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자주 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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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7 00:00:07
이제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직 운전경력은 얼마 안 되는 사람입니다. 2012년 말부터 했으니 이제 4년이 좀 지난 것 같네요. 굉장히 운전을 조심스레 해서(옆에 탄 아내가 답답해 할 정도) 사고를 내거나 하지는 않는데, 이상하게 뒤를 받히는 경우가 생기네요. 벌써 세 번째인데요. 교통사고를 많이 내시거나 당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처음엔 출장 갔다가 버스에 타고 돌아오다 받힌 거라 운전하다 받힌 게 아니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야기를 해 보자면, 갑작스레 익숙하지 않은 '쿵'소리가 들려 돌아 보니 모든 승객이 놀랐고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어리둥절해 있었는데, 알아 보니 승용차가 버스를 뒤에서 받았었습니다. 이런 게 받히는 소리와 느낌이구나 싶은 정도로 생각하고, 저녁에는 퇴근해서 당시 여자친구(지금의 아내)를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차안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작스레 '쿵'하는 익숙한 소리와 함께 몸이 젖혀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와 보니 이번엔 버스가 제 차를 받았더라고요. 하루에 뒤에서 두 번 받히는 악운이 있나 싶었는데, 몸에는 이상이 없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처음이라 사고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참 당황했던 기억이 있네요. 보험회사에 전화를 해야 하는지,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등등. 그래도 어느 정도 한국에서 사고가 나면 이젠 어떻게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었습니다.
그러다가 네덜란드에 나와서 근무를 하게 됐고, 이제 1년 정도 지났는데 오늘 출근 길에 마지막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익숙한 소리가 들리며 '쿵'하고 제 몸이 잔뜩 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익숙했는지 순간적으로 '아놔, 또' 생각이 들더군요. 밟고 있던 브레이크가 풀렸는지 제 차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고 있었고요. 다행히 브레이크는 잘 잡았는지 앞차는 닿지 않았는데 꽤나 밀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지러움과 목통증을 뒤로 하고 나가 보니 뒤에서 제 차를 제대로 받았더군요. 다행히 소형차이긴 했는데, 아마도 브레이크를 악셀로 밟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 잘못은 아니라 다행인가 하고 있었는데 이곳이 대한민국이 아니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막막하더라고요.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뒷 차량의 운전자가 30세 정도의 여성이었는데 제가 다가가니 차안에서 울고 있더라고요. 계속해서 난감한 상황이고, 대충 사진을 찍고 차를 옆으로 옮기자고 했더니, 도저히 운전대를 못 잡겠다며 또 울고.....다행히 그분 아버지가 와서 차를 옮기고 했는데 상대방 차는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는지 아버지라는 분이 끌고 가시고 제 차량은 입고하면 자기들이 부담해서 고치겠다고 해서 일단락은 된 상태입니다.
이후에 병원에 갔는데 한국과는 다르게 이곳 네덜란드의 병원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거나, 어지러워서 걷지 못할 정도가 아니면 딱히 문제를 삼지 않는 느낌입니다. 어지럼증이 있다고 하니, '정신을 잃었었냐', '세계가 흔들릴 정도냐'라고 묻고, 음주측정하듯 걸어 보라며 똑바로 걸을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이네요. 목이 뻐근하다니, 근육이 뭉친 건 긴장을 해서 근육이 정상동작한 거고, 서서히 풀릴 거라고 하고요. 한 달 정도까지 낫지 않으면 다시 오라고 합니다. 면역과 자연치유에 의존하는 느낌이라 너무 성의가 없는 것 같고 며칠 정도 후에 다시 와 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새삼 우리나라 교통사고 위장 환자들과 일단 병원 가면 전치 2주 진단서를 끊어주는 병원들이 어쩐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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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번 받힌 적 있는데 뒤에 박으신분이 렌트카 모시는 아주머니였습니다. 뭐 100% 뒤의 과실로 밝혀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