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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자동차가 일본에서 라면을 팔게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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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7 20:08:52

미국 생활 두 번째 해인 1990년에 저는 자동차에 처음으로 눈을 떴습니다. 그 계기는 일본제 차들 때문이었습니다. 그 해에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와 인피니티가 미국에 상륙했고, 혼다에서는 일본 최초의 슈퍼카 NSX와 신형 어코드를 출시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25년 동안 4대의 차를 소유했는데, 저의 첫 번째 차가 1991년 혼다 어코드 EX입니다. 부모님의 돈으로 산 그 차를 유학생활 마칠 때 까지 10만 마일 가깝게 탔고, 1998년에 귀국해서는 가끔 동생의 엘란트라를 빌려 타다가, 새천년에 미국으로 돌아가 위스콘신 주 매디슨에서 2000년형 현대 쏘나타를 구매했고 몇 년 쓰다가 국내로 가져와서 2008년 초까지 탔습니다. 2008년에는 기아 로체 이노베이션을 사서 올해 초까지 탔는데, 작년 8월에 인천에서 큰 사고를 낸 것이 계기가 되어 올 초에 바꾼 것입니다.


올해 새로 산 차는 기아의 신형 3.3리터 K7입니다. 차를 바꾸는 대신에 멋진 스포츠카를 새로 사서 회사 일로 힘들어하는 와이프에게 선물하려고 마음먹었다가 가족 1명의 반대로 기존의 로체를 신형 K7으로 교체하는 걸로 마무리했습니다. 테스트 드라이브도 없이 예전에 한번 타본 K7을 생각하고 샀다가 처음에는 서스펜션이 너무 소프트해서 후회도 했지만 지금은 나름 만족하며 잘 타고 있습니다. 와이프에게 선물하려 했던 스포츠카는 포르쉐 카이맨과 BMW M4를 고려했다가 흰색 닛산 370Z로 결정되기 직전이었습니다. 닛산 370Z를 택한 건 가격 때문이 아니라 제가 그 차의 이전 모델에 대한 깊은 로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바로 1990년 닛산 300ZX 터보입니다. 닛산 300ZX 터보는 1990년에 출시된 수많은 일본제 차 중에 자동차 매니아들에게 가장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차입니다. 1997년에 단종 될 때까지 매년 Car and Driver 잡지의 10베스트에 선정된 것은 물론입니다. 혁신적인 외관에 300마력의 3.0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한 2인승 스포츠카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한국에 계시던 부모님을 졸라서 3만 달러가량이었던(당시 1달러는 700원 정도였음) 그 차를 살까 생각했다가 결정적으로 보험료 때문에 포기했었습니다. (후에 나이 들면서 부모님 돈으로 혼다 어코드 EX를 샀던 것도 부끄러워지더군요.)


한참 후에 알게 되었는데, 1990년은 일본의 자동차 산업의 신기원적인 해였습니다. 그 해에 일본에서만 770만대가 넘는 자동차가 판매되었고, 그 이후 일본 내 자동차 판매량은 지금까지 26년동안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하튼 990년 닛산 300ZX 터보는 일본이 세계의 고성능 스포츠카 시장을 선도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다음 해인 1991년에는 마쓰다에서 신형 RX-7을 출시했습니다. RX-7은 제가 지금껏 타봤던 차들 중에서 가장 비타협적인 고성능 스포츠카입니다. 비타협적이라는 단어는 승차감이 나쁜 걸 의미합니다. 실제 노면이 트랙처럼 매끄러운 것이 아닌데, 그 차는 모든 노면이 트랙인 걸로 착각하고 만든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고성능 스포츠카 매니아 중에서도 골수 매니아를 겨냥하고 내 놓은 차였습니다.


RX-7의 엔진은 피스톤이 상하 왕복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삼각형 모양의 로터가 회전하면서 흡입, 압축, 폭발, 배기를 하는 로터리엔진입니다. 전 세계에서 오직 마쓰다만 사용하는 엔진 스타일입니다. 일반 엔진은 피스톤이 두 번 왕복하는 사이에 한 번의 폭발이 이뤄지지만 로터리 엔진에서는 로터의 3변 모두가 연소실이 되어 로터가 1회전하는 사이에 3회의 폭발이 이뤄집니다. 이 때문에 RX-7은 1.3리터 (2로터)의 자연흡기로 240마력의 고출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1991년에는 또 미쓰비시 GTO가 3000GT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상륙한 해입니다. 300ZX 터보와 마찬가지로 3리터 트원터보에 300마력을 내는 엔진을 갖췄고, 거기에다 4륜구동을 기본으로 갖춘 차입니다. 멋진 외관과 4륜구동에도 불구하고 미쓰비시 3000GT는 매니아들에게 그렇게 많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습니다.


1993년에는 도요타가 신형 슈프라를 출시했는데, 슈프라의 성능은 동일 가격대에서 다른 경쟁 차들을 월등히 능가했습니다. 승차감이 별로 좋지 않은 등의 이유로 기존의 닛산 300ZX 터보를 여전히 선호하는 층도 적지 않았습니다. 1993 도요타 슈프라 터보는 그 당시까지 터보엔진의 끝판왕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일본이 전 세계의 고급 승용차 시장은 물론 고급 스포츠카 시장도 조만간 석권할 것이 불 보듯 확연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그 이후에 등장한 젊은 세대들은 철저하게 고급차들을 외면했습니다. 그들은 자동차를 신분의 표상이자 열정의 상징처럼 생각했던 선배세대나 지금 우리나라 젊은 세대와는 전혀 달리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여기는 거였습니다. 90년대 후반 이후 그 잘나가던 일본의 고급 스포츠카들은 줄줄이 단종 되었습니다. 그나마 유일하게 남아있는 게 닛산 370Z입니다. 그 사이 고성능 터보엔진의 최강국이던 일본은 이미 대세가 된 터보 기술에서 가장 뒤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닛산 370Z 조차도 자연흡기입니다.)


이렇듯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일본의 젊은이들은 고급 자동차를 살 여력도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신형 젊은이가 신형 포르쉐를 구입한 경우 우리나라는 지나친 관심에 시달리는 반면에 일본은 지나친 무관심에 소외됩니다. 비싼 돈 주고 저런 시끄럽고 좁은 차를 산 머저리 소리를 들를 수는 있습니다. 지금 벤츠나 BMW가 잘 나가고 있지만 그건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20년간 제자리걸음이나 퇴보를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일본의 젊은 층은 고급차보다는 경제적인 전기차에 관심을 더 갖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올 여름 6.2리터에 453마력을 갖춘 무지막지한 카메로SS가 출시되자마자 1,000대가 팔린 것과 대조됩니다.



일본 젊은이들이 자동차에 대해 하도 관심을 안 갖게 되자 홍보 차원에서 렉서스 자동차는 카페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 도쿄의 롯본기 벤츠 매장에서도 벤츠 브랜드의 라면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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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2-27 20:43:10

벤츠 라멘이라..
제가 먹기에는 양이 모자라 보여서 아쉽네요

WR
2016-12-27 23:43:57

1200엔에 팔았답니다. 양이 작아보이긴 하네요.

2016-12-27 20:46:51

도요타가 몇년전부터... 레드리본 캠페인이던가?
일단 젊은 사람들 면허증부터 따러 갑시다 라는 광고를 돌리고 있죠.

왜 저러나 했더만 도쿄 오샤카 등
대도시권의 젊은이들이 면허 자체가 없다고
성인에 되면 일단 면허장 딴다라는 공식이 무너진지 십수년째라는 조사 발표가 나오더라구요.

2016-12-27 21:00:33

그런가요?

취업할때 면허필수인 회사도 꽤 많아서 운전은 못해도 면허가진 애들은 많을텐데요..
2016-12-27 21:12:03

저도 지금 기사를 찾을수는 없는데
20대의 자동차 소유가 줄어든것도 문제지만
일본 전체가 아닌 대도시와 그 광역권에 사는
소비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이 면허 교습소 가는 돈과 시간 자체도 아까워서
면허를 소지하지 않거나 결혼 등 정말 필요할때까지 따지않는다 그런 취지였습니다.
그러니깐 원래 일본은 고3 이럴때 면허증 따는게 성인의 통과점이었는데
그건 그 방송의 패널로 나온 기성세대의 이야기이고
실재 20대 초반 세대와는 거리가 머언 이야기란 방송 흐름이었습니다.

WR
2016-12-27 23:38:09

20대 면허 취득자의 운전 비율이 갈수록 낮아져서 50%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한술 더 떠서 면허 취득까지 기피할 정도면 심각하군요.

2016-12-27 21:49:11

다 먹으면 바닥에 벤츠마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WR
2016-12-27 23:38:29

저는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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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2-27 22:11:12

약 20년 전에 제가 한참 자동차에 관심있어서 드라이빙 스쿨도 다니고 그럴때,
가장 가지고 싶었던 차가 RX-7과 BMW Z1입니다.

그때 꿈이 출퇴근용 경차, 나들이용 세컨카, 스포츠 드라이빙용 고성능차를 가지는 거였는데요,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나중에 독립하면 마티즈로 출근하며 BMW Z1으로 교외 드라이브를 즐기고,
밟고 싶을때는 RX-7을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뭐, 이제는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네요.

RX-7은 진짜 제작자의 고집이 드러난 차죠.
이후에 내구성을 강화한 르네상스 엔진의 RX-8을 만들었고 출시하기도 전에 X-Men2 영화에
PPL로 협찬하는 등 공격적으로 마케팅했지만 개인적으로 RX-7 만큼의 매력은 없었습니다.
말씀하신 서스펜션 세팅에서도 RX-7의 정체성이 드러나는데,
최초 공개 당시 너무 승차감이 단단한 것 아니냐라는 기자의 물음에
'RX-7은 장보러 갈 때나 타는 그런 차가 아니다' 라고 했다고 하죠.
국내에도 자가 정비하면서 타시는 분들이 있다고 하던데 다시는 나오기 힘든 스타일의 차인것 같습니다.

매니아에서 좋아하던 차에 대한 글이 나와서 반갑네요. 가끔씩 올리시는 자동차관련 글은 잘 보고 있습니다.

WR
2016-12-27 23:41:25

말씀 감사합니다. RX-8은 RX-7의 후계자라고 하기에는 철학이 많이 달라 보였습니다. RX-7은 전혀 타협이 없는 순수 스포츠카였는데, RX-8은 컨셉 자체가 타협처럼 보였습니다. BMW Z1은 한번도 크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3시리즈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2016-12-28 04:49:17

RX7 사려고 가계약까지 했다가 아버지한테 10년이 더 된 차 뭣하러 사냐고 구박받고 RX8샀었던게 아직도 후회가 되네요...

WR
2016-12-28 18:57:04

RX7에서 RX8으로 바뀔 때쯤이었나 보네요. 고민 되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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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8 07:57:54

일본 만화/애니중에 이니셜D라는게 있습니다. 그 만화/애니를 보면서 일본 스포츠카에 대해서 로망을 가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

그러나 나이를 먹을 수록, 멋지고 빠른차 보다는, 실용적인 차가 더 좋지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되더군요.

저는 영업을 하다보니 운전해서 지방에 가는 일이 많아서 요즘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에 관심이 갑니다. ^^


물론 저도 세컨카를 가지게 된다면 스포츠카도 갖고싶다는 생각은 합니다만... 글쎄요... 그런 일이... ^^

2016-12-28 16:14:02

 스포츠카로 빨리 달려봐야 결국 속도위반으로 딱지만 때는거죠.


 일상도로에서 스포츠카라는 것이 뽀대 외에 무슨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WR
2016-12-28 18:58:09

핸들링과 순발력이 좋아서 마음 먹으면 요리조리 움직이며 다른 차들보다 빨리 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다 사고내는 수도 있지만요.

Updated at 2016-12-28 12:01:40

개인적으로 저에게  첫인상을 남긴 건 RX-78-2,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건 RX-93, 그리고 제일 최근에 인상깊게 본건 RX-0 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것들이 저를 즐겁게 할지.. 기대가 됩니다.

WR
2016-12-28 18:59:32

전혀 다른 세계를 말씀하시는 거 같네요. 잘 모르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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