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팬이 추억하는 한 투수 유망주 이야기
5
389
2016-05-31 23:14:41
2010년 넥센은 희망이 없었습니다. 스폰서 없이 치뤘던 09 시즌이 끝나자마자 폭풍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팀의 주축 타자였던 이택근과 좌완 삼인방 장원삼, 이현승, 마일영 등을 현금 트레이드하며, 스폰서는 생겼지만 선수들은 다른 팀에 전부 가있는 기이한 상황이 발생했죠.
두산에서 이현승 대신 트레이드 되어온 금민철이 초반 좋은 기세를 보였지만,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금민철 뿐 아니라 용병 번사이드와 베테랑 김수경까지 무너지면서 선발진이 붕괴되던 와중에 5월, 기아와의 경기에 고졸 유망주 하나가 나타납니다.
이 고졸 유망주는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면서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조용훈이 혹사로 무너지고, 김영민(현 김세현)과 김성현 등 기존 투수 유망주들의 성장이 더딘 와중에 그의 등장은 팬들에게 있어 정말 단비같은 등장이었습니다.
안정적인 투구폼에서 150 가까운 공을 뿌렸고, 코치에게 배운 슬로커브를 쏠쏠히 사용하는 능구렁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안타를 두들겨 맞거나 제구력 난조로 볼넷을 남발할 때는 팀의 주장인 이숭용에게 꾸벅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은 멋지기도 했고요.
이 쯤 되면 다들 아셨겠지만 이 글에서 소개하는 유망주는 고원준입니다. 고원준은 이상할 정도로 강하게 컸어요. 하긴 당시 감독이 관리가 전혀 안되는 감독이긴 했지만, 2년차 어린 신인이 리그 최고의에이스 류현진에 송은범, 봉중근, 장원삼, 윤석민 등 당시 난다긴다하는 에이스들만 몰아서 만났어요. 5월 중순에 콜업된 유망주가 무려 시즌 30경기에 등판하면서 130이닝을 던지기도 했고요. 비록 거품이 꼈다면서 고푸치노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그는 씩씩하게 공을 던졌습니다.
-당시 고원준 상황을 비유한 최훈-
그런 고원준이 박정준+이정훈과 트레이드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습니다. 당시 단장이었던 조태룡 단장은 전력강화용 트레이드라고 했지만 22살 창창한 투수 유망주를 대타용 선수와 노장 불펜만 받고 넘긴다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에 롯데를 가서도 고원준은 양승호 감독 체제에서 150이닝을 소화합니다. 마무리라더니 갑자기 선발나오다가 불펜나오다가 제대로 굴렀습니다. 롯데에서도 변화구 의존증은 문제가 되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성장하리라 생각했고, 응원했습니다. 서면에 자꾸 출몰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언젠간 정신차리겠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망가졌습니다. 그 놈의 변화구 의존증 때문인지 아니면 2년 간의 많은 이닝 소화와 무관리 때문인지 구속이 간신히 140 나오는 정도로 무너졌습니다. 2012년 포스트시즌에서 호투하며 기대를 만들었지만 시즌이 끝나고 바로 음주운전을 냈죠. 이전부터 고원준의 술 문제는 계속 지적되었고, 추후 기사를 통해 김시진 감독이 음주 문제와 관련해서 젊은 선수를 트레이드시켰다라는 내용도 나왔죠. 그 때 부터 고원준에 대한 관심을 모조리 접었었습니다. 상무가서 담배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아 이 사람 여전히 정신 못차리는구나, 이 선수는 원래 안될 선수였구나 싶었거든요.
6
Comments
글쓰기 |
그 트레이드로 넥센간 하룡신이 이번시즌 퓨처스에서도 성적이 안좋더군요. 이제 나이가 많이 먹어서 더 이상은 힘들겠구나 싶습니다. 좋은 선수인데 너무 늦게 빛을 보았죠. 선수생활 계속 하건 선수 이외의 모습으로 변하건 간에 건승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