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틱스는 왜 너렌스 노엘 트레이드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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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6-26 15:27:42
드래프트 데이를 앞두고 셀틱스와 필라델피아의 트레이드 루머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필라델피아가 던을 뽑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3픽으로의 트레이드 업을 시도했다는 얘기였죠. 필리 팬, 셀틱스 팬 모두 흥분했고 두 팀의 팬이 아닌 분들 마저 흥미진진해 하며 상황을 지켜봤지만 딜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특별할게 없는 트레이드 시장의 모습인데, 반응이 꽤나 의아했습니다. 셀틱스는 왜 저런 딜을 하지 않았느냐부터 필라델피아가 저렇게 퍼주다간 망한다는 식이죠. 분위기 상으로는 셀틱스의 Win딜, 그냥 윈도 아니고 압도적 Win딜인 것 같았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루머로 흘러나온 딜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다른 분들과는 달리 저는 이 딜이 셀틱스가 반드시 해야하는 딜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Must-Win 딜은 아니라는거죠. 일단 가장 중요한 점은 추가 자원으로 들어가 있는 24픽과 26픽은 셀틱스에게 아무런, 진짜 말그대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픽이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셀틱스는 이미 픽이 차고 넘치도록 많았거든요. 트레이드 대가로 나가는 3픽은 제외한다고 쳐도 이미 픽이 7개인데, 여기에다 24, 26픽을 더해준다? 이건 + 가 아니라 로스터 자리를 잡아먹는 - 입니다. 객관적인 픽 자체의 가치가 - 라는게 아니라, 셀틱스 상황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셀틱스는 이보다 앞순위 픽인 16픽, 23픽을 모두 알박기로 사용했죠. 차라리 미래 픽을 줬다면 셀틱스가 혹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24, 26픽은 없는 픽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면 셀틱스 입장에서 보는 거래는 이렇습니다. 남은 계약 기간까지 고려해서 제일런 브라운을 4년간 쓸지 아니면 노엘 1년, 코빙턴 2년을 쓸지 말이죠. 노엘과 브라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이게 그렇게 어느 한 쪽에 유리한 딜은 아닙니다.
셀틱스는 아마 이런 생각을 했겠죠. '코빙턴이 없어도 예렙코를 쓰거나 뭣하면 16픽이나 23픽으로 스윙맨을 지명해도 된다. 결국 노엘과 브라운인데 3픽을 쓰느니 올해 다른 FA 빅맨을 영입하거나 내년 RFA 때 질러보자."
물론 이게 필라델피아 입장에서 이렇게 써놓으면 매우 억울한 것이 이 딜 자체가 필라델피아에게는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필라는 3픽으로 브라운을 지명할 생각도 없었고 24픽과 26픽이 쓸모 없는 자원도 아닙니다. 실제로 필리는 루와우와 코크마츠라는 좋은 선수들을 지명했죠. 필라델피아 입장에서 보는 딜은 이렇 듯 젊은 유망주 4명을 고작 한 명과 바꾸는 것이기에 불합리해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손해본다고 생각하고 던진 딜이죠.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셀틱스는 그렇게 볼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똑같은 딜도 두 팀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볼 수 밖에 없었고,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트레이드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죠. 필라델피아가 손해볼만큼 엄청 퍼줬다든가, 셀틱스가 굴러온 복을 차버렸다는 식의 평가는 딜 그 자체와 딜에 얽힌 양팀의 이해 관계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3픽을 가지고 더 나은 트레이드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거나, 후반 픽들로 픽업을 못하고 알박기만 했다거나, 3픽으로 더 나은 선수가 있었는데 브라운을 뽑았다거나 하는 식의 불만은 뭐 다 그럴 듯 합니다. 근데 저는 노엘 트레이드를 안한 걸 가지고 에인지를 까고 싶진 않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선택의 문제였고, 에인지의 선택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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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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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겉으로만 보면 잘 안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