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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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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0 00:40:41

지구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무엇일까요? 매(hawk)가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 수직 하강할 때 순간속도가 시속 300km에 이르기도 하는데, 이는 낙하속도이지 이동속도가 아닙니다. 매가 수직낙하로 먹이사냥을 하는 이유는 이동속도가 사냥감보다 빠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조류나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입니다. 그 동물은 순간적으로 시속 160km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정답은 박쥐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지구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멕시코 자유꼬리 박쥐(Mexican free tailed bat)’입니다. 모든 조류, 어류 및 기타 포유동물보다 월등히 빠릅니다. 미국 텍사스의 오스틴 근교의 동굴에는 3백만 마리가 넘는 멕시코 자유꼬리 박쥐가 서식하는데, 여름날 해질녘에 곤충 사냥을 위해 동굴에서 박쥐들이 몰려나오는 풍경은 이색적인 장관을 연출합니다. 아래 영상에서는 박쥐의 비행과 더불어 송골매가 수직낙하로 박쥐를 사냥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https://youtu.be/ZGnzm6A8Dnk

날아다니는 모습은 얼핏 새처럼 보이지만 박쥐는 결코 새가 아닙니다. 박쥐는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고 날개나 깃털도 없습니다. 박쥐의 날개처럼 보이는 것은 손가락 사이의 물갈퀴 같은 피막(皮膜)입니다. 박쥐의 손가락이 점점 길어지면서 손가락 사이의 피부가 늘어나서 날개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피막 끝에 갈고리 같은 손이 있어 그걸로 제법 빠르게 기어다닐 수도 있습니다.



박쥐가 날아다니는 방법은 새와는 많이 다릅니다. 새는 박쥐에 비하면 유연성과 비행기술이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절벽에 둥지를 틀고 사는 새들의 경우 둥지에 돌아오는 과정에서 곧잘 절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심지어는 둥지 안에 있는 알을 발로 차서 절벽 밑으로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새에 비해 박쥐는 빠를 뿐 아니라 급정지, 급출발, 급회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습니다. 박쥐는 같이 공기 흐름이 조금만 변해도 감지할 정도로 민감한 대응 세포를 피막에 나 있는 미세한 털 안에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쥐의 피막은 새의 날개에 비해 훨씬 유연하기 때문에 피막을 완전히 뒤집어 올린 채 뒤로 이동시켜 몸이 수직으로 급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새들은 시력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반면에 깜깜한 밤중에 날아다니는 박쥐는 시력이 매우 나쁩니다. 박쥐는 어두운 동굴 속이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만 살다 보니 시력이 퇴화되었습니다. 새처럼 시력에 의존하는 대신 박쥐는 입과 코로 초음파를 내보낸 다음 레이더처럼 생긴 큰 귀로 그 소리가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메아리를 듣고 방향을 설정해서 길을 찾고 먹이를 잡아먹습니다.


박쥐가 곤충을 사냥하는 모습은 신비롭습니다. 박쥐는 자기가 내보낸 높은 주파수의 소리가 곤충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것을 듣고 먹이를 향해 날아갑니다. 그런데 나방 등 곤충은 대부분 박쥐가 내는 소리를 먼저 듣고 피합니다. 곤충 종류에 따라 피하는 모습이 전부 다릅니다. 박쥐의 초음파를 듣자마자 어떤 곤충은 땅으로 떨어져 풀 속에 숨고, 어떤 것은 공중으로 솟구치고 어떤 종은 뱅글뱅글 돌면서 박쥐에게 혼란을 줍니다. 이렇게 먹잇감의 곤충이 피신을 하기 때문에 박쥐가 단순히 초음파에서 읽은 위치로 나간다면 먹이는 벌써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그래서 박쥐는 곤충에 부딪혀 소리가 반사된 위치로 향하지 않고 곤충이 움직일 방향을 예측하여 그리로 날아갑니다. 예측이 항상 들어맞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곤충과 박쥐는 치열한 먹고 먹히기 수 싸움을 하는 것입니다. 박쥐는 입으로 곤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손처럼 유연한 피막으로 잡습니다. 대충 곤충의 근처까지만 가면 손으로 감아서 입에 집어넣습니다.


텍사스의 동굴에서 밤마다 수백만 마리의 멕시코 자유꼬리 박쥐가 일제히 사냥에 나가는 경우 박쥐들은 먹이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셈입니다. 이 박쥐들은 초음파를 먹잇감인 곤충에만 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박쥐에게도 쏘아댑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박쥐들은 각자 초음파를 쏘면서 먹이의 위치를 추적해 접근하다가 상대가 먹이를 공격하려는 마지막 순간에 방해 음파를 발사해 상대에게 혼동을 주고 자신이 먹이를 낚아채려 시도합니다. 박쥐는 알면 알수록 신비한 동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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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2-20 00:55:19

오스틴하면 텍사스 주청사 위로 박쥐 날아다니는거 꼭 봐야죠

WR
2016-12-20 01:08:50

주 의회 의사당 근처의 다리에 사람들이 몰리더군요. 처음 볼 때는 엄청납니다.

Updated at 2016-12-20 02:14:51

초등학생때 저녘되면 아파트 지하실에서 박쥐가 날라가는걸 봤는데
당시는 그게 무서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좋은 경험을 한것 같습니다.
어두워질때 박쥐가 나는 모습을 도시에선 보기 힘들잖아요.
세월이 자나니까 이렇게 자연의 모습을 직접 봤다는게 감사하게 생각뵙니다.

2016-12-20 02:19:22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12-20 06:32:35

80년대후반~90년대 초반에..

뚝섬에 가면 실제 박쥐가 있지 않았나요?

저 어릴때 뚝섬놀러가서 박쥐를 본 기억이 있는데...
2016-12-20 07:22:48

활강할때 440을 찍는 군함조와 300이넘는 매라면 그이상의 이동속도도 나올거 같은데 그건 아닌가보군요.

2
2016-12-20 13:56:17

지노빌리의 위대함.....

2016-12-20 14:04:49

제가 살고 있는 도시의 동물을 언급하시니 반갑네요. 박쥐들이 떼로 무리지어 다리를 떠나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죠. 신기하게도 Mexican free tailed bat은 유명한 럼주 바카디의 로고에도 그려져 있가라고요.

2016-12-20 17:37:25

박쥐들이 떼지어 날아다니는 장면을 보니 배트맨 영화에서 브루스웨인이 박쥐를 부르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아주 어릴적에는 밤에 문을 열어놓으면 가끔식 박쥐가 들어와서 방안을 날아다니다가 나가곤 했는데 그때는 정말로 무서웠는데 지금 박쥐를 보면 의외로 귀여워 보입니다.

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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