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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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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3 00:03:58

사연 많던 2016년이 지나가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이렇게 일 년을 또 보낸 저는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이 인생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보다 더 많을 거라는 생각에 우울함마저 느껴집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억 속에서 우리의 시간 감각은 정보의 양에 의하여 재구성됩니다. 따라서 시간의 길이는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할수록 길게 느껴집니다. 예를 들면 차를 타고 생소한 곳으로 여행하는 경우 돌아오는 길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어릴 적을 생각하면 크리스마스와 생일 사이의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을까요? 어릴 적의 하루하루는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라서 그랬겠지요.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 대신 과거 방향으로 되돌아 볼 세월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인생의 지평이 넓어집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시간을 더 길게 느낄 수 있을까요? 지루한 시간은 기억 속에서 짧게 보이기 때문에 지루한 시간을 보내서는 곤란하겠지요. 반대로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경험한다든지, 일기나 사진 등 원천기억을 상기시키는 수단을 통해 과거 기억을 되살린다면 삶의 시간이 연장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나간 날들이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답다 할지라도, 우리는 오늘을 가장 열심히 살아야 하고 또 우리의 삶의 지표는 과거보다 미래에 있어야 한다는 말에 저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가끔씩은 뒤를 돌아보면서 살아야 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과거 속의 추억들은 어릴 적 고향처럼 언제나 따뜻하게 삶의 의미와 향기를 보태주는 우리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삶을 혼자서 되돌아볼 때 생각나는 기억들. 누구의 가슴 속에서나 소중히 간직되어 떠오르곤 하는 그 기억들. 우리가 그들을 아끼고 즐기고 싶을 때, 그것들은 우리에게 하나의 추억이 되어 빛을 내어줍니다.


거기에다가 우리에게는 과거를 더 밝은 빛으로 비출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불쾌한 기억들은 희미해 질 뿐 아니라 그 의미를 잃거나 아예 새로운 의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유인원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과거와 화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동물과 달리 의식적으로 과거에 대한 평가를 바꿀 수 있는데, 용서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경험을 비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면 그 기억은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추억은 스스로 정화되기도 하고 미화되기도 하여서 비록 옛날에 있었던 일들이긴 해도 오늘의 마음속에 살아남아서 자신을 성장시키고 현재의 삶의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우리의 기억은 계속 내용을 걸러내는데, 자주 회상하고 여러 번 이야기하다 보면 기억이 더 강화됩니다. 저도 어릴 적에 겪었던 몇몇 사건들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바래지지 않고 오히려 더 또렷해집니다. 그러한 기억들은 제가 인생을 마칠 때까지 평생 간직될 것입니다.


시간을 주제로 쓴 글이라서 아래 첨부한 영상은 Alan Parsons Project의 Time이라는 노래입니다.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 슬픈 곡이지만 그 처연함 속에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노래에 첨부된 영상도 참 좋습니다.

https://youtu.be/cZX8u1eCXzo

Time

Flowing like a river

Time

Beckoning me

시간이 강물처럼 흐르네

시간이 나를 향해 손짓하네


Who knows when we shall meet again

If ever

But time

Keeps flowing like a river

To the sea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

하지만 시간은

강물이 바다로 내려가듯 흘러가네


Goodbye my love

Maybe for forever

Goodbye my love

The tide waits for me

안녕 내 사랑, 어쩌면 영원토록

안녕 내 사랑, 흐르는 세월이 나를 기다리네


Who knows when we shall meet again

If ever

But time

Keeps flowing like a river (on and on)

To the sea

To the sea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

하지만 시간은

강물이 바다로 바다로 내려가듯 계속 흘러가네


Till it's gone forever

Gone forever

Gone forevermore

영원히 떠나갈 때까지

영원보다 더 멀리


Goodbye my friend

Maybe for forever

Goodbye my friend

The stars wait for me

안녕 내 친구여, 어쩌면 영원토록

안녕 내 친구여, 흐르는 세월이 나를 기다리네


Who knows where we shall meet again

If ever

But time

Keeps flowing like a river (on and on)

To the sea

To the sea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

하지만 시간은

강물이 바다로 바다로 내려가듯 계속 흘러가네


Till it's gone forever

Gone forever

Gone forevermore

영원히 떠나갈 때까지

영원보다 더 멀리


Forevermore

Forevermore

Forevermore

Forever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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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1-03 00:10:48

좋은글 감사합니다. 


즐겨찾기로 매번 좋은글을 보면서도 감사 인사도 못드렸습니다. 
2017년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새해 은혜 가득한 시간 보내시고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다시 한번 항상 좋은글(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WR
2017-01-03 00:14:35

감사합니다. 김지미님께도 은총 가득한 새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2017-01-03 00:20:4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비관적인 사람이라 자주 부모님께서 이제는 나이가 많아지신단 생각에 눈물을 흘리곤 하는데 ㅠㅠ 지금 같이있음에 감사하고 즐기고싶네요!!

WR
1
2017-01-03 00:24:04

고맙습니다. 나중에 회상하면 지금이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그때는 뭐도 모르고 힘들다는 생각만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으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2017-01-03 00:25:34

다시 한 번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ㅠㅠ

Updated at 2017-01-03 00:47:08

시간(감각)과 기억은 정말 관심있는 주제였는데 이런 식으로 연계가 되는군요.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를 용서해야겠어요. 매번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새로이 구독도 누르고 갑니다.

WR
2017-01-03 00:53:35

감사합니다. 뜻깊은 한해 만드시기 바랍니다.^^

2017-01-03 00:57:00
우리가 과거의 일을 기억할 때, 떠올리는 기억이 그 시간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그 사건을 마지막으로 기억했던 시간의 기억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Damon Bailey님의 글과 상반되는 내용이지만, 저는 제가 자주 떠올리는 기억이 그만큼 기억의 원본과 동떨어져 있는 동시에, 더더욱 나만의 기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WR
2017-01-03 01:05:08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시간의 순서가 다시 맞춰지는 건 대뇌 신피질 깊숙이에 위치한  basal forebrain에서 담당하는데 이 영역은 전후 순서에 따라 각각의 조각들을 정리해서 다시 의미있는 줄거리로 묶는 일을 합니다. 따라서 뇌졸중 등으로 basal forebrain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과거의 장면 하나하나는 올바르게 기억할지 몰라도 전후관계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7-01-03 02:47:58

베일리님 매번 좋은 글 써주시지만 이번은 더욱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글에 쓰신 것같이 저는 이제 12년째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있는데요.
오늘 일기를 쓸 땐 작년, 재작년, 3, 4, 5, 나아가서 12년 전 오늘 날짜의 일기를 같이 보곤 해요.
이럴 경우 그 1년 1년이 굉장히 짧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 글 써주신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어요.
새로운 경험이 아닌 지난 경험에 대해 다시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잔 영화에 대한 글은 쓴다 쓴다 하고 못 쓰고 있네요.
곧 써야겠지요 ;)
올해에도 좋은 글들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WR
2017-01-03 03:36:36

말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극이 두뇌의 노화를 늦춰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나이들어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간이 질주한다는 느낌이 덜하다고 하네요. 세잔 영화에 대한 글은 부담 갖지 마시고, 혹시라도 마음 내키신다면 그때 올려주세요^^

2017-01-03 03:18:31

생체 시계때문에 시간의 체감이 다르다는건 이제 한물간 이론인가요? 심박수에따라 시간감각이 다르다고 예전에 본듯해서요.

WR
2017-01-03 03:38:28

포유류의 종 간에는 확실히 생체시계와 체감 시간이 깊게 관련이 있습니다. 쥐의 시간이 코끼리의 시간보다 늦게 가끼 때문에 수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생체시간은 비슷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종들을 비교할 때 이야기고 사람 사이의 시간 체감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2017-01-03 10:07:29

아 어린아이일때는 심박수가 높아서 쥐처럼 길게 느껴지고 나이들어서는 심박수가 낮아져서 짧게 느껴진다는건 잘못된것인가보네요. 감사합니다.

2017-01-03 04:10:44

미화된 과거때문에 살아갈 수 있음에 공감하며 좋은 글에 감사합니다.

WR
2017-01-03 15:51:44

고맙습니다. 올해도 많이 베푸시고 그 이상을 복 받으시길 바랍니다.

2017-01-03 09:09:00

개인적으로 사람에게 가진 가장 큰 축복은 


1. 사람은 망각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2. 그리고 그 망각이 기억의 재조정으로 특정부분은 선명하게(혹은 더 좋게) 기억에 남는다.

라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에 비해 인간이 앞설 수 있는 근본의 이유라 생각도 하구요. 그동안 들어오지를 못해서 가끔씩 눈으로만 봤는데, 17년에도 좋은 한 해 되셨으면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WR
2017-01-03 15:52:17

말씀에 공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7-01-03 10:25:14

베일리 님의 모든 글들 다 인상 깊게, 배우는 마음으로 보아왔는데

개인적으론 이번 글이 그 중에서도 최고였습니다.
항상 좋은 가르침 주시는 것에 대해 이 기회를 통해 감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WR
2017-01-03 15:53:36

고맙습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고 하시는 일에서도 퀀텀 점프 이루시길 바랍니다.

Updated at 2017-01-03 10:49:59

과거 = 좋았던 시절
요즈음 젊은이 =

중학생즈음 되니 하교하는 버스안에서 문득 알것 같더라구요.
천국이니 정토니 하는 것들은 기억속에만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건 바로 지금이라는 것도.

WR
2017-01-03 15:54:44

맞아요. 그런데 하루하루 사는게 힘들면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2017-01-03 11:10:19

이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 가슴에 와닿네요.
이 기억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좋은 추억으로 좋은 의미로 남게되겠죠.
베일리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추억이 스스로 정화되기도 미화되기도 한다는 것처럼요.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WR
2017-01-03 15:57:41

말씀 감사합니다. 그래서 사랑은 추억 속에 영원히 숨쉬고, 아픔은 추억 속에서 아물어져 눈물 자국을 지우는 거 같습니다. 그런 좋은 기억들이 우리 삶 속에 싸여서 영혼을 살아 숨쉬게 만들고 있겠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7-01-03 12:17:32

사람에게 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기능인것 같아요. 과거의 힘들었던 일이 발목을 붙잡고 있었는데 새로운 좋은 기억과 추억이 그 자리를 덮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올려주신 곡이 참 좋네요!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생각나는 노래에요. 

너무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WR
2017-01-03 16:01:32

저 노래는 저에게 이별의 추억이 있는 아픈 곡입니다. 학생 때 가장 친한 친구와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그에게 했던 말은 서로가 간절히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꼭 다시 만날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보고 싶어 하는 서로의 마음들이 꼭 그들을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져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때 제가 좋아하던 노래가 바로 저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 친구를 다시 못 봤습니다. (아마도 저에 대한 기억이 그 친구에게서 점차 엷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7-01-03 12:51:33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번 글은 하루 하루 약해져만 가시는 부모님과 공유하고 싶은 글이네요. 함께 더 새로운 경험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WR
2017-01-03 16:02:03

감사합니다. 부모님께서 오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7-01-03 13:02:43

2014년 8월, 저에게는 다사다난 했던 1개월이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했던 한달이였습니다, 물론 시간은 매우 길게 느껴졌죠, 마치 1개월이 1년같이 느껴졌었던것 같습니다. 평생 처음느껴보는 경험이라 신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WR
2017-01-03 16:03:52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런 경우 시간은 아주 바쁘게 지나가는데 1개월이 1년같이 느껴질 겁니다. 우리가 이사하는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종일 내내 바빴는데, 밤에 짐 정리하고 잠자리에 드는 순간 그날 아침이 저 먼 과거처럼 느껴집니다. 회사에서 좋은 일들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17-01-03 23:58:58

세월의 체감속도는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울게 없어질수록 빠르게 흘라간다라는 사실인데요. 갈수록 세로울게 없어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생산해내서 전념하든가 해서 세월의 속도에 저항할수 있게 해야겠네요. 실현가능한 버컷리스트라도 작성해서 하나하나 채워나가는것도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가 될것같아요.

WR
2017-01-04 01:11:13

저도 그런 것을 느낍니다. 새롭고 활기찬 일들 많이 만들어가시기 바랍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2017-01-04 08:25:59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시간의 속도를 다르게 느끼는 이유가 그거였군요. 더 새로운 것을 많이 읽고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러면서 또한, 요즘에는, 이제 나이도 좀 먹었는데, 너무 치열하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고 좀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게 낫지않은가... 하는 생각 또한 하고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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