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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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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23:29:29

어제 아이에게 욕설들은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에 연장된 이야기입니다.
사회복지사, 특히 저같은 아이들과 24시간 지내는 생활지도원의 교과서적 목적은 '아이들을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가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헌신하고 도움을 주어 바른길로 인도하고 건강한 어른이 되게 한다.'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여기에서 주목할건 '부모와 같은 마음'입니다.
다르게 말해 '사명감'이라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이 그러하듯 사명감의 기간이란 그리 오래 가지 않죠. 그래서 수십년 버티시는 분들은 엄청난 겁니다.
경찰서로 출근, 법원으로 퇴근, 근무중 119구급차 타기, 경찰방문, 싸움,도둑질,일방적 구타, 밤에서 일어나는 은밀한 일들.......이것들을 겪으신 분들이니까요.

보육원에서 아이들이 저희들을 부르는 명칭은 공식적으로는 '엄마','아빠'입니다. 실제로도 잘 쓰고 있는 아이들도 있고요. 그런데 사춘기가 오면 정체성 혼란이 옵니다. 내 부모는 어디갔지? 내가 왜 이런데서 지내지? 내가 왜 형들 심부름해야되지? 
들으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들어주는거죠.
저는 그래서 당당하게 말합니다. "나는 너희들의 부모가 아니니 그냥 너희들 부르고 싶은데로 불러라."

보통 아이들보다는 너무나 부족하고 용돈은 정말 턱없이 모자랍니다. 가끔씩 제가 간식을 사주고 주말에 햄버거를 사주기도 합니다만 턱없이 부족하죠.  고등학생이 되면 아르바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같이 지내는 선생님들에게 깍듯합니다. 사무실에는 불만이 있죠. 사무실에서 자기들한테 모든걸 공급을 해주는데 자기만족하기엔 너무나 부족하거든요.

모든 아이들에게 계속되서 지적하고 훈계하면서 바른 길로 인도해야하지만 보육원 안은 작은 공동체입니다. 작은 사회이기도 하죠.
모두가 모여있어서 공동으로 가고자하는 목표를 세우곤 합니다. 회의를 하거든요. 자체적으로.
그런데 이걸 계속 어기는 아이가 있어요.
모든걸 자기 편하게 하려고 하고 규칙을 무시하고 혼자 내버려두길 원하는데, 자기가 하는건 하나도 없고, 얻어받을것은 너무나 당당히 요구하는데 부끄러움이 없죠. 요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분위기를 망치고요.
교과서에서는 이 친구도 대화를 통해서 바른 길로 인도하고 하나의 구성원이 되게 해야된다고 나올겁니다.

여러분...대화가 될까요?
걔가 하는 행위로 인해서 방 분위기가 엉망이 되고 험악한 분위기가 되는걸 근무때마다 느끼면서 24시간을 지내야하고요.
혈기왕성한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는것이 일상이 된다면?
면전에서 까마득하게 어린 아이가 본인에게 욕하는걸 직장에서 당하게 된다면?
사회복지사는 을의 입장입니다.
사회복지사 교육을 가면요.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한 아이와 사회복지사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아이의 잘못된 점에 대해 지적하고 바꿔라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이를 들은 아이가 흥분을 했죠. 격분하여 아이가 사회복지사를 때렸습니다. 사회복지사는 밀려나 넘어졌습니다. 아이는 도망을 가려고 하고 화가 난 사회복지사는 나가는 아이를 붙잡습니다. 아이는 붙잡지말라며 112에 신고를 합니다.

이 상황에서 잘못한 사람은 누굴까요?
사회복지사입니다.

아이의 신체부위에 손을 댓기 때문이죠. 아이가 사회복지사한테 행한 행위는요? 가장 중요시 되는 아동인권이 적용되기때문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한적이 없다고 하면 없었던 행위가 됩니다.
아이가 사회복지사가 욕설하고 몇대 구타했다고 해버리면 그것은 진실이 되어버립니다.

이런 현실..
이런 과정을 수차례 겪으면서 저는 결국 정신건강을 택하였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저는 비타민, 흑삼,홍삼,박카스를 달고 살게 되었고 퇴근날 오후 4시~6시는 낮잠시간이 되었습니다. 여가시간.......멋진 말이군요.
직업의식이 없다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도 사람인걸요..

저도 처음에는 파트너분의 마음을 가졌습니다.
어린아이가 술,담배를 해? 절대 안돼.
나쁜 짓을 해도 사랑으로 보듬어주면 바른 길로 나아가게 될거야. 어떻게든 좋은 아이가 되게 만들어야돼. 우리는 포기하지않아야 돼.

그런데 전 안되더라고요. 제가 부족한걸까요?

어제 당했던 아이와 아침에 보긴했으나 이야기는 하지 못했습니다. 내일 좀 볼 수 있을것 같은데 또다시 욕설을 들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가 어떻게 나오든 나는 피를 차갑게 하여 감정을 제거한채로 해야된다는것을 근무하면서 깨달았습니다만 잘 모르겠습니다.
폭언 대비 녹음을 준비해야겠습니다. 별 의미는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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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02-14 00:18:13

쉬츠님 글을 자주 보면서 댓글을 다는 건 처음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항상 글마다 좀 우울한 분위기가 느껴졌어서 볼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오늘 글에 대해선 의견 나누고 싶어서 댓글 적습니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얘기하셨는데, 여기서부터 저와 생각이 다른 거 같습니다. 버틴다뇨.. 맡은 일에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그 일을 해나가는 분들껜 실례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들마다 일에 대한 고충이 적혀있으신데 복지사란 게 어떤 직업보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직업 아닐까요? 힘듦을 토로할 순 있으나, 형식적이나 애정없이 아이들을 대한 다는 건 스스로를 지옥으로 끌고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제가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직을 준비하면서도 있는 기간만큼은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부디 다시 한번 생각하셔서 아이들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셨으면 하네요.
사실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로 수년 전부터 요양원에 출퇴근 하시는데, 샤워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거나, 저녁을 먹고왔다지만 밤에 잘 드시는 어머닐 보면서 요양사들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지만, 어머니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까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 상황에서 쉬츠님 글을 보니 조금 욱한 부분도 있었네요. 좋은 밤 되세요.

2018-02-14 00:48:47

쉬츠님의 글을 읽어보니 정말 부모의 역할을 하고 계신거네요. 참고 인내하는것이 똑같은것 같습니다.
그런데 부모와 다른점은 사랑보다 사명감이 먼저 온다는 것이겠죠. 자식도 아닌데 사랑이 사명감보다 더 크다는것도 이상한 일이겠죠.

하고 싶지 않은일을 선택하신것도 아닌거 같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으니까 시작하셨을거 같다고 감이 생각해봅니다. 정말 힘이 많이 드실거 같고 지치실거 같습니다.

하지만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말 선한 일을 하고 계신거에요. 약자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계신거잔아요. 세상에 사랑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보여주시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해드릴수 있는 것은 응원해드리는것 밖에는 없네요. 쉬츠님 마음에 사랑이 끊이지 않게, 아이들이 쉬츠님의 사랑을 알고 깨닫게 해달라고, 그리고 님의 지친마음 보살펴달라고 그렇게 기도하겠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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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2-14 05:43:15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이상과 현실에 간극에 대해 본인 생각이나 주관 갖는거 다 좋은데요, 사람이 어떤 직종이나 직책에 있을때 해도 되는 말과 해선 안되는 말이 있다고 봐요.
이건 직업 윤리 이전에 사회를 이루는 사회구성원간의 신뢰와 약속의 문제이고, 따라서 사회복지사란 직업을 가진 사람이 비록 인터넷일지언정 이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내뱉는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런 일이고 동시에 스스로 본인 얼굴에 똥칠하는 이야기입니다. 얼마든지 처한 환경에 따라 갖을 수 있는 생각이고 또 그런 생각을 갖고 행동한다해서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냐마는 어디가서 입밖에 내지는 마세요. 사회복지사 타이틀을 단 사람이 할 말은 아닙니다.

WR
Updated at 2018-02-14 08:59:30

사실 이런 반응이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직업의식 하나도 없는 황당한 이야기니까요.

저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독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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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4-02 2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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