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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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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2-29 01:37:39

3주 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공부를 하고싶다.'

예전에 어떤 시험을 준비하다가 결국에는 포기한 후, 제대로 공부라는걸 해본 적이 없었어요. 시험을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토익이나 토익스피킹, 각종 자격증을 위한 공부를 한 적은 있었지만 그 공부는 '학문'을 탐구하는 행위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거든요(이것은 매우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취업하고 나서야 뭐... 거의 엑셀과 피피티로 점철된 삶이었고요ㅜㅜ

그래서 미시경제학이나 다시 한 번 공부해볼까라고 결심 후에 동네 서점에 갔더니 책장을 꽉꽉 채운 책들은 죄다 수능대비 참고서와 베스트셀러뿐, 전공서적은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매 번 알라딘에서만 책을 구매하다보니 동네 서점의 현실은 잘 몰랐었는데 이번에야 알게 되었어요. 하기야 안 팔리는 책을 갖다 놓기는 그렇죠.

그래서 인터넷으로 주문해야겠다 마음먹고 한 가지 결심을 했어요. 철저히 유명하지 않은 책을 구매하리라. 예전에 신림동에 있을 때 미시는 아주 유명한 이 모 교수님의 책과 조금 덜 유명한 다른 이 모 교수님의 책만 봤었거든요. 학원 강사들도 그 두가지 책 아니면 서 모 교수님의 책으로 강의했었고요. 그런데 다른 책을 사려고 해도 아주 유명한 이 모 교수님의 책만한게 잘 없더라고요. 수리적 접근이 약간 미흡하단 지적도 있지만 그만큼 직관적으로 미시경제학의 세계로 안내해주는 책도 없거든요. 그러니 고민이 되는겁니다. 저 책을 보면 다시 수험생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 것 같은데...다시 또 저 책을 봐야하는가? 수십 번도 더 읽은 그 책을? 시험 떨어지고 버렸던 그 책을? 또 사서 다시 봐?

그래서 그냥 원서를 주문했어요. 저는 경제학과 출신이 아니라서 학교 다닐 때도 원서로 진행되는 경제학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 참에 원서를 한 번 봐보자 싶더라고요. 선택은 예전부터 꼭 한 번 보고싶었던 V 모 교수의 책으로. 철저히 유명한 책을 구입한 것이지요. 첫 결심과는 정반대로 말이죠.

며칠 후 책이 도착했고 지금까지 매일 읽는 중인데 참 재밌습니다. 가게 때문에 오랜 시간 공부할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죠. 원서지만 영어도 별로 안 어렵고, 오히려 영어이기에 더 또렷하게 개념정의가 되는 것들도 많아요. '시험'때문에 공부할 땐 몰랐는데, 공부도 '그냥' 하니까 즐겁네요. 왜 아직까지 이걸 몰랐던건가 싶습니다. 무언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그냥 무언가를 하는게 무언가 더 즐겁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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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2-29 02:02:35

학문을 탐구하고 내것으로 익히는 일은 좋은거죠.

2016-12-29 02:05:25

뭔가 공감이 가는 분위기의 글이네요.

Updated at 2016-12-29 03:34:03

Varian인가요? 정말 좋은 책입니다. 저도 미시경제학을 복습하거나 가끔식 들춰볼때는 항상 그 책을 보게 되더라구요.

2016-12-29 05:49:19

경제학 원서라면 Paul Krugman의 책도 좋습니다
접근이 좀 부드럽다 할까요?

진짜 공부를 하신다니...
정말 멋지십니다 ^^b

2016-12-29 09:13:23

Micro theory는 베리안이죠. 박사과정 코스웍도 주교제는 마스코렐 섭교제로 베리안 보는 학생들 많은듯해요... 원서 잘 고르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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