션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현대미술'입니다. 과거 램브란트나 다빈치가 한참 사실주의를 하다 표현주의나 피카소로 대표되는 입체주의... 여기에 엔디 워홀의 포스트 모더니즘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 왜 우리는 그동안 그림을 1차원적인 개념으로 사실적으로만 그리려고 했을까? 이렇게도 할 수 있는데 말이지...?"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현대미술을 보면 "... 굳이 저기까지 가야 하나? 굳이 더 알고 싶지 않다." 싶습니다너무도 새로운 혁신의 패러독스에 빠져서 자기들만의 리그가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 소비자가 이해를 못 하는 것 조차도 니가 무식해서 그래하며 합리화합니다. 물론 예술은 그럴 수 있겠지만, 대중에게 외면 받은 것을 대중문화라고 할 수는 없겠죠.

 

- 이렇듯 새로운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무에서 유를 창조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든지 우리 삶속에는 작더라도 블루오션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수제버거는 정말로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원래 태초의 버거는 수제버거죠. 하지만 그동안 맥도날드ism으로 인해 우리는 지난 몇십년을 공산품 버거를 먹어야 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수제버거를 먹었을 때 왜 그동안 이런 서비스가 없었을까? 너무나 당연한 건데…” 생각했습니다.

 

- 이 외에도 너무나 많습니다. 제가 서두에 언급한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을 보면 너무나 당연한 락의 원초적인 정신을 담고 있는데 80년대의 트랜드로 인해 수면 아래에 묻혀 있던 것을 부활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90년대 중반을 수 놓은 얼터네이티브 락 시장은 탄생하였죠. 이런 의미에서 저는 버스커버스커가 2010년대의 포스트 얼터너티브 락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근데 제 예상은 빗나가더군요제발 누가 좀 락의 수요를 채워다오

 

 

다음편에는 이 블루오션 시장을 만들어가고 확대해 가는 양산화’, ‘상용화’, ‘표준화란 과정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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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6-20 13:31:50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블루 오션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네요

2019-06-20 14:21:24

그래서 현재 블루오션이 뭡니까...알려주십시오

2019-06-20 20:26:23

유럽이나 남미에서 한국식 비데 사업하면 어떨까요...? 생각은 많이해봤지만 시도를 못하겠네요

2019-06-20 15:00:17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공부가 되는것 같네요!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을께요

2019-06-21 01:55:50

일본에서 닭갈비나 현 한국에서 마라탕..정도일까요

2019-06-21 08:41:08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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