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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팬이 추억하는 한 투수 유망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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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1 23:14:41
2010년 넥센은 희망이 없었습니다. 스폰서 없이 치뤘던 09 시즌이 끝나자마자 폭풍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팀의 주축 타자였던 이택근과 좌완 삼인방 장원삼, 이현승, 마일영 등을 현금 트레이드하며, 스폰서는 생겼지만 선수들은 다른 팀에 전부 가있는 기이한 상황이 발생했죠.

두산에서 이현승 대신 트레이드 되어온 금민철이 초반 좋은 기세를 보였지만,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금민철 뿐 아니라 용병 번사이드와 베테랑 김수경까지 무너지면서 선발진이 붕괴되던 와중에 5월, 기아와의 경기에 고졸 유망주 하나가 나타납니다.

이 고졸 유망주는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면서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조용훈이 혹사로 무너지고, 김영민(현 김세현)과 김성현 등 기존 투수 유망주들의 성장이 더딘 와중에 그의 등장은 팬들에게 있어 정말 단비같은 등장이었습니다.

안정적인 투구폼에서 150 가까운 공을 뿌렸고, 코치에게 배운 슬로커브를 쏠쏠히 사용하는 능구렁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안타를 두들겨 맞거나 제구력 난조로 볼넷을 남발할 때는 팀의 주장인 이숭용에게 꾸벅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은 멋지기도 했고요.



이 쯤 되면 다들 아셨겠지만 이 글에서 소개하는 유망주는 고원준입니다. 고원준은 이상할 정도로 강하게 컸어요. 하긴 당시 감독이 관리가 전혀 안되는 감독이긴 했지만, 2년차 어린 신인이 리그 최고의에이스 류현진에 송은범, 봉중근, 장원삼, 윤석민 등 당시 난다긴다하는 에이스들만 몰아서 만났어요. 5월 중순에 콜업된 유망주가 무려 시즌 30경기에 등판하면서 130이닝을 던지기도 했고요. 비록 거품이 꼈다면서 고푸치노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그는 씩씩하게 공을 던졌습니다. 

-당시 고원준 상황을 비유한 최훈-

한편 걱정도 있었습니다. 시즌이 지나가면 갈수록 고원준은 변화구 의존도가 올라갔어요. 커브에 재미가 들렸던 것인지 편한게 좋은건지 이상할 정도로 변화구에 의존했습니다. 정민태 코치가 아무리 혼을 내도 변화구만 던지더라고요. 그래도 팬들은 고원준이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될거라 여겼고, 그만큼 기대와 애정과 을 모조리 받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 고원준이 박정준+이정훈과 트레이드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습니다. 당시 단장이었던 조태룡 단장은 전력강화용 트레이드라고 했지만 22살 창창한 투수 유망주를 대타용 선수와 노장 불펜만 받고 넘긴다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에 롯데를 가서도 고원준은 양승호 감독 체제에서 150이닝을 소화합니다. 마무리라더니 갑자기 선발나오다가 불펜나오다가 제대로 굴렀습니다. 롯데에서도 변화구 의존증은 문제가 되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성장하리라 생각했고, 응원했습니다. 서면에 자꾸 출몰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언젠간 정신차리겠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망가졌습니다. 그 놈의 변화구 의존증 때문인지 아니면 2년 간의 많은 이닝 소화와 무관리 때문인지 구속이 간신히 140 나오는 정도로 무너졌습니다. 2012년 포스트시즌에서 호투하며 기대를 만들었지만 시즌이 끝나고 바로 음주운전을 냈죠. 이전부터 고원준의 술 문제는 계속 지적되었고, 추후 기사를 통해 김시진 감독이 음주 문제와 관련해서 젊은 선수를 트레이드시켰다라는 내용도 나왔죠. 그 때 부터 고원준에 대한 관심을 모조리 접었었습니다. 상무가서 담배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아 이 사람 여전히 정신 못차리는구나, 이 선수는 원래 안될 선수였구나 싶었거든요.

그런 고원준이 오늘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고원준이 신천 밤문화에 물들지 아니면 갱생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래도 선수로서 마지막의 노력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 제겐, 어쩌면 몇몇 넥센팬과 롯데팬들에겐 여전히 애증의 존재일테니까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두산의 유니폼을 입고 넥센과의 경기에 등판할 그의 모습을 응원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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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6-01 08:57:53

그 트레이드로 넥센간 하룡신이 이번시즌 퓨처스에서도 성적이 안좋더군요. 이제 나이가 많이 먹어서 더 이상은 힘들겠구나 싶습니다. 좋은 선수인데 너무 늦게 빛을 보았죠. 선수생활 계속 하건 선수 이외의 모습으로 변하건 간에 건승하길 바랍니다.

WR
2016-06-02 23:01:35

자장구 아재... 팀이 첨 플옵가던 2013년에 정말 잘 던져줬는데, 힘들어 보입니다. 투구폼도 어릴 적의 와일드한 폼으로 바꾸셨다는데 말이죠. 그래도 나름 기대 이상으로 해줘서 고마운 투수죠.

2016-06-01 11:05:03

저는 고원준이 왜 이렇게까지 가치가 떨어졌는지 참 이해가 안됩니다.

WR
2016-06-02 23:02:26

술 문제에 뭐 처음 트레이드됐을 때도 멘탈 문제로 팬들하고 트러블이 있기도 했고요. 구속도 데뷔 시즌에 비해 10km나 떨어졌으니 가치가 추락할 수 밖에는 없겠죠.

Updated at 2016-06-01 16:41:12

고원준이 모자 벗어 인사했던 경기는 제가 직관했던 경기라 특히 기억이 납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오히려 멘탈이 매우 좋은 유망주라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멘탈이 발목 잡은 것 같아서 참 사람 일은 모르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고원준 선수가 나간 이후 국내 투수진들은 정말 황폐해졌었는데 최근 한현희를 기점으로 새로운 영건 투수진들이 틀을 갖춰가는 것 같아서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원태 선수는 표본은 적으나 매우 놀랍더군요. 첫 경기는 잘 던지기는 했으나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이고, 구속 역시 생각보단 덜 나와서 실링은 낮으나 버스트 위험은 적은 유형의 선수가 아닌가 싶었는데 어제 경기를 보니 실링 역시 생각보다 매우 높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우선 탄착군이 일정치 않은 제구라고 들었는데 제구가 잡혀 있었고, 송진우 위원도 칭찬한 브레이킹 볼의 완성도 역시 높았습니다. 화면상으로나 타자들의 타격 모습을 봤을 때 짐작건대 구위 역시 상당해 보였습니다.
 동기인 박주현 선수 역시 정말 좋은 유망주로 보고 있는데 최원태 선수는 어쩌면 진짜 에이스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괜히 1차지명에 백넘버 20번을 준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팀 사정상 불펜 셋업맨으로 돌다 조상우 선수처럼 혹사로 무너지는 일만 없으면 좋을 텐데 부디 선발로 관리 잘 받으면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WR
2016-06-02 23:06:50

아 그 경기 직관하셨군요. 전 그 경기는 직관 못하고 그 해에 동수옹 은퇴경기랑 오윤이 3루타 쳤던 경기 정도 직관한게 기억납니다. 진짜 경기 중 멘탈은 훌륭했었는데 말이죠.

한현희와 조상우야 워낙 고교 시절부터 리그를 '씹어먹던' 선수들이니 기대가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해도 정말 박주현이나 김택형이 이렇게 빨리 1군에 자리 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김택형이야 기대 이하라고 해도 말이죠 어쨌든 탑급 유망주는 김정훈 정도 제외하면 항상 잘 키워내왔기에 최원태에 대한 기대는 저도 엄청나게 큽니다. 커브나 체인지업 모두 고졸의 그것은 아닌 것 같죠? 원태가 스프링캠프 때 149찍었는데, 구속도 점점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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