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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 오행에 관하여 과거에 약속드렸던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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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1 01:41:34

제가 과거에 베일리님의 글에 댓글로 오행의 원리에 대해서 주제넘게 아는 체를 해보겠다고 한 기억이 술을 마시던 중에 문득 떠올랐습니다. 구차하게 변명을 하자면, 저건 절대로 저의 학문적 소양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라 술주정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명리학자도 아니며, 음양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분야에 대해서 조금 관심이 있어서 책을 들추어 본 경험이 있으며 음양학이 뭐냐, 음양합일은 내가 잘 한다.’하는 분들보다 미미하게 조금 더 아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정말 전공을 하신 분들이 보시기에는 비루하고 지지부진하며 핵심을 관통하지 못하는 글일 가능성이 100%입니다. 이 점 염두에 두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행의 원리에 관해 제가 읽은 책은 황제내경입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었으나 그 내용이 난해하고 어려워 감히 다 그 뜻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책은 귀유구와 기백천사, 뇌공 등이 황제와 문답을 하며 사람과 우주에 관해 밝혀나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답집이라는 면에서 밀린다왕문경같은 불경을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상상하신 바가 맞습니다. 양자는 아주 밀접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쉽게 알아듣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우선 오행의 원리를 밝히자면 그 연원을 밝히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행에 관련된 가장 오래된 글은 아마 서경(書經)의 홍범(洪範)편에서 찾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행(五行)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목(), (), (), (), ()의 다섯 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서 많은 분들이 오행을 상생과 상극 등의 형이상학적 내용을 거부하고 연암 박지원이 그러했듯 실제 현상의 객관적 대상물로만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음양이니 오행이니 하는 사상의 기저에는 바로 그러한 현상의 관찰을 통한 본질로의 추구가 담겨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현대의 과학과 관련이 있건 없건, 혹은 누군가가 이것을 신뢰하건 하지 않건 그렇게 하고자 했다는 사실만은 변치 않는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하기도 앞서 자꾸 당부만 드리는 것 같아서 송구스럽지만, 저는 음양오행의 본질도 진의도 깨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것이 절대유일의 실체이자 진리라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다만 제가 느낀 바를 전달하고 싶을 뿐입니다.

각설하고, 서경 홍범에서 진행되어 나온 오행과 더불어 자리하는 음양(陰陽)’의 개념은 주역(周易)에 등장합니다. 주역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본질적으로 점술가의 책이었습니다. 주역에는 음과 양의 각 ()’, 곧 작대기 하나로 대변되는 양과 작대기 둘로 대변되는 음의 값이 등장합니다. 여러분들께서 태극기에서 보실 수 있듯 말이죠. 이것이 모이고 중첩되면서 사상을 만들고, 팔괘를 만들고, 64괘를 만드는 것이 기본입니다. 시초를 뽑거나 뼈로 점을 쳐서 하나의 를 뽑아내고 나면, 그 괘와 각각의 효에 관한 해설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 해설을 모아놓은 것이 바로 본래의 주역이었죠.

이 주역에서 공자는 십익(十翼)이라는 것을 지었다고 합니다. 본래는 단순한 점술가가 들추어보던 책에 도덕적, 형이상학적 이야기를 더해버립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우리가 현재 접할 수 있는 주역입니다. 여기에서 상수역(象數易)이니 의리역(義理易)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지만 이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주백곤님의 책을 권장해드리겠습니다.

이 십익에서, 음과 양에 관하여 서술한 부분이 계사전(繫辭傳)에 등장합니다. ‘역유태극(易有太極) 시생양의(是生兩儀) 양의생사상(兩儀生四象) 사상생팔괘(四象生八卦)...’라고 하는 부분이 그것입니다. ‘역에는 태극이 있으니, 이에서 양의(음양)이 나고, 양의는 사상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사상과 팔괘의 근원이자, 태극의 분화한 첫 모습이 바로 음양입니다. 또한 계사전에서는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 하여 한 번 음하고 한 번 양하는 것이 곧 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음양의 시원이 되는 태극이 무엇이냐, 그 이후 사상과 팔괘가 어떤 것이냐는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태극이란 개념은 간단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태극은 주역에서 언급이 아까 되었다고 말씀드렸으나, 그 실체에 관해서는 쉽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주희는 태극이 만물의 리()라고 말했으며, 공영달은 주역정의에서 태극은 천지가 나뉘기 전의 것이라 했습니다. 곧 태극은 만물의 근원되는 것이자, 이 세상이 이 세상의 모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어떠한 이치정도로 이해하고 넘겨두시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제가 글을 쓸 기회가 있으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론이 몹시 길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음양과 오행은 이러한 사상적 베이스를 깔고 시작했습니다. 곧 음과 양, 그리고 오행의 원리에 관한 아주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부족하나마 제 글로서 여러분들의 상상력을 조금 요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상해봅시다. 여러분들은 지금 아주 오랜 예전의 어느 한 마을에 살고 계십니다. 나고 자란 곳이며, 이곳에서 여러분들은 가까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다가 자신을 닮은 듯 닮지 않은 누군가들을 낳고, 늙고, 스러져가게 됩니다. 출가의 풍습이 있던 인도가 아니라 여러분들은 수행자가 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늙고 오랜 세월을 견디며 어느 순간 이 동네의 돌아가는 모습, 한 해의 돌아가는 상황을 느끼고 알게 된 것이라고 해볼게요.

하루의 시작은 정확히 언제라고 집어 말하긴 힘듭니다. 눈을 뜨는 그 순간이 시작이라고 해볼까요? 여러분은 아침에 눈을 뜨면 일을 잠자리를 정리하고, 일을 나가기 전에 밥을 먹고 몸을 추스릅니다. 해가 뜨기 전에 아주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죠. 그리고 오전의 일과를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일이 잘 되는 건 그래도 해가 좀 뜨고 난 이후입니다. 인간의 몸이란 눈 뜬다고 개나 고양이처럼 쉽게 펴지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다가 오후가 되고, 한창의 일을 한 이후에 해가 질 무렵이 되면 하루의 일을 마무리합니다. 마침내 저녁이 되고 나면 지난 밤 잠자리에서 보충했던 모든 기력을 쏟아낸 이후이기 때문에 고단하기 짝이 없습니다. 슬슬 잠이 듭니다. 그리고 내일은 또 비슷한 하루가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삶이 1년 내내, 사시사철 이루어질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시골에서 논농사를 지으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하우스나 상품 작물이 아닌 농사에서 가장 바쁜 계절은 여름입니다. 그때엔 정말 무슨 일이 그다지도 많은지, 한참을 일을 해야 합니다. 농약도 쳐야하고, 잡초도 뽑아야 하고, 무슨 놈의 해충은 그다지도 많은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봄에도 또한 준비 과정이 있기 때문에 일이 많다 쳐도, 여름만큼 본격적으로 사람을 녹게 만드는 괴로움에는 비할 바가 아니죠. 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 여름에 쏟아낸 노력만큼의 결실을 가을이면 거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겨울이면 그렇게 거두어 낸 것으로 추운 세월을 견딥니다. 다음 봄이 올 때까지요.

그럼 그렇게 만들어낸 쌀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쌀은 겨우내 곳간에 있다가, 봄이 되면 모종을 내야 합니다. 쌀로 모종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농사가 끝장이죠. 저 또한 모판에 모내기를 하기 위해 흙을 채우고 논에 부직포를 씌우고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여름이 다가오면 그 모판에서 자란 모를 논에다가 다시 심어내죠. 이앙법입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무성하게 자라서 태풍도 맞고, 장마도 겪고 하면서 무럭무럭 성장한 이후에, 가을이 되면 쌀알을 맺고 고개를 숙입니다. 수확이 되고 나면 다시 곳간으로 돌아가게 되죠.

이렇게 얘기 했으면 아마 많이들 눈치를 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고대의 중국인들은 이 사람의 하루, 춘하추동의 계절, 식물의 생장 사이에서 어떤 유사성을 찾아냈습니다. , 아침, 새싹, 그리고 여름, 낮의 오전, 생장하는 과정, 그리고 가을, 오후, 수확기 등... 여기에 이름을 붙인 것이 바로 일반적인 오행이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곧 오행의 목, , , , 수는 이러한 과정들의 모습을 이름 붙인 것에 다르지 않습니다. 자고 일어난 사람이 막 자신의 힘을 쓰려는 모습이 겨우내 속에 품고 있던 생명에너지를 발산하는 봄의 모습과 같다고 본 것이고, 그것이 바로 ’, 나무의 모습과 같다고 본거죠. 거대한 줄기 속에 있는 에너지를 각 가지로 내뻗는 모습으로 말이죠. 여름에, 오전에 자신의 에너지를 마구 발산하면서 일을 하는 것을 또한 의 기운으로 본 것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있는 대로 쓰는 거죠. 그러다 오후가 되고 해질녘이 되면 슬슬 일을 마무리 하고, 성과를 거두어 가는 모습이 금과 같다 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비유이지만) 슬슬 자신의 내실을 거두어가는, 즉 수렴하는 모습을 금과 같다 하였고 마침내 그 수렴이 끝난 모습, 그리고 그것을 다시 다음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와 같다 한 것이 오행입니다.

예리하신 분들은 눈치를 채셨을 것 같습니다. 토는 바로 목화와 금수의 사이에 존재합니다. 분열과 수렴의 사이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 토의 존재죠. 이 토는 더 이상 분열도 수렴도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곧 완전히 가운데에 있는 기운이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상태에 있는 기운인 셈이죠. 계절로 비유하면 늦여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둘 곡식도 과일도 없고, 더 자랄 잎도 없는 상태.

그렇다면 이 장황한 이야기가 우리의 삶에 무슨 상관이냐?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하는 오운의 이야기나,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하는 육기의 이야기가 과연 우리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느냐 하는 의문이 당연히 생기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이 분야의 공부가 얼마나 어렵고 해괴하고 난해한지가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잠깐 딴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은 사주는 통계학이라고 하십니다. 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제 사견으로 이분들은 사주와 명리학, 음양오행의 공부를 별로 하지 않은 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까지 읽으신 분들은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북두신돈 네놈이 말한 이야기들이 전부 현상에 대한 일반적 통계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해 낸 귀납적 방식이 아니냐?’ 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사주는 이렇게 음과 양, 오행에 대해 하나의 원리를 정해낸 다음에 개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해내려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하나의 원리를 통해 사주를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지, 그 사주를 보고 이러한 사주가 과거에 어떠했는가를 따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곧 통계를 통해 이런 사주가 이랬다, 하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요즈음에 어떠한 일주를 가진 사주가 이러하다.’ 정도는 원리를 통해 도출해낸 결론과 통계를 짬뽕했다고는 할 수 있지만, 명리학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여기까지에서 또 의문이 발생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정유년이니, 병신년이니 하는 것들은 어디에서 나온 것이냐? 이건 제가 지금 술을 많이 마셨고 손도 아프고... 다음에 다뤄도 될까요, 하고 도망을 쳐도 될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절대로 전문가도 아니고 여기에 몸을 바친 사람도 아니며, 단지 글 몇 줄 읽고서 아는 체 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과거에 제가 경솔하게 글을 쓰겠다고 약속드린 바가 기억나서 졸렬한 글이나마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퇴고를 거치지 않아 거칠고 조악하지만 그 당시 이 글을 읽고 싶으셨던 분들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글을 더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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