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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기 위한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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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1 01:05:24

제목이 이상하군요, 오늘 예전 생각도나고 밖에서 자전거 한시간쯤 돌면서 익숙한 향을 풍기는 양꼬치집과 빵집을 지나치면서 문득, 양꼬치는 어쩌다 좋아하게 됐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저는 예전에 양꼬치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양고기를 처음 접했었거든요, 아마 13년전쯤 이겠군요.

양꼬치 생각도 나고 해서 개인적으로 맛에 익숙해지기 위해 여러번의 시도(훈련?)을 거친 음식들을 적어봅니다.

1.커피
아마 제가 19살때 였던것 같네요, 당시 친하게 지내던 형이 있는데, 그 형과 사이가 좋아 자주 놀러가곤 했습니다, 그 형은 미국에서 살다왔는데,그래서 인지 습관이 좀 달랐습니다.

늘 필립모리스(예전에 이런담배가 있었답니다, 1600원으로 기억)를 피우고, 커피를 마셨는데, 어느날 저에게 커피를 주더군요, 우유나 첨가물을넣지 않은 블랙커피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드립으로 추출했던것 같습니다.
마시는 순간 멍해 지더군요, 아마 사약을 먹은듯한 느낌. 못 마시겠다고 했더니 케잌을 주면서 "음미하다 보면 숭늉같이 구수한 맛이 날거야" 라더군요, 딱 세번째쯤 마셨을때 그 숭늉맛을 느꼈었습니다. 커피를 블랙커피로 입문해서인지, 보통 카페에서 파는 에스프레소 우유를 섞은 바리에이션은 낯설었는데, 마치 녹차나 소주에 우유를 넣은듯한 느낌이랄까, 이탈리아에서 카푸치노 먹어보니 맛있더군요.(물론 녹차에 우유타먹어도 맛있습니다)

2.양꼬치
13년전쯤 양꼬치집이 건대에 생기기 시작할 무렵 친구둘이랑 먹으러 가봤었는데, 그 비릿한 맛이란.... 견딜수가 없더군요, 결국에는 닭날개구이 같은것만 시켜서 먹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제가 좀 다쳐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24시간 라인잡아놓고 포도당 투여하고 아마 먹는것도 죽정도 밖에 못 먹었었죠, 2주쯤후 식사를 할수 있게 되었을때, 친구들을 만나러 갔는데, 그놈들이 양꼬치 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었죠, 뭐 당시에는 뭐든지 씹어 먹을수 있는게 필요해서 그 역겹던 양꼬치를 씹었는데, 이게 뭡니까, 그 비릿한 향이 너무 향기로운겁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30꼬치는 먹은것 같네요(그 이후로 양고기 마니아)

3.취두부
아마 5년전쯤 일것 같네요, 중국 장사라는 도시에 놀러갔다가, 거기서 가장 유명하다는 취두부집에 가게 됐습니다, 한 5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도 냄새를 맡을수 있더군요, 대략 한대 맞은 느낌이였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거 한번 먹어보자 싶어서, 한개를 시켜서 먹었는데, 세상에 이럴수가, 그 바삭한 두부식감에 아주 케이준한 소스에 위에 향긋한 고수까지, 그 자리에서 3인분 더 시켜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4.블루치즈

아마 8년전쯤 이였던것 같네요,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랑 프랑스인이 직접 요리하는 식당에 간적이 있습니다, 코스를 시켰는데, 어린나이에 뭘 알겠습니까, 그냥 추천해주는걸로 고르고, 디저트는 그 여자친구가 쇼콜라케잌, 제가 모듬치즈를 선택했던듯 합니다, 음식은 맛있었습니다, 문제는 디저트, 치즈 종류가 8가지 쯤 나왔는데, 하나같이 충격적인 맛이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브뤼,체다,파르미자노,그라노 뭐 이런것들이였던것 같은데, 블루치즈가 압권이였죠, 그 장화안에 물들어가서 젖은 양말을 3일쯤 계속신은 후에 장화에서 발을 뺐을때 정도의 냄새랄까, 이게 블루치즈와의 첫 만남 이였습니다.
두번째는 미국에 사는 누나가 한국들어오면서 가져온 건데, 집에는 늘 와인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올리브 빵에 차가운 블루치즈를 한덩이 올려서 먹는 누나를 보며, 저도 한번더 시도해 보고자 따라 해봤습니다, 근데 첫번째 먹었을때와 달리, 입에서 부드럽게 퍼지면서 냄새가 그리 많이 나지 않더군요, 그 날 저녁에 그 블루치즈 한 케이스를 저 혼자 다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외에 똠양꿍이나,필라프(바스마티로 만든),마유주 정도가 꽤나 적응하는게 힘들었는데, 역시 적응하려고 노력한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맛있는것들을 편견이나 첫인상 때문에 못 즐긴다면 아마 인생사는 즐거움이 꽤나 줄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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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2-11 01:40:11

저는 이것저것 다 잘먹는 편인데 디오니쏘스 님과 비슷하게 제 와이프도 블루치즈랑 실란트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도 멕시칸 음식이랑 쌀국수를 좋아하는데 실란트로는 싫어하는 아이러니 함에 부단히 노력을 해서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고 하더라구요. 블루치즈는 아직 딱히 시도를 많이 할 일이 없어서 기회가 없군요.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WR
2017-02-11 01:56:51

실란트로에 적응하게되면 헤어나올수 없게 됩니다. 실란트로가 빠진 쌀국수는 파없는 설렁탕이며, 실란트로가 빠진 타코는 부추빠진 만두랄까요. 맛있는 식물임에 틀림없습니다(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블루치즈는 록포트(roquefort)치즈가 리치하면서 식감도 좋더군요. 이것역시 적응하면 헤어나올수가 없을겁니다.

2017-02-11 03:20:48

네, 전 실란트로의 노예입니다.  설렁탕을 파국 만들어 먹듯이 쌀국수도 실란트로 국을 만들어서 먹습니다. 말이 나온김에 오늘 저녁에는 마트에서 치즈 좀 구경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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