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풍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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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7 09:03:13
오늘은 커피의 풍미(Flavor)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번에 Della Shin님께서 적어주신 댓글에 와인과 커피의 비교가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와인을 잘 모르기에
어떻게 와인을 평가하는지,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 잘 몰랐는데 꽤나 많은 부분이 커피와 닮아있더군요.
주변 지인들에게 '커피를 왜 마시냐?' 라고 물어보면 각각의 대답이 다르지만 커피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 먹는다는 사람은 꽤나 적은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하루의 시작을 위해, 또 다른 사람은 시험 공부의 각성제 겸용으로 마신다는 사람도 있고 또 누군가는 카페에서 제일 저렴하기 때문에 마신다. 라는 사람도 있네요.
저마다 커피를 많이 접하기 쉬운 환경이 되었습니다. 당장 자택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가 어디인지 생각해보면 대부분 도보로 15~20분 안 쪽일겁니다.(도시의 기준입니다.) 카페는 바쁜 현대인의 삶에 여유를 주는 방면에서도 니즈에 맞고 또 어떤 경우에는 업무 미팅의 장소로써도 애용되죠. 이렇게든 저렇게든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한다는 게 '카페에 가서' 가 기저에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조금 안타까운게 우리나라는 어떤 매개체가 있어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한듯 합니다. 술이든 커피든 뭔가 놓여져 있는 상황을 좋아하는 듯 해요.)
커피를 마시는 것과 즐기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입니다. 매니아 여러분들께서도 하루에 커피를 한잔, 혹은 그 이상을 드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한국 성인 평균 커피 소비량은 이미 345잔 이상에 달해있습니다. 하지만 커피는 그저 쓰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습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는 그렇습니다.
커피의 풍미(Flavor)는 단순히 맛이 아닌 종합적인 감각으로 느껴지는 모든것입니다. 맛(미각), 향(후각) , 촉각, 통각, 온도 등으로 커피의 풍미를 느끼게 되죠.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맛은 4가지로 크게 4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됩니다. 바로 쓴맛, 짠맛, 단맛 , 신맛 인데요. 이 카테고리를 다시 4등분해 총 16가지로 커피의 맛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 16가지는 무시하셔도 됩니다. 여하튼 위의 4가지 맛이 커피가 갖고 있는 Tastes 입니다. 우리나라는 커피는 쓴 맛 이라는 관념이 강한데, 이는 인스턴트 커피의 나쁜 풍미(로브스타 원두 특유의 쓴맛)와 프랜차이즈 카페의 획일화된 강배전 원두의 영향이 큽니다. 강배전이란 원두를 볶을때(로스팅) 많이 볶은 것으로 처음에 생두일 때 볶기 시작해서 점점 많이 볶을 수록 풍미가 달라집니다. 많이 볶을수록 쓴맛이 강해지죠. 프랜차이즈에서 이렇게 강배전된 원두를 유통하는 이유는 원두품질과 맛의 균일화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개성을 죽인 대신에 전 매장의 맛을 똑같이 가져가는 것이죠. 이는 스타벅스의 슬로건과도 일치합니다.
최근에 유행을 탄 커피가 신 맛이 두드러진 커피입니다. 2010~12년 초반에 미국 SCAA(Special Tea Association of America) 경연에서 신 맛에 초점을 둔 커피들이 크게 주목받으며 전세계 커피시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참 아이러니한게 이 유행을 타 홍대 인근에 신 맛을 강조하다 못해 그것밖에 안느껴지는 카페(어디인지 말은 안하겠습니다..) 가 흐름을 타 각광받았고 매스컴에도 몇 번 올랐습니다.
커피를 조금 즐긴다 라는 사람도 커피는 신 맛이지 라며 유행을 좇는 모양새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커피는 4가지 맛을 갖고있고 , 어느 맛이 두드러진 커피가 좋은 커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쓴 맛이 강한 커피를 좋아하고 또 누군가는 단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커피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일정한 니즈에 부합할 수 없습니다. 맛있는 커피가 누군가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는거죠.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연한 커피와 진한 커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의 입에 맞는 커피가 제일 좋은 커피인거죠. 이전에 적은 글에서도 누차 말씀드린 부분이지만
결점이 없는 커피는 모두 저마다 인정받습니다. 결점은 나쁜 향이 난다던지 마시고 난 뒤에 입이 텁텁하다던지 유기분이 남아 커피에 기름이 뜬다던지 하는 경우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있는 훌륭한 커피입니다. 선택은 마시는 사람이 고르는 것이죠.
다음은 향입니다. 가장 복잡한 부분이기도 하고 커피의 전체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위의 표는 참조용으로만 보시면 될 듯합니다. 저도 모르는 부분이 많네요..
사실 향을 이렇게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정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사람의 후각은 냉철하지 못합니다. 매우 빠른 시간 내에 향에 적응되며 단순해지기도 하고 심리적,생리적,경험적 요인으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다릅니다. 더군다나 이 향을 감각적으로 느낀다 라기 보다는 기존에 갖고있고 경험한 것들로 대체해서 평가하는 것이죠. 어떤 커피를 마실 때 누군가는 짙은 견과류의 향이 느껴진다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흙냄새가 난다고도 합니다. 어느 요인에서든 뒤바뀔 수 있는 부분이죠.
커피의 풍미의 8할은 향에서 비롯됩니다. 원두를 추출하기 전 분쇄했을 때 휘발성의 향기와 물에 접촉했을 때 수용성 성분이 녹으며 나는 향기, 추출되고 난 뒤에 느껴지는 향기, 목으로 넘기고 난 뒤에 코를 맴도는 크레마의 향기 등 커피의 풍미에 지배적입니다.
향을 아는 것은 각각의 원두가 갖고 있는 개성을 즐기는 것과 같습니다. 이해하고 머릿속에 들어있는 정보를 토대로 마시는 것은 생각외로 구체적인 풍미를 경험할 수 있게합니다.
이렇게 싱글오리진(단일 원두를 사용한 커피)를 마시기 힘든 분들은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에도 느낄 수 있지만 기회가 되신다면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셔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처음 받았을 때 에스프레소 잔(데미타세)에 담겨있는 채로 코로 향을 느껴보시고 그 뒤에 마시면서 혀에 느껴지는 감각과 코 끝으로 올라오는 아로마 등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한약맛이냐 라고 하시면 그런 곳도 있기는 합니다...
저는 카페에서 일하며 원두가 분쇄되어 나올 때 휘발성의 향기가 너무 좋습니다. 생각보다 원두 자체는 냄새가 강렬합니다. 조금은 지독한 면도 있죠. 하지만 적정량의 원두를 템퍼에 갈아 담을 때 풍기는 향은 정말 좋습니다.
조금은 번잡하고 긴 글이었지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미각은 풍미의 일부이고, 커피에서 흔히 느껴지는 4가지 맛의 카테고리는 미각에 비롯된 거지만 향을 포함한 기타 감각적인 요소가 전부 포함된 것이
풍미입니다. 결국 전체의 감각적 반응의 자극과 느낌의 합이 풍미인 것이죠.
커피를 마실 기회가 되시면 이 부분을 생각하고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알고 마시는 것은 다르니까요.
어제 따뜻해서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다녔더니 그 틈에 감기에 된통 걸렸네요.
아침에 출근해 유자차 마셔머 몸을 달래는 중입니다. 콧물만 계속 나오니 고통이네요..
감기기운이 지끈지끈해서 글에 비문도 많고 헛소리도 많지만 퇴고없이 두서없게 적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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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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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글은 읽을 때 참 즐겁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