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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우울한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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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4 17:52:11

세상에는 수많은 크리스마스 노래가 있는데, 즐거운 노래보다 슬픈 내용의 노래가 더 많을 겁니다. 오늘 소개하는 노래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슬픈 내용입니다.  노래의 제목은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로 전설의 뮤지컬 배우인 쥬디 갈랜드(Judy Garland, 1922~1969)가 1944년 상영된 뮤지컬 영화 「Meet Me in St. Louis」속에서 부른 곡입니다.


부인과 다섯 자녀를 데리고 세인트루이스에 살던 스미스씨가 갑자기 승진해서 뉴욕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이 모두 뉴욕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스미스씨의 다섯 자녀들은 그 소식에 기겁하면서 절망합니다. 그중에서도 둘째 딸인 쥬디의 상심은 더욱 큽니다. 이웃집 청년과 깊은 사랑에 빠져있는 그녀는 연인과 생이별할 생각에 넋이 나가있는 상태에서 일곱 살 막내 동생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동생은 언니의 노래를 들으면서 점점 더 슬퍼져 노래가 끝난 후 마당으로 뛰어가 가족이 함께 만들었던 눈사람들을 모두 부수면서 오열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가족들이 세인트루이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을 깨달은 스미스씨는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에 뉴욕으로 이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아래 영상은 동생을 위로하는 쥬디 갈랜드의 노래입니다. 분위기도 가사도 한없이 침울합니다.

https://youtu.be/nH9RyySpkU8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Let your heart be light

Next year all our troubles will be out of sight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란다.

네 마음도 가벼워야지

내년에는 우리의 모든 근심이 사라질 거야.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Make the yuletide gay

Next year all our troubles will be miles away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란다.

그날을 즐겁게 만들어 보렴.

내년에는 우리의 모든 문제들이 멀리 떠날 거야.


Once again as in olden days

Happy golden days of yore

Faithful friends who are dear to us

Will be near to us once more

다시 한 번 우리의 좋았던 시절과 찬란하고 행복했던 날들처럼

우리를 아껴주던 진실한 친구들을 곁에 두게 될 거야.


Someday soon we all will be together

If the fates allow

Until then we'll have to muddle through somehow

So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now

운명이 허락한다면 언젠가 우리들 모두가 함께 할 날이 올 거야.

그 때까지 우리는 어떻게든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가야겠지.

그러니까 지금 우리 스스로라도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자꾸나.


쥬디 갈랜드는 16살에 전대미문의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 역을 맡으며 스타덤에 오른 후 헐리웃 뮤지컬 영화에서 독보적인 여배우로 커리어를 이어갔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그녀가 부른 Over the Rainbow는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https://youtu.be/PSZxmZmBfnU

제가 쥬디 갈랜드의 대표적인 두 노래의 영상을 위에 링크했는데, 두 영상에서 모두 쥬디는 눈을 거의 깜빡이지 않으며 애처로우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쥬디 갈랜드의 인생은 그녀의 화려한 명성만큼이나 불행했습니다.


쥬디의 아버지는 강제로 결혼당한 동성연애자로 1953년에 뇌수막염으로 사망했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한 13살에 쥬디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헐리웃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4년 후 「오즈의 마법사의 성공으로 어린 나이에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녀가 출연한 뮤지컬 영화는 성공을 이어갔지만 그 성공이 개인으로서의 삶을 갉아먹고 피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술과 약물로 20대 후반에 몸이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고, 47살의 나이에 약물중독으로 사망할 때까지 다섯 번 결혼을 했습니다.




위 사진은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를 연기하는 쥬디 갈랜드의 모습입니다.



위 사진은 스무 살이던 1942년 당대 최고의 배우 진 켈리와 함께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쥬디의 모습입니다.




쥬디의 인생에서 행복했던 짧은 순간입니다. 성급한 첫 결혼에 실패한 후 쥬디는 뮤지「파리의 아메리카인」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영화감독 빈센트 미넬리(Vincente Minnelli)와 23살에 재혼하여 딸 리자(Liza)를 낳았습니다. 6년간 지속된 미넬리와 결혼생활이 파국을 맞은 후 쥬디는 자살시도를 했고 하루하루를 술과 약물에 의지하면서 스스로 파멸의 길로 다가갔습니다.


이번에 올린 글은 우울한 내용이 되었네요. 힘 내시라는 뜻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와 잘 어울리는 글도 하나 링크합니다. 제가 올해 1월, 6개월만에 매니아에 복귀하면서 올린 글입니다.

/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2228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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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2-24 18:28:59

글의 깊이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좋은 글 영상 감사합니다
베일리님은 연말 훈훈하게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WR
2016-12-24 19:47:14

감사합니다. 행복한 휴일과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6-12-26 07:48:26

오늘은 둘 다 아는 노래네요. 아는 노래가 반갑습니다. ^^


저 여배우가 그렇게 불행하게 살았는지는 몰랐습니다. 참... 세상 일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사진 세장을 보는데, 가운데 사진이 가장 나이 들어보이네요. ^^ 처음이랑 맨 아래 사진은 어려보여요.

WR
2016-12-26 15:35:59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는 쥬디 갈랜드가 부른 저 곡이 원곡인데, 그 이후에는 가사의 내용이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어서 캐롤로 정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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