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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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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30 00:36:14

어느덧 연휴 마지막날로 넘어가는 자정이네요. 내일이면 이제 회사 나갈 채비를 해야 하니 슬프지만 마음껏 푹 쉬는 건 오늘까지라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벌써 머리가 굵어진 후로도 수십 번은 맞이한 명절인데, 명절 연휴를 맞으면 약간은 센치해지고 제 과거/현재/미래에 대하여 곰곰 곱씹어 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건 변함이 없네요. 쏜살 같이 지나가 버리는 것도...


연휴에도 일기를 하나도 쓰지 못했네요. 일단 여기에라도 제 감상을 옮겨 적어두어 봅니다.

금요일은 회사 근처 숙소에서 하루 종일 골골대다가 집에 왔습니다. 피로 누적과 흡연으로 인한 체력 저하인 것 같습니다. 고향 집에 돌아가기 전 A사 중고서점에 들러 책을 처분했는데, 이 돈이 꽤 쏠쏠했습니다. 어머니가 차려 주신 저녁을 잘 먹고, 독서. 일본 근대 소설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수필집 '그늘에 대하여'를 읽었습니다. 저는 출판사에 근무하는데, 이 사람이 쓴 '세설'은 제가 책에 관한 일을 하는 동안 가장 재밌게 읽은 책 중 한 권이었습니다. 이 책의 여주인공인 유키코는 제 마음속 연인으로 굳어졌습니다.

토요일, 설 당일인 어제는 집에서 간소하게 제사를 지냈습니다. 설거지를 하면서는 여자들이 왜 그렇게 명절 노동에 학을 떼는지를 약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끝이 없는 듯한, 반복되는 노동의 연속... 아버지는 산소를 들렀다가 고모들을 만나러 나가고, 어머니와 저는 휴식. 꿀 같은 낮잠을 자고, 어머니를 모시고 근처 영화관에서 공조를 관람했습니다. 영화관을 나와선 제 어머니도 주위의 관객들도 오로지 현빈 찬양 모드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걸 나가진 슈트빨 현빈... 부럽다... 더킹, 마스터, 공조 다 봤는데 저한테는 공조가 제일 낫게 느껴졌습니다. 잘 만든 오락 영화였습니다. 어머니와 간단히 치맥을 하고 귀가.

마스터의 강동원과 공조의 현빈을 보고, 검/다크네이비 슈트를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했던 시간도 꽤 되겠습니다. 부질없지만...-.-

일요일, 오늘은 늦잠을 자고, 떡국을 먹고, 부모님과 광진구 인근의 유황온천에 갔습니다. 아버지 때도 밀어드리고 마사지도 좀 해 드리고, 집에 오는 길에 아구찜을 먹었네요. 저녁엔 친한 형을 만나서 술을 한 잔 했습니다. 가족 얘기, 회사 얘기, 결혼과 연애 얘기... 그리고 집에 들어와 어머니와 K-POP 스타를 보고, 저는 방에 들어왔습니다. 연휴 동안 틈틈이 회사 일도 좀 했고요. 그 외에는 별다른 일을 하진 않았네요. 존 박의 '네 생각'을 많이 돌려 들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개인 SNS에 글 하나 올리지 않았고... 설 당일엔 카톡으로 친지 친구들에게 제 기준으로는 인사도 꽤 열심히 했네요.

꿈에는 전 여자친구들이 등장했습니다. 지금은 헤어진 그녀들... 그리고 오늘 오전에 설핏 다시 잠이 들었을 땐, 중학교 그 시절, 제가 가장 축구를 잘하던 때로 돌아가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꿈을 꾸었습니다. 얼마 전 연애 이야기를 여기에 올렸었는데, 가망이 없는 연애이긴 해도, 저는 좀 더 그녀를 좋아해 보려고 합니다. 생각하면 한숨만 가득하고, 여초 커뮤니티에 한 번 조언을 구해보고자 글도 올렸는데 거의 모든 여자들이 제게 폭격을 가하더라구요. 제발 용기 내지 말라, NO를 NO로 받아들이고 끝내라고... 슬픈 일입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네요.

/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2920104&first_view=yes&page=0&sca=&sfl=&stx=&spt=0&page=0&cwin=#c_2927244

그녀 생각, 늙어가는 부모 생각, 이루지 못한 제 삶의 목표들에 대한 생각, 진지하게 이젠 그만 때려치고 싶은 회사 생각...들로 마음이 번잡한 나날이었지만. 어쨌거나 다시 진짜 새해가 돌아 왔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강건한 하루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LmOezNMP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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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7-01-30 09:13:50

저와 아주 비슷하네요. 가족과 공조를 본 것에, 어머니가 현빈 얘기를 계속한 것도
소소하게 행복한 명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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