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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초등학교 시절 부끄러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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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1-13 01:23:24

안녕하세요. 주로 매니아 눈팅을 하는 회원입니다.

저는 가끔 술 마시거나 TV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이야기가 나올때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심지어 얼마전엔 꿈도 꿨네요..ㅠㅠ 아래는 그 친구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때 전학을 갔던 새로운 학교에는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이 유독 많았는데,

그 이유는 주변에 대단지 영세민 아파트가 있어서이기도 했고, 바로 근처에 고아원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넓은 아파트에서 부모님이 사준옷을 입고 따뜻한 밥을 먹고 자랐는데, 어릴때는 그런축복을 당연하게만 생각했네요.

당시(2,3학년 쯤으로 생각됨) 저희 반에는 고아원 다니는 한 남자애가 있었는데, 계절마다 거의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는 리코더를 불게 됐는데, 음악시간 전 쉬는시간에 다들 리코더를 꺼내고 화장실도 다녀오는 등 여느때처럼 분주한 쉬는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앉아서 문득 복도쪽 창가를 바라보는데, 다른 반에서 온 여자애(이 여자애도 고아원에서 다녔습니다)가 저희반 창문을 몰래 열고 창문틈에다가 리코더를 조용히 놓고 가는걸 보게 됐습니다.

그러고 조금 있다가 저희반의 그 남자애가 창가로 주변눈치를 살피며 가더니, 리코더를 집어왔습니다.

그걸 본 철딱서니 없던 어린시절의 저는 그 남자애를 놀렸습니다ㅠㅠ 여자애가 불던 리코더를 남자애가 입대고 분다는 사실로 놀렸던거 같습니다.

제가 놀리자 그 친구가 굉장히 의기소침한 + 울듯한 표정을 지었고요......

나중에 알고보니 고아원 친구들끼리 리코더 한두개로 돌려쓰느라 본인이 쓰면 다음사람을 위해 몰래 창문틈에 갖다놓고 찾아가고 하는 식으로 룰을 정해서 사용하는 거였더라구요


가끔 생각날때면, 어린시절이지만 철없는 제 행동때문에 맘아팠을 친구가 떠오릅니다. 지금은 어디서 뭐하는지 연락할 길도 없지만,, 어린시절에 부모님없이 가난을 일찍 알아버린 어린 소년이 눈에서 종종 아른아른거리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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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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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1-13 01:57:55

저도 마침 집 오는 길에 어릴 때 친구들한테 미안했던 기억들이 나더군요...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글쓴님과 비슷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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