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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우승, 그래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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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8 12:22:01
오늘은 구정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우리 새해엔, 정말 행복해집시다. 힘껏.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 조치훈 9단이 남긴 말로 〈미생〉에서 인용되어 널리 회자되었잖아요. 바둑은 단지 19X19변에 돌을 놓는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지만, 내게 주어진 운명은 그 돌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 어쨌거나 내게 주어진 판에서 승리하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것... 완생(完生)을 위해서 말이죠.

저는 이게 농구라는 스포츠와 우승의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봤자 우승, 그래도 우승.

스탯이냐, 우승이냐. 이건 여기서도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토론거리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 주기는 대략... 3~4개월에 한번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개인 스탯에 가중치를 두느냐, 팀의 우승에 가중치를 두느냐는 많은 분들의 '개취'(개인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고요. 어느 선수를 평가함에 있어서 스탯의 우위를 덮어놓고 '맹신'하거나, 소속 팀의 우승 여부를 '맹신'하는 분은, 적어도 이 게시판에선 단 한 분도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팀의 우승 여부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봤자 우승, 그래도 우승〉이라는 제목에는 우승의 중요성이 스며들어 있을 겁니다. 팀의 우승을 시키지 못했어도 위대한 퍼포먼스를 남긴 선수들이 정말이지 수두룩하게 많습니다. 저는 그 선수들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수들이 과연 무엇을 위해 뛰었는가〉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가? 결국 개인 스탯을 올리기 위함이 아닌, 팀의 승리, 궁극적으로는 팀의 우승을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바클리가 팀을 우승시키지 못했다고 그가 레전드 파워포워드가 아니라고 누가 주장하겠습니까? 훗날 역대 선수 가치 평가에서, 그는 늘 선두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선수 시절 연봉과 인기도 최고 수준이었고요. 그러나 그는 결국 자신의 팀을 우승시키지 못했습니다. 조던에게 던진 농담처럼, "너(조던)와는 달리 내 곁에는 피펜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듯, 한 선수의 커리어에는 숱한 우연들이 겹쳐 있습니다. 드래프트도 우연이고, 팀과 감독과 동료 복도 우연이고,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도 우연이고, 어찌 보면 그 육체와 재능을 갖고 태어난 것 자체가 지극히 우연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한 선수의 〈우승〉을 위한 수많은 팩터들 중에서 〈전성기에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뛴다는 것〉은, 다른 우연들 중에서는 그나마 비교적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 있었다고 말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동료들을 고양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 동료들과 하나의 팀으로 융화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능력 또한 말이죠. 그래서 많은 슈퍼스타들은 우승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료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프론트를 압박하기도 할 겁니다.

팬의 입장에서 슈퍼스타들의 줄세우기와 순위 경쟁이 흥미로운 것은 맞습니다만, 농구는 결국 팀 스포츠입니다. 선수가 먼저냐, 팀이 먼저냐? 이것 또한 '개취'에 가깝겠지만, 아무래도 팀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제게는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농구는 스타 플레이어 개개인의 역량이 팀의 승부를 좌우하는 영향이 타 구기 종목에 비해 큰 만큼, 역설적으로 팀(우승)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듯하기도 합니다. 많은 리그와 컵 대회가 있는 축구 등과는 다르게, NBA가 압도적인 단일 국가 리그라는 점도 한 요소일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럴 때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리그라고 평가 받는) NBA에서의 우승은 한 선수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농구를 볼 만큼 봐 온 우리들이 NBA에서 보고 싶은 것, 다른 말로 한다면 〈한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은 (만약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르브론의 화려한 재능과 샌안토니오적인 시스템 농구의 절묘한 조화〉가 아닐까요? 올스타전 스타일의 각개전투, 재능 겨루기와 할렘 농구가 아니고요.

우승은 아무래도 천운이 필요하고, 어느 슈퍼스타가 자신의 팀에 반지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고 해서 그의 실력에 의문을 제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논쟁적인 인물로는 크리스 폴이 있겠죠. 그가 우승을 못한 채 은퇴한다고 해서,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러나 그가 우승을 못한 채 은퇴한다면, 속으로 가장 억울하고 비통할 인물은 (아마도) 크리스 폴일 겁니다. 

이런 면에서 〈그래봤자 우승, 그래도 우승〉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속으로 어떤 딴 생각을 하든 간에, 그 기라성 같은 NBA 스타들이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모두 〈나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우승〉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이것 자체로도 우리가 우승에 가중치를 두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한 선수의 실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데 NBA 우승의 여부는 한없이 초라하고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한 선수의 실력을 정확히 측정한다는 게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고, 또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자문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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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2-08 12:47:01

밑에 글에도 나온 이야기인데 결국 스탯만 보는 사람, 우승만 보는 사람. 스탯+우승 둘다 보는 사람. 둘다 보되 스탯에 더 크게 중점을 두는 사람, 둘다 보되 우승에 더 크게 중점을 두는 사람 등 취향 차 아닐까 싶네요..


그건 그렇고 밑에서 두번째 문단에 선수들이 항상 하는 말이 나의 목표는 우승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가 우승에 더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말은 조금 비약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소리는 팀스포츠를 하는 선수라면 일반적으로 하는 소리고 야구선수들도 이런 소리 잘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야구선수에게도 농구선수에게처럼 우승여부 책임을 묻진 않거든요.(물론 개인의 영향력이 다르다곤 하지만 결국 팀스포츠라는 기조는 같죠)
2016-02-08 12:51:39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선수들이 무언가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 그 선수를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지요. 논리적 비약 같은데 자주 근거로 사용되어서 항상 의문이었습니다. 이 논리면 모든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높은 연봉을 위해서 뛰는데, 높은 연봉이 선수평가 기준이 되어야겠지요

2016-02-08 12:52:13

우승이 목표인건 맞지만 우승을 못했다고 해서 그선수의 해당시즌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사실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승리가 목표라고 봅니다. 프로스포츠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매경기의 승리입니다. 매경기 돈을 내고 경기장에서, TV나 인터넷으로 봐주는 팬들을 위해서 승리하기 위해 뛰는게 목포죠. 그렇기 때문에 시합에서 진 30득점은 의미가 없다고 할수도 있지만 우승하지 못한 평득 30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우승하지 못했다고해도 리그에서 거둔 50승, 60승의 승수 그자체가 다 의미있고 가치있는것이라고 봅니다.오직 우승만이 목표고 2등은 의미없다면 필라델피아에서 뛰는 선수들은 우승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왜 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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