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재개봉 3부작 감상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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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1-26 16:16:45
어느덧 1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설마 했었던 반지의 제왕 3부작이 다시 극장에 걸린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흥분했었습니다. 95학번인 저에게 반지 3부작은 복학생-졸업반-사회초년생 으로 이어지는 20대 후반을 함께 한 영화나 다름없었기에 말이죠. 우연치 않게 3편을 같이 본 처자들은 다 달랐지만 아직도 또렸하게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도 있고, 쌍둥이 엄마가 된 친구도 있으며, 단 한번이라도 마주쳤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당시엔 아이맥스관 하면 63빌딩의 그곳밖에 몰랐었는데, 1편을 판교 CGV 아이맥스관에서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그 시절 아마도 상당한 규모의 극장이었던 대한극장(최신식으로 리뉴얼한 후)에서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요, 같이 보던 처자가 그레이트 아이가 나올때마다 몸서리치며 징그러워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여튼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극장을 찾아주셨고 아마도 극장에서는 이 영화를 처음 보실듯한 학생들이 많았고 제 옆자리에는 따님을 데리고 오신 제 또래의 어머님께서 앉으셨는데, 아무것도 모를 따님에게 반지 씨리즈에 대해서 설명하시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따님보다 어머니가 더 즐거워하시는듯 느껴졌습니다. 순간 예전에 이 영화를 같이 보았던 그 처자들의 모습이 눈앞을 스쳐가더군요.
비록 아이맥스 포맷이 아닌 일반 상영이라 화질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고 수없이 봐서 몇몇 대사들은 외울 정도였기에 살짝 걱정도 했었지만, 세월에 바래지지 않는 원작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함께 영화를 본 관객들도 굉장히 좋으셔서 중간에 들락날락하는 분 하나 없이 관람을 마쳤습니다. 크레딧이 올라갈때 저는 급히 나왔지만, 그냥 앉아계시는 분들도 제법 있더군요. 1편의 재발견이라면, '적에게 결코 등을 보이지 않았던 보로미르' 라 하겠습니다.
사실 1편도 대단하지만, 진짜로 대화면으로 봐야하는 반지의 제왕 씨리즈는 2편부터라고 생각하기에 기대가 컸는데요, 일단 한국영화 기대작들의 개봉이 이어지자 스크린수가 확 줄었더군요. 남은 스크린중에 제일 큰 스크린을 찾아보니 집에서 약 한시간쯤 걸리기에 처음에는 고려대상에 없었던 CGV 영등포 스타리움관이 있더군요. 무려 출근시간에 조조로 봐야 하는 상황은 덤이었습니다. 출근시간에 그 근처에 차를 가지고 간다는 것은 새벽에 일어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기에 전철로 이동하여 무사히 관람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가보는 영등포 시장 근처인데, 흐른 세월만큼 많이 바뀌었더군요.
스타리움은 처음이어서 맨 뒤에서 두번째 줄에서 관람했는데, 눈에 거의 꽉 차는 어마어마함에 한번 놀라고 조조인데도 중간 뒤로는 거의 꽉 찬 모습에 다시 놀랐습니다. 그런데 중간보다 앞에서 보시는 분들은 정말 힘들었을듯 합니다. 화면이 눈에 꽉 차는 정도를 넘어서기 때문에 웬만한 일반관 맨 앞에서 보는 것과 비슷했을테니까요. 여튼 정말 큰 곳에서 여러사람과 함께 관람하니, 마지막 헬름 협곡의 전투에서는 그야말로 전장에 던져진 느낌이었습니다. 2편의 재발견이라면, '결국 이 영화의 빅픽쳐를 그린이는 간달프가 아닌가?' 입니다.
가장 기대했던 3편을 예매하면서 저도 모르게 육두문자가 입에서 튀어나왔습니다. 아이맥스는 당연히 전멸, 스타리움에 걸어주긴 했지만 역시 태평양처럼 떨어져있는 상영시간(8시 조조 상영1회, 밤 12시 상영 1회)까지 다른 스크린들도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이번 재개봉하면서 3편 패키지 티켓도 판매한것으로 아는데, 이쯤 되면 저만 CGV에 분노를 느끼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제 경험해보니 조조에도 좌석 점유율이 상당하던데,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조조에 틀어도 꽉 차니까 그랬던걸까요? 여튼 남아있는 스크린을 살피다가 CGV 천호에 있는 스피어X 관으로 선택하고 어제 다녀왔습니다.
여기는 스크린이 색다른 모습이었는데요, 네 귀퉁이를 잡아당긴 모양으로 되어있고 스크린 중간이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를 띄고 있었습니다. 앞에서 보는것이 좋다고 하여 C열 중간에서 봤는데, 3D 효과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의 입체감이 있기는 했습니다. 화면 상단과 하단이 평면이 아니라 앞으로 튀어나온 형태라서 좌석이 뒤로 틸팅이 되는데, 제법 뻑뻑해서 가죽시트인데도 불구하고 세시간이 넘어가니 상당히 불편하더군요. 가격도 싸지 않던데 말이죠. 여튼 이렇게 앞에서 보니 화면속에 들어간 느낌이 들어서 몰입해서 보기엔 좋았습니다. 3편의 재발견이라면, '역시 이 영화의 진정한 흑막은 간달프였다' 가 되겠습니다. 누구때문에 프로도가 그 죽을 고생을 했는지 생각해보면 더더욱 말이죠.
영화가 끝나고 시계를 보니 4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예전 대한극장이나 주공공이에서 볼때보다 확실히 밝고 쨍한 화면이 감동을 더해주었던것 같습니다. 역시 이 영화는 대화면에서 봐야 제맛인듯 합니다. CGV 덕에 수도권 특별관 순회를 3주에 걸쳐 한 셈이 되었는데, 다시 한번 분노가 되살아나는군요. 1편 상영할때랑 비슷하게만 스케줄을 잡아줬어도 좋았을텐데 말이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대기업이기에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이왕 재개봉 행사를 할거면 마지막까지 일관성을 조금 지켜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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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봐도 정말 명작입니다.
앞으로 제 삶에서 이보다 더 큰 전율을 주는 영화 (엄밀히 말하면 trilogy. 단편으로는 이보다 큰 감동을 줄 수 없다 생각하기에)를 만나는게 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