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NBA스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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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01:27:47
시작하기 전의 3줄 요약 :
언젠가는 우리나라 NBA리거도 나올 것이다.
그것이 의외로 빨리 가능할 수도 있다.
그걸 빨리 보고 싶다.
그러나 현재로써 농구는 마치 빅리거의 불모지와도 같습니다. 마치 올림픽 육상처럼 말이죠. NBA에 가본 선수는 2004년부터 2년 간 가비지멤버에 그쳤던 하승진이 유일합니다. 사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정도라도 큰 무대를 밟아본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지금 많은 국내 NBA팬들이 염원하고 있는데 그것이 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국내 NBA 스타가 안 나올까? 아니 왜 하승진 이후로 단순히 밟아보지도 못하는가? 이는 단순히 인종의 열세, 국내 농구판 육성 시스템의 문제 등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그 이유들이 크기야 하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한마디로 '운', '갑툭튀' 등의 기적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영의 박태환, 피겨의 김연아같은 예말입니다. 이들은 인종도 열세였고 육성 시스템이나 협회도 농구판보다 썩으면 썩었지 더 나을 것도 없는 상태였을 것입니다. 빙상연맹은 빙신연맹이라는 소리까지 듣죠. 이들은 정말 기적같이 나타난 선수들이었습니다. 농구도 하다못해 이런식으로 계속 가더라도 이런 갑툭튀의 스타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여태까지는 없었지만 앞으로도 없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요.
이미 NBA에서 그런 류의 기적을 선보인 제레미 린의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동양인 NBA리거는 빅맨이었는데 처음으로 가드가 NBA에서도 먹히는 기량을 뽐낸 첫 사례였습니다. 센세이션이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했죠. 물론 뉴욕에서 발생했기에 더 큰 효과를 본 측면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제레미 린을 보면서 저 선수가 우리나라 선수였으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안 해본 사람은 드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황인종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레미 린의 운동능력은 탈 황인종 레벨이긴 하지만요(저는 그정도 운동능력은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다고 보는 게 김선형의 사례처럼 어느정도 근접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미 백인 NBA 스타도 줄고 있는 마당에 흑인을 피지컬로 이기거나 대등하게 가보려고 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흑인의 운동능력이 분명 뛰어납니다만, 백인과 황인의 차이가 흑인과 백인의 차이만큼 클까요? 백인 정도만큼은 우리도 어느정도 해볼 순 있습니다. 농구가 물론 피지컬이 중요한 스포츠이기는 합니다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NBA에서 모든 선수가 운동능력에 의존하지는 않듯이 농구 그 자체를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당연히 그냥 기적만을 바라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육성 시스템을 더 잘 만들고, 몇몇 잘못된 생각을 가진 농구계의 윗분들이 정신을 차리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세계적인 스타가 탄생한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것은 빨리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마음같아서는 싹 갈아엎었으면 합니다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조금의 변화부터 생기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는 여태까지 국내 농구판의 실태에 대해서 그냥 비난만 해왔던 입장입니다. 우리가 바라보기에 너무 무능해보이고 답답하니까요. 하지만 갑자기 이제는 뭔가 긍정적인 생각도 듭니다. 지금 우리나라 농구가 얼마나 못하는가에 대해 따져보면 또 그렇게 못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아시아에서 1~2등을 다투던 과거에 비해서 이제는 아시아 중위권에다가 일본한테도 밀리게 생겼다? 순위는 떨어진 게 맞죠. 그렇다고 이게 우리가 못해서 실력이 퇴화한 것이냐,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다른 나라들이 더 빠르게 발전한 것일 뿐이지 우리가 퇴보한 것은 아닙니다. 중동은 많은 귀화선수를 영입했고, 중국은 많은 인구 속에서 보석을 발굴해냈고, 일본은 우리보다 더한 노력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가 볼 땐 노마크 슛도 에어볼 나기 일쑤고, 개인기도 못하고, 되게 못하게 보입니다만 KBL이라는 리그도 그렇게 수준 낮은 리그가 아닙니다. 2000년대 중반 자유계약 시절의 용병들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지긴 하지만 지금 뛰는 용병들도 꽤 괜찮은 수준의 선수들입니다. 여전히 D리그 상위급은 되죠. 올해는 NBA 출신의 안드레 에밋도 있고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꽤 수준높은 리그라는 것은 여태 용병들의 입에 자주 오르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분명 현재의 리그는 90년대 전성기 시절의 수준보다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3점슛을 못 넣는 것은 50cm 멀어진 3점슛 라인의 영향도 컸습니다. 늘린 첫 시즌에 비하면 성공률은 높아졌습니다. 지금도 어쩌면 적응기를 거치는 중일지도 모르죠. 지금 선수들은 학창시절에는 50cm 가까운 3점라인을 사용했을테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계속 먼 3점슛 라인에 적응된 선수들이 나온다면 슛은 잘 넣는 리그가 될 것이라 봅니다. 문제는 다른 스킬 부분이죠. 슛만 문제가 아니라 다른 모든 부분에서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도 NBA를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것보다 국제대회의 성적을 높여보자고 FIBA룰을 도입하고 공도 FIBA 공인구를 사용한 등의 노력을 보인 점은 높게 생각합니다.
지금 리그가 점수도 안 나고 수준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것은 선수들이 용병에만 의존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없는 측면도 있겠습니다만, 이는 리그 스타일의 문제도 있습니다. NBA와 비교하면 안되겠지만 NBA는 워낙 수준이 높기에 수비농구를 해도 점수가 많이 날 수 있습니다. 그 수비를 깨부수는 레벨의 에이스들이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FIBA룰을 지향하고 있기에 비교는 유럽 리그들과 해야 합니다. 유럽농구 보면 재미 없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냥 수준 높은 KBL 같아요. 점수도 우리보다 적게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 조직화되고 더 수비농구를 펼칩니다. 우리도 수비 전술은 매우 발전했죠. 다만 공격의 발전속도가 수비보다 더딘 과도기에 놓여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NBA를 보다가 KBL을 봐서 더 못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지 비슷한 스타일의 리그와 비교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개인의 기량은 반드시 높여야 합니다. 벌크업도 필수입니다.
잠시 얘기가 다른 데로 샜는데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수준 낮은 리그도 아닐 뿐더러 협회도 우리가 걱정할 정도로 무능하지는 않고 느리게나마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다 보면 운 좋아서 김연아 같은 갑툭튀 스타가 나올 수도 있고, 세계적인 흐름을 잘 파악하며 육성해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NBA는 몇 년 째 세계화 사업을 추진중입니다. 스타는 아닐지라도 최근 NBA에서는 전에 없던 국적 출신의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하다못해 이스라엘의 옴리 캐스피, 이란의 하다디(지금은 없지만) 등 외교적으로 껄끄러운 나라 출신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비록 중국만큼 거대한 시장은 아닐지라도 NBA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시장일 것입니다. 정말로 우리나라 같은 나라에서 스타가 나온다면 다른 작은 나라들에게 귀감이 될테고 NBA가 그토록 바라는 세계화는 더 촉진될 수 있습니다. 이런 좋은 환경일 때 어서 우리나라 선수가 NBA에서 뛰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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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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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농구 배워서 NBA리거 나오긴 힘들것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