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지구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무엇일까요? 매(hawk)가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 수직 하강할 때 순간속도가 시속 300km에 이르기도 하는데, 이는 낙하속도이지 이동속도가 아닙니다. 매가 수직낙하로 먹이사냥을 하는 이유는 이동속도가 사냥감보다 빠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조류나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입니다. 그 동물은 순간적으로 시속 160km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정답은 박쥐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지구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멕시코 자유꼬리 박쥐(Mexican free tailed bat)’입니다. 모든 조류, 어류 및 기타 포유동물보다 월등히 빠릅니다. 미국 텍사스의 오스틴 근교의 동굴에는 3백만 마리가 넘는 멕시코 자유꼬리 박쥐가 서식하는데, 여름날 해질녘에 곤충 사냥을 위해 동굴에서 박쥐들이 몰려나오는 풍경은 이색적인 장관을 연출합니다. 아래 영상에서는 박쥐의 비행과 더불어 송골매가 수직낙하로 박쥐를 사냥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날아다니는 모습은 얼핏 새처럼 보이지만 박쥐는 결코 새가 아닙니다. 박쥐는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고 날개나 깃털도 없습니다. 박쥐의 날개처럼 보이는 것은 손가락 사이의 물갈퀴 같은 피막(皮膜)입니다. 박쥐의 손가락이 점점 길어지면서 손가락 사이의 피부가 늘어나서 날개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피막 끝에 갈고리 같은 손이 있어 그걸로 제법 빠르게 기어다닐 수도 있습니다.
박쥐가 날아다니는 방법은 새와는 많이 다릅니다. 새는 박쥐에 비하면 유연성과 비행기술이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절벽에 둥지를 틀고 사는 새들의 경우 둥지에 돌아오는 과정에서 곧잘 절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심지어는 둥지 안에 있는 알을 발로 차서 절벽 밑으로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새에 비해 박쥐는 빠를 뿐 아니라 급정지, 급출발, 급회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습니다. 박쥐는 같이 공기 흐름이 조금만 변해도 감지할 정도로 민감한 대응 세포를 피막에 나 있는 미세한 털 안에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쥐의 피막은 새의 날개에 비해 훨씬 유연하기 때문에 피막을 완전히 뒤집어 올린 채 뒤로 이동시켜 몸이 수직으로 급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새들은 시력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반면에 깜깜한 밤중에 날아다니는 박쥐는 시력이 매우 나쁩니다. 박쥐는 어두운 동굴 속이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만 살다 보니 시력이 퇴화되었습니다. 새처럼 시력에 의존하는 대신 박쥐는 입과 코로 초음파를 내보낸 다음 레이더처럼 생긴 큰 귀로 그 소리가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메아리를 듣고 방향을 설정해서 길을 찾고 먹이를 잡아먹습니다.
박쥐가 곤충을 사냥하는 모습은 신비롭습니다. 박쥐는 자기가 내보낸 높은 주파수의 소리가 곤충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것을 듣고 먹이를 향해 날아갑니다. 그런데 나방 등 곤충은 대부분 박쥐가 내는 소리를 먼저 듣고 피합니다. 곤충 종류에 따라 피하는 모습이 전부 다릅니다. 박쥐의 초음파를 듣자마자 어떤 곤충은 땅으로 떨어져 풀 속에 숨고, 어떤 것은 공중으로 솟구치고 어떤 종은 뱅글뱅글 돌면서 박쥐에게 혼란을 줍니다. 이렇게 먹잇감의 곤충이 피신을 하기 때문에 박쥐가 단순히 초음파에서 읽은 위치로 나간다면 먹이는 벌써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그래서 박쥐는 곤충에 부딪혀 소리가 반사된 위치로 향하지 않고 곤충이 움직일 방향을 예측하여 그리로 날아갑니다. 예측이 항상 들어맞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곤충과 박쥐는 치열한 먹고 먹히기 수 싸움을 하는 것입니다. 박쥐는 입으로 곤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손처럼 유연한 피막으로 잡습니다. 대충 곤충의 근처까지만 가면 손으로 감아서 입에 집어넣습니다.
텍사스의 동굴에서 밤마다 수백만 마리의 멕시코 자유꼬리 박쥐가 일제히 사냥에 나가는 경우 박쥐들은 먹이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셈입니다. 이 박쥐들은 초음파를 먹잇감인 곤충에만 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박쥐에게도 쏘아댑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박쥐들은 각자 초음파를 쏘면서 먹이의 위치를 추적해 접근하다가 상대가 먹이를 공격하려는 마지막 순간에 방해 음파를 발사해 상대에게 혼동을 주고 자신이 먹이를 낚아채려 시도합니다. 박쥐는 알면 알수록 신비한 동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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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하면 텍사스 주청사 위로 박쥐 날아다니는거 꼭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