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 고베어, 드디어 (억울한) 오명을 벗나?
유타 시절, 수많은 말을 들었습니다. "수비 원툴이다", "심지어 수비도 골밑에서만 잘 한다", "끌려나오면 꼼짝 못한다", "플옵에서는 구멍이다"... 뭐 그게 완전히 틀린 말들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아무래도 팬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단 말이죠.
고베어의 스탯을 가져올까 했는데, 큰 의미가 없어서 그만두었습니다. 왜 의미가 없냐구요? 매 시즌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매 시즌 대략 65%정도로 13~15점을 넣고, 11~14개의 리바운드를 잡고, 2~3개의 블락을 합니다. 마진은, 부상과 적응 문제로 고전했던 지난 시즌을 제외하면 항상 +5~+10 정도구요. 스크린 어시스트는 어지간하면 5위 안에는 무조건 들었죠. 아무리 받아먹기라 해도 저 정도의 비율스탯과 볼륨스탯이면 '수비 원툴'은 아니지 않을까요? 심지어, 플옵에서는 시즌보다 조금 더 많은 득점을 해 왔습니다.
커리에게 외곽에서 털리는 장면 하나 때문에 외곽에서 바보가 된다는 이미지를 제대로 받았는데, 사실 플옵에서 고베어에게 헌팅을 시도했던 핸들러들 중 재미를 본 건 크리스 폴 한 명입니다. 하든은 비율 스탯이 상당히 하락했었고, 돈치치도 고베어를 공략하는 것이 다른 루트보다 더 재미나진 않았습니다. 폴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폴이 스크린 타서 들어올 때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는 빅맨이 오히려 별로 없었어요!
플옵에서 약하다는 이미지는 주로 폴이 있던 휴스턴과 20/21 시즌의 클리퍼스 때문에 제대로 박혔는데, 폴은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고, 클리퍼스전은... 콘리 아웃과 미첼 부상이 유타의 아킬레스를 드러낸 것이고, 클리퍼스가 제대로 찔렀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타는 이미 고베어에게 인사이드 수비를 통째로 맡겨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는데(그 반대급부로 리그 최상급 공격력을 얻었지만), 팽팽하던 실에 칼을 댄 것처럼 팀 수비가 무너졌었죠. 단언컨데, 그 때의 고베어의 자리에 누굴 세웠어도 막을 수 없었을 거라 확신합니다. 거기에 21/22 플옵에서 댈러스가 똑같이 재현해 버렸죠. 고베어가 키가 5미터였으면 막았을 겁니다만, 더 말해 뭐하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고베어가 져야 하는 수비에서의 짐이 매우 가볍습니다. 더 이상 "네가 인사이드와 한 쪽 코너를 맡아줘."라고 하는 사람은 없죠. 엄청난 파이트스루를 통해, 미네소타 선수들은 고베어가 인사이드만 지킬 수 있도록 해 주고, 설령 고베어가 끌려나가더라도 림프로텍팅이 되는 다른 선수들이 커버를 합니다. 드디어 플옵에서 고베어가 제대로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온 거죠. 공격에서도 콘리가 함께 하고 있으니, 고베어는 하던 대로 픽앤롤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안 그래도 오늘 멋지게 덩크를 보이기도 했죠). 이건 단순한 픽앤롤이 아니고 상대 수비를 크게 흔들고 시작하는 공격인지라, 콘리가 그대로 넣든 고베어가 받아먹기로 넣든 킥아웃으로 다른 선수가 넣든 선택지가 많은 공격 수단입니다. 그런데, 미네소타는 이 공격 옵션 위에 앤트맨과 타운스가 있죠. 고베어는 공격에서도 부담을 덜었습니다. 그 덕인지 이번 플옵 1라운드에선 71%로 16점을 넣고 있습니다. 수비요? 수치로 말하긴 어려운 게 수비지만... 일단 마진은 +15.5(넷 레이팅은 +20.8)네요. 제법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유타보다 지금 미네소타가 더 좋은 팀이다!라고는 말하지 않을 겁니다. 당시 유타도 콘리와 미첼이 다치지 않았으면 그런 엔딩은 맞지 않았을 거라 믿으니까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고베어가 지금껏 받아온 '비판'들을 이번 기회에 털어내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우승의 자격이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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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망한?동안 리빌딩하고 있으니
클블과 미네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높이 올라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