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천문학 연구는 거대하고 값비싼 장비를 필요로 하는 메가 사이언스지만, 초대형 가속기를 이용하는 소립자 연구와 달리 기업형 팀워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탁월한 업적을 낸 천문학자들 중에는 유난히 여성이 많습니다.
세실리아 페인(Cecilia Payne)은 1920년대에 태양의 흡수 스펙트럼을 정확히 해석해 태양의 3분의 2 이상이 철로 구성되어 있다는 당시 과학계 정설을 뒤엎고, 태양의 90% 가량이 수소로 되어있고 나머지 10%는 헬륨으로 구성되어있다는 해석을 내놓아 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선구자적 여성 천문학자입니다. 그리고 1960년대에 조셀린 벨(Jocelyn Bell)은 대학원 재학 중 전파 망원경의 신호를 분석하여 중성자별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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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셀린 벨이 중성자별을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여성 천문학자가 놀라운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바로 이틀 전인 올해 12월 26일에 사망한 베라 루빈(Vera Rubin, 1928~2016)입니다.
1970년대 초 베라 루빈(위 사진)은 1930년대부터 학계에서 논쟁의 대상이던 ‘암흑물질(dark matter)’이 존재한다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는 업적을 이뤘습니다.
천왕성의 궤도가 관측되지 않는 천체의 중력 때문에 어긋난 것에 착안해서 이미 19세기에 해왕성의 존재를 추측한 것처럼, 천문학자들은 관찰되지 않는 것의 존재를 중력을 통해 추론해왔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별이 보이지 않는 짝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블랙홀의 존재와 성질이 추론 가능합니다.
아래의 표에는 명왕성을 포함해 태양계 행성들의 공전속도가 나와 있습니다.
표에서 해왕성과 명왕성이 지구보다 공전속도가 느린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들이 지구 정도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태양 중력의 영향을 벗어나 궤도를 이탈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일 명왕성이 태양계 궤도에 머물러 있으면서 지구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면 이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유추할 수 있을까요? 가장 자연스러운 해석은 지구 궤도 바깥쪽에 보이지 않는 무거운 물체가 있어 그 중력으로 명왕성을 끌어 잡는다고 추론하는 것입니다. 베라 루빈은 그와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은하(galaxy)의 내부 운동은 빛의 속도에 비해 훨씬 느립니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도입할 필요도 없이 뉴턴의 중력이론만 적용하면 됩니다. 뉴턴의 중력이론은 어떤 질량을 가졌던 두 배 멀리 떨어지면 중력은 그 제곱인 네 배가 약해짐을 말해줍니다. 베라 루빈은 안드로메다은하의 자전을 처음 연구했고, 그 다음에는 60개가 넘는 나선형 은하의 운동을 연구했습니다. 은하를 이루고 있는 별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은하 중심을 돌고 있습니다. 뉴턴의 중력법칙에 의하면 태양계 행성의 공전과 마찬가지로 은하를 이루는 별들의 속도는 은하의 중심에서부터 멀어질수록 느려져야 했습니다.
그런데 루빈이 확인한 것은 은하 안쪽과 바깥쪽에 있는 별들의 회전 속도가 거의 같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은하 바깥쪽은 안쪽보다 느리게 회전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나올 수 있는 해석은 두 가지 뿐입니다. 뉴턴의 중력법칙이 은하계에서는 적용될 수 없거나,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별 사이를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라 루빈은 중력법칙이 옳지 않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기에 암흑물질이 존재하여 이런 현상을 일으킨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이후 암흑물질에 대한 누적된 증거는 그것의 존재성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연히 나타났습니다. 그냥 존재하는 정도가 아니라 암흑물질은 우리가 아는 우주의 전체 물질보다 질량이 거의 여섯 배가량 많아, 우주 전체 물질의 약 85%를 차지합니다.
여태까지의 관찰과 추론에 의하면 암흑물질은 빛을 내지 않을뿐더러 우리가 탐지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복사도 방출하지 않습니다. 중력 외에는 우리가 아는 물질과 어떤 반응도 하지 않습니다. 암흑물질의 정체는 여전히 수수께끼지만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의 후보가 될 수 있는 것들을 꽤 많이 제시해왔습니다. 오랫동안 암흑물질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여겨졌던 ‘윔프(WIMP)’의 지위가 요즘 서서히 흔들리고 있고, 그 자리를 액시온(axion)과 ‘비활성(sterile) 뉴트리노’라는 새로운 후보가 넘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현대 물리학이 도전하는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탁월한 과학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세실리아 페인, 조셀린 벨 그리고 베라 루빈은 한 명도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글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고흐의 모든 그림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 그림은 그가 자살하기 1년 전인 1889년 6월에 그려졌습니다. 고흐는 1889년 1월에 왼쪽 귓불을 잘라낸 후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했고, 4개월 후인 1889년 5월에 상 레미(Saint-Remy) 정신병원에 자처해서 환자로 입원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으로 알려진 이 그림은 고흐가 입원실 창밖을 내다보며 그린 것입니다. 고흐는 스스로 이 그림을 실패작이라고 여겨 거기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그림 속에 소용돌이가 뭘 뜻하는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해석이 지금껏 나돌고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으로 고흐가 그린 소용돌이는 은하(galaxy)를 표현한 것으로 짐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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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글 잘보고있습니다. 제가 압생트를 좀 마셔본 결과 저 하늘의 모습은 압생트를 마시면 실제보이는 모습과 유사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