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팀 던컨의 가장 위대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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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7-14 22:03:26
아직도 너무 멍하네요. 은퇴하리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당연히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던컨이 가버렸다는게...
당연히 투표를 하면 마이클 조던이 최고의 농구선수이겠지만, 적어도 제게는 최고의 농구선수였던 그가 은퇴를 한다는 게 믿지기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놓아줄 때임을 알기에 저 나름대로 이 글로 그를 보내고자 합니다.
팀 던컨의 위대함은 그에 대한 많은 뉴스와 글로 이미 많이 언급되었기에, 시시콜콜하게 그의 꾸준함, 그의 수비력, 그의 팀에 대한 공헌을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철저히 개인적인 위대함을 말하고자 합니다.
저도 많은 분들과 비슷하게 마이클 조던 덕분에 NBA에 입문했지만, 가장 좋아한 농구선수는 데이비드 로빈슨이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저에게 보디빌더 같은 근육, 해군제독이라는 멋있는 별명, 말같이 코트를 누비던 스피드가 너무 충격이었거든요. 그래서 로빈슨을 응원하다보니 샌안토니오란 팀도 좋아하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좋아한지 몇 년 되지 않아 로빈슨이 부상을 당하고... 가끔 스포츠 신문에 나오던 스퍼스에 관한 소식은 오로지 패배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악몽의 1년이 지나고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 신인을 지명하였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그가 팀 던컨이었죠.
하지만 그 땐 그다지 팀 던컨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로빈슨이 플레이오프에 다시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선수 정도가 던컨에 대한 제 관점이었거든요. 물론 트윈타워라는 멋있는 별명으로 둘이 뛰는 모습에 기쁘기도 했지만, 둘다 인사이더다 보니 던컨이 로빈슨의 스탯을 빼앗아가는 것 같아 솔직히 다소 싫어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기도 미워하기도 한 알쏭달쏭한 감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척 좋아함으로 바뀌었습니다. 바로 99년, 뉴욕의 트윈테러를 무찌르고 스퍼스가 첫 우승을 한 바로 그 해였습니다. 당시 조던의 2차 은퇴, 파업 등으로 뒤숭숭하게 시작한 시즌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질풍노도의 시기에... 던컨의 무자비한 활약으로 로빈슨이, 그리고 스퍼스가 첫 우승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던컨은 로빈슨과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이후 Beat LA를 외치게 만들던 샤크-코비의 레이커스 시절이 오며, 스퍼스는 우승컵에서 도전하지 못하게되었고, 저도 다소 NBA와 멀어져 "청주 SK 나이츠"를 응원하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서... 혼자 서울에 와 쓸쓸하기도 하였고, 경제적 사정으로 어려움에 빠지며 우연히 다시 보게 된 NBA. 로빈슨은 예전의 제가 좋아하던 시절과 달리 많이 느려졌고(근육이야 여전했지만요) 쏠쏠했던 션 앨리엇, 앤더슨 등도 없어진 스퍼스는 오로지 팀 던컨만이 예전의 강력함을 자랑했습니다. 함께했던 멤버는 빠르기만 한 토니 파커, 이상하게 농구를 하던 아르헨티나 태생의 엠마누엘 지노빌리(당시에는 마누라고 부르지 않았지요), 다소 무섭게 생긴 스태판 잭슨, 프랑스 득점왕 출신인데 코너 3점밖에 못쏘던 이름을 부르면 안되는 그 분, 샤크와 맞장을 뜨던(정확히는 뜨려했던) 선수지만, 단신 인사이더의 한계가 명확하던 로즈 등이었습니다. 솔직히 그 멤버로는 LA는 커녕, 비비-페쟈-웨버 등의 새크라멘토나 내쉬-핀리-노비의 댈러스도 이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단견이더군요. 팀 던컨은 명확한 한계가 보이던 그 팀을 이끌고 묵묵히 나아갔습니다. 그를 보며 저도 당시 제 힘든 상황을 이겨낼 힘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플레이오프. 당시 불가능하게만 느껴지던 Beat LA를... 컨퍼런스 세미파이널에서 해냈습니다. 3년간 그 누구도 이기지 못했던 LA를 마침내 이겨낸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당시 LA는 올시즌 골든스테이트보다 더 무시무시한 느낌이었습니다.(더 강력하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골밑에선 샤크가 날뛰고, 외각에선 코비가 이리저리 들쑤었기에 어떻게 이 팀을 이겨란 말이 나오던 팀이었지만, 로빈슨이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고 보웬이 코비를 괴롭히며, 그리고 무엇보다 던컨이 MVP다운 활약을 보이며 LA를 격파했습니다. 그 다음상대는 댈러스. 당시 3쿼터 중반 십여점차로 지고있던 6차전에서 스티브 커 "선수"가 연속 3점슛을 넣으며 역전시켰고 결국 파이널에 진출, 키드의 네츠마저 무찌르고 스퍼스에 두 번째 우승을 선사합니다. 당시 로빈슨은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홈에서, 승리하며, 우승으로 장식합니다.
(던컨은 이후 알드리지, 맥다이스, 호리 등 우수한 선수들과 인사이드에서 호흡을 맞췄지만, 역시 로빈슨 당신이 최고의 파트너였습니다)
이후, 충격적인 전당포 LA(페이튼-코비-말론-샤크)의 등장으로 NBA는 충격에 휩싸이고, 저는 개인적으로 키드를 데려오지 않고 파커를 믿는 스퍼스에 충격에 휩싸이던 시즌, 던컨은 LA를 맞아 결정적인 위닝샷을 성공시켰지만, 역사에 남을 어부샷에 패배하고 맙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가 LA를 꺽고 우승하더군요. 다음 시즌, 스퍼스는 특별한 전력보강을 합니다. 바로 우승청부사 로버트 호리를 데려오죠. 당시 LA는 힘을 잃어가던 때 였고, 댈러스, 피닉스는 강하지만 아직 팀으로서 완전하지 못하던 때, 스퍼스는 다시 한 번 파이널에 오릅니다. 파이널에 오르는 데는 "오비완"이라 불리던 지노빌리의 놀라운 활약이 있었고, 팀 던컨은 족저근막염 등으로 인해 다소 가라앉던 시절이었기에 활약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와의 7차전까지 가는 혈전동안, 던컨은 라쇼, 모하메드 등의 인사이더 파트너로 당시 최강의 인사이더이던 벤 - 라쉬드 월라스를 상대합니다. 물론 스탯은 다소 좋지 않았지만, 그 정도라도 디트로이트 인사이더를 상대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그가 던컨이었기에 가능했겠죠. 그리고 오리의 빅샷이 터지며 결국 스퍼스는 그 해 우승을 차지합니다.
그 다음 시즌... 전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는 등의 시기를 맞아 다시 NBA를 조금 멀리하게 되었고, 스퍼스도 아쉽게 댈러스에 패하며 우승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시즌, 개인적으로는 소위로 자대에 배치받아 가장 힘들어하던 시간. 피닉스의 내쉬 - 아마레 콤비에게 얻어맞던 던컨을 보니 어찌나 짠하던지, 동병상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 시즌부터 던컨이 내림세를 타기 시작하던 터라...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던컨은 스크린을 걸어주고, 파커와 지노빌리에게 숱한 찬스를 열어줍니다.
결국 던컨 혼자였다면 해내지 못하였겠지만, 그가 진정한 "팀 플레이어"로서 진가를 발휘하며 지노빌리의 유로스텝과 파커의 돌파가 빛을 발했고, 결국 그들은 그 해 르브론의 왕좌등극을 가로막고 챔피언에 다시 오릅니다.
(스퍼스의 위대한 Big 3. 그들이 진정 위대하였던 이유는 농구가 팀 플레임을 몸소 보여주었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NBA 레전드의 반열의 선수가 스크린과 박스아웃에 집중하고, 자국의 영웅이며 NBA 팀에 들기에 충분한 선수가 벤치플레이어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작은 몸집의 선수가 넘어지고 부딪혀도 끊임없이 링을 향해 돌파하여 팀 공격성공률을 높였던 그들은 시너지가 무엇인지, 팀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사람들에 대한 농구의 답변일 것입니다)
솔직히 그 이후 NBA를 많이 못 보게 됩니다. 예전같이 않은 던컨의 모습도 안타깝고, 맥다이스 등 좋은 선수가 와도 무언가 과도기적인 모습에 결정적인 순간을 넘어서지 못하던 스퍼스도 안타깝고, 뭣보다 군생활에 치이고, 취업에 스트레스 받고, 은행생활에 제가 지쳐서 NBA에 대한 관심을 잃어갔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12-13시즌, 스퍼스가 이상하게(라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군요. 전 절대 파이널까지 못가리라 생각했기에) 파이널에 올라가니 안 볼 수가 없더군요. 은행에서 고객하고 상담하며 대출금리를 봐주는 척하며 파이널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든 분들이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당시 은행생활에 지쳐있으며 인생에서의 패배감을 짙게 느끼던 저였기에 던컨이 파이널에서 패하던 모습은 저와 동일시하게 충분하였습니다. 안타깝고 분하고 체념하게 되더군요. 던컨과 스퍼스를 놓아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던컨은 달랐습니다. 파커, 레너드, 그린, 디아우의 뒤에서 가장 늙었으면서도 가장 열정적으로 팀을 다시 독려했고, 결국 마이애미와 리벤지를 벌이게 됩니다. 당시 은행에 사표를 던졌던 저였기에, 그 시즌의 플레이오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패배감에 직장을 그만둔 저와는 달리, 전성기와는 확연히 다른 몸놀림에도(전성기 던컨은 가드를 마크해도 미스매치가 아니다라고 해설자가 말할 정도로 민첩하고 유연한 선수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플레이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저 스스로를 너무 반성하게 되더군요. 그저 피곤하고 지쳤다는 이유로 직장해서 도피했던 저와는 너무 다른 그의 모습에. 그런 그의 모습에 하늘도 감동하였을지, 결과는 우승이었습니다.
(포포비치. 전술도 작전도 없다고 당신을 까던 저를 반성합니다. 당신이야말로 프로라는 단어에 가장 적합한 인물인걸요. 저도 당신처럼 나이먹고 싶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던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제 슬슬 글을 정리해야겠군요. 이제 정말로 팀 던컨을 떠나보내야하는군요.
당신의 시대가 끝나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랬지만, 당신은 많은 숫자와 기록을 남기고 떠나갑니다. 당신이 코트 위에서 흘린 땀과 승부욕을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숫자이지만, 그 숫자마저도 향후 많은 선수들에게는 꿈과 목표, 그리고 귀감이 될 것입니다.
또한 당신의 우승. 제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당신은 제게 위로이자 희망이었습니다. 모두가 끝났다 했을 때 당신은 다시 일어서 자신 스스로를 증명했습니다. 당신의 첫 우승은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당신의 마지막 우승은 제 30대 때였습니다. 그 오랜 기간, 당신은 지치지않고 당신의 열정을 코트 위에 쏟았습니다.
보내자마자 그리워할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이제는 정말로 당신을 보내야 할 때이군요.
앞으로 당신보다 더 높이 뛰고 더 빠르고 더 강력한 많은 선수들이 나오겠지만, 그래서 언젠가 당신의 이름이 다시 희자되지 않는 미래가 오더라도 제게만은 당신이 가장 위대한 농구선수일 것입니다. 이제 당신이 없는 NBA는 더이상 예전같이 않겠죠. 저는 다시 다른 농구선수들도 좋아해 보겠지만 결코 당신만큼 좋아할 수 없을 겁니다.
잘가요 티미. 당신 때문에 너무나 행복했어요. 나의 사춘기 때부터 아직도 철부지 같은 삼십대 중반의 나이까지도... 당신은 저를 알지 못해도 제겐 너무나 오랜 친구였습니다.
당신은 무엇보다도, 누군가의 인생에 평생을 안고갈 추억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당신의 가장 위대한 점은, 바로 당신이 제게 만들어 준 그 추억 때문입니다.
당신이 만들어준 시간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당신이 만들어준 추억에 앞으로도 계속 감사할 것입니다.
티미, 앞으로도 당신이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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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정성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저는 던컨을 좋아한지 3년차지만 정말 그 안에서 겪게되는 숱한 존경심과 애정 그런것들이 그득했는데 던컨의 드래프트당시부터 지켜본 팬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보면 정말 저는 상상도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