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기억
사연 많던 2016년이 지나가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이렇게 일 년을 또 보낸 저는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이 인생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보다 더 많을 거라는 생각에 우울함마저 느껴집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억 속에서 우리의 시간 감각은 정보의 양에 의하여 재구성됩니다. 따라서 시간의 길이는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할수록 길게 느껴집니다. 예를 들면 차를 타고 생소한 곳으로 여행하는 경우 돌아오는 길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어릴 적을 생각하면 크리스마스와 생일 사이의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을까요? 어릴 적의 하루하루는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라서 그랬겠지요.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 대신 과거 방향으로 되돌아 볼 세월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인생의 지평이 넓어집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시간을 더 길게 느낄 수 있을까요? 지루한 시간은 기억 속에서 짧게 보이기 때문에 지루한 시간을 보내서는 곤란하겠지요. 반대로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경험한다든지, 일기나 사진 등 원천기억을 상기시키는 수단을 통해 과거 기억을 되살린다면 삶의 시간이 연장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나간 날들이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답다 할지라도, 우리는 오늘을 가장 열심히 살아야 하고 또 우리의 삶의 지표는 과거보다 미래에 있어야 한다는 말에 저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가끔씩은 뒤를 돌아보면서 살아야 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과거 속의 추억들은 어릴 적 고향처럼 언제나 따뜻하게 삶의 의미와 향기를 보태주는 우리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삶을 혼자서 되돌아볼 때 생각나는 기억들. 누구의 가슴 속에서나 소중히 간직되어 떠오르곤 하는 그 기억들. 우리가 그들을 아끼고 즐기고 싶을 때, 그것들은 우리에게 하나의 추억이 되어 빛을 내어줍니다.
거기에다가 우리에게는 과거를 더 밝은 빛으로 비출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불쾌한 기억들은 희미해 질 뿐 아니라 그 의미를 잃거나 아예 새로운 의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유인원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과거와 화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동물과 달리 의식적으로 과거에 대한 평가를 바꿀 수 있는데, 용서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경험을 비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면 그 기억은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추억은 스스로 정화되기도 하고 미화되기도 하여서 비록 옛날에 있었던 일들이긴 해도 오늘의 마음속에 살아남아서 자신을 성장시키고 현재의 삶의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우리의 기억은 계속 내용을 걸러내는데, 자주 회상하고 여러 번 이야기하다 보면 기억이 더 강화됩니다. 저도 어릴 적에 겪었던 몇몇 사건들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바래지지 않고 오히려 더 또렷해집니다. 그러한 기억들은 제가 인생을 마칠 때까지 평생 간직될 것입니다.
시간을 주제로 쓴 글이라서 아래 첨부한 영상은 Alan Parsons Project의 Time이라는 노래입니다.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 슬픈 곡이지만 그 처연함 속에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노래에 첨부된 영상도 참 좋습니다.
Time
Flowing like a river
Time
Beckoning me
시간이 강물처럼 흐르네
시간이 나를 향해 손짓하네
Who knows when we shall meet again
If ever
But time
Keeps flowing like a river
To the sea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
하지만 시간은
강물이 바다로 내려가듯 흘러가네
Goodbye my love
Maybe for forever
Goodbye my love
The tide waits for me
안녕 내 사랑, 어쩌면 영원토록
안녕 내 사랑, 흐르는 세월이 나를 기다리네
Who knows when we shall meet again
If ever
But time
Keeps flowing like a river (on and on)
To the sea
To the sea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
하지만 시간은
강물이 바다로 바다로 내려가듯 계속 흘러가네
Till it's gone forever
Gone forever
Gone forevermore
영원히 떠나갈 때까지
영원보다 더 멀리
Goodbye my friend
Maybe for forever
Goodbye my friend
The stars wait for me
안녕 내 친구여, 어쩌면 영원토록
안녕 내 친구여, 흐르는 세월이 나를 기다리네
Who knows where we shall meet again
If ever
But time
Keeps flowing like a river (on and on)
To the sea
To the sea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
하지만 시간은
강물이 바다로 바다로 내려가듯 계속 흘러가네
Till it's gone forever
Gone forever
Gone forevermore
영원히 떠나갈 때까지
영원보다 더 멀리
Forevermore
Forevermore
Forevermore
Forevermore
글쓰기 |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