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피스의 클러치 경기력에 대해
아래는 지난 멤피스-썬더 전 4쿼터에 나온 멤피스의 공격 장면으로, 다니엘스를 미끼로 잡고 랜돌프-콘리-그린이 연출한 혼즈 플레어 공격.
멤피스에서 다니엘스는 대체로 3~4쿼터에 출전하여 클러치 공격을 주도하는 패턴인데(전반전은 파슨스가 출전), 다니엘스의 움직임은 클리퍼스의 레딕과 거의 동선이 유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스라인을 끼고 측면의 다운스크린을 받아 돌아나오는 동작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레딕, 클탐 등의 캐치앤슈터들이 애용하는 패턴이죠.
다운스크린으로 수비수를 고정(Pin)시킨다고 해서 핀다운(Pindown) 공격이라 부르는데, 아래 장면에서 핀다운은 메인 옵션이라기보다 미끼 동작으로 삽입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니엘스가 핀다운으로 돌아나가면서 수비에 균열을 한번 주고, 콘리를 마크하던 웨스트브룩을 그린이 다시 스크린으로 차단하며 콘리에게 공격 마무리를 맡기는 걸 볼 수 있네요(다시 팝아웃한 그린에게 패스해서 3점슛 시도했으나 불발).
위 장면에 이어 2분여 후 다시 나온 혼즈 플레어로, 이번에는 랜돌프 자리에 가솔이, 그린 자리에 알렌이 있습니다. 다니엘스가 수비 둘을 몰고 가면서 콘리에게 오픈이 열렸네요. 알렌이 그랜트에게 플레어스크린을 걸었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애초의 플랜은 알렌이 다시 스크린으로 콘리의 마크맨을 떨구는 형태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최근 멤피스의 4쿼터 공격 메인 옵션은 랜돌프와 다니엘스. 다니엘스가 엮인 공격들이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개발되리라 짐작해 봅니다.
멤피스의 최근 성적은 좋지 않습니다. 휴스턴을 잡더니 시카고와 워싱턴에게 다시 연패를 했네요. 제 눈에 보인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당장 가장 쉽게 드러나는 문제는 전반전 수비인 것으로 보입니다. 초반에 점수를 너무 헌납하니 후반전에 에너지레벨을 높이며 달려도 따라잡기가 버겁습니다. 휴스턴 전에서도 15점 차 역전승, 오늘 워성턴전 후반 실점은 38점이었지만 전반 실점은 무려 66점.
그런데 이는 선수단의 나이도 있고(체력 안배를 위해 3쿼터 이후에 승부를 보는 농구를 하면서 나오는 한계), 플옵에서는 어느 정도 케어가 될 문제로 보이기에 심각한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필요에 따라 영건 식스맨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4쿼터 클러치 공격력 문제네요.
최근 랜돌프의 포스트업이 (썬더의 칸터와 비견할 만할 정도로) 상당한 효율을 유지하며 클러치 타임을 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가솔은 랜돌프의 포스트업을 위해 외곽으로 나와 스페이싱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 본인의 포스트업과 미드레인지 공격기회가 줄어드는 느낌은 지울 수 없네요. 전체적으로 공격 생산성과 효율이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빅맨의 하이로우 게임을 만들자니 빅맨 간의 숏페스를 만들어 내기 위한 무언가가 빠져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빅맨의 하이로우 패싱게임이 탁월했던 스퍼즈를 모델로 할 때, 사이드에서부터 1차 옵션으로 토니 파커가 수비를 한번 흔들어 준 후 다시 빠져 나온 볼이 박맨들 사이에서 숏패스 형태로 도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파커가 사이드픽앤롤을 즐겼던 이유도, 돌파 후 2차 공격세팅을 위한 패싱레인 확보에 유리한 부분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콘리가 고군분투 중이지만, 팀 공격의 이니셜을 책임지는 선수인지 팀 공격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선수인지 간혹 아리송해질 때가 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토니 파커처럼 수비를 흔드는 옵션인지, 아니면 하든, 웨스트브룩처럼 공격이 막힐 때 포제션의 끝을 책임지는 선수인지가 불투명합니다.
다니엘스는 3점이 위력적이기는 하지만, 아직 기복이 있어 보이고 안 들어가면 최종적으로는 콘리가 외곽에서 하드캐리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됩니다. 팀에서 다니엘스는 위 영상과 같이 3점 옵션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파생효과를 내는 선수이기는 하나, 자말 크로포드보다는 레딕과 같은 버전이죠. 클러치 타임의 여러 옵션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다니엘스의 3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모양새입니다.
포스트업이야 일대일 공격 옵션이니 랜돌프의 위력만 유지된다면 훌륭한 효율의 옵션이 되겠지만, 3점은 슛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녹록치 않고, 공간이 생겨도 비교적 큰 동선의 돌파와 패스웤을 수반해야 할 때가 많기에 상대 수비 입장에서 오히려 대처에 용이해지는 면이 있기도 합니다(돌파가 크고 패스가 길수록 수비수의 대처 시간도 길어지고 공격진의 턴오버는 많아지기에). 빅맨들을 모션오펜스에서 탁월하게 녹여냈던 스퍼즈가 3점을 죽이고 미들게임에 집중하면서 반템포 빠른 숏패스 게임을 만들었듯, 멤피스 역시 모션오펜스의 자기만의 컨셉이 있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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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리 말고 다른 앞선 선수들의 분전이 있어야 할 거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