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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일 및 진로에 대한 고민 및 푸념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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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9 13:37:37

저의 현재 상황 및 진로 때문에 너무 답답해서 글로 남겨봅니다.

고민 털어놓고 의지할 곳이 여기밖에 없네요.

친구들과 얘기해 봐도 위로는 되지만, 뾰족한 답은 안나오구요.

가족들과 얘기하면 걱정하실까봐 자세히 말은 못하고 있습니다.

 

글이 두서없이 긴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중국에서 어머니 지인분의 가족 사업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에 온지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중국에 오기 전에는 회사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 예상했고,

괜찮은 대우 때문에 12년간 몸담았던 군에서

황급히 전역해서 중국으로 넘어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온 직후 회사의 재무 상태에 대해 집중진단을 해보니,

그다지 낙관적이진 않았었고, 황당했던 점은 재무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채로

저를 고용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더욱 황당했던 점은 당시 회사의 재무 상태를 고려하면, 저를 고용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점입니다. 저 때문에 들어가는 경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제가 한국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온 후 제 손으로 분석해냈는데 씁쓸하더군요.

중국에 온지 한달만에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저희 1차 후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미래는 밝아보였고 실적도 나쁘지 않아서

저는 희망을 가지고 계속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업무과정에서 중국어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중국 업체들과의 업무가

원활하지가 못했고 중국인 직원들 역시 업무처리를 너무 못해서

제 부담이 가중되고 결국 제가 모든 것에 일일이 관여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중국인 직원들과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저와 직원들 모두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업무를 하다보니, 오해도 많고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설명이 다 안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업무 속도도 느려지게 되었고 밤 12시를 넘기는 야근이 지속 되었습니다.

저희 사장님은 뭐 때문에 늦어지냐고 따지시지만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분명히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조선족 직원채용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구요.

저 또한 사장님의 입장을 이해하기에 답답하기도 합니다.

 

사장님은 굉장히 유능하신 분인데 욕심이 많으십니다.

그리고 업계에서 베테랑이시기에 여러 중국업체들의 사정들을 잘 알고

저를 지도해 주십니다.

그러다 제가 느낀 것은 사장님은 수백개 업체중 성공한 몇몇 업체들과

신생업체인 저희 회사를 비교하면서

항상 저희 회사의 실적과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불만을 갖고 계십니다.

다년간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게 우리 회사가 밀리는 것은 당연한건데

그것을 단시간에 극복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항상 지적을 하십니다.

저 역시 핸디캡을 극복하고 싶지만, 계란으로 바위깨기를 매번 성공시켜야 하는 저역시도

이제는 지쳐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자존감도 상실해가고 있구요.

그리고 제 능력밖의 일들이 계속 터지고 사장님이 지시하신 시간내에

업무가 종결되지 않아서 저도 지금 거의 멘탈이 너덜너덜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좋았던 사장님과 저의 관계도

업무가 지속되면서 점점 서먹해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같이 있으면 예전처럼 편한 관계가 아닙니다.

 

그리고 향수병도 있구요.

중국에서 오랫동안 살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한국 상황도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래도 한국에서 살고 싶네요.

좋은차, 좋은집 다 필요없다고 느껴집니다.

현실에 부딪히면서 야망을 잃어가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면 후회스럽습니다.

차라리 전역을 서두르지 말고, 좀 더 여유있는 부대에서 근무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나올걸 그랬다 하는 후회가 막심하네요.

이럴 거라고는 예상은 했지만, 이런 어려움이 지속되고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니,

점점 인생이 피폐해져가고 있고, 더 이상 여기에서의 생활이 무가치하게 느껴지고

회사가 성장하고 돈을 더 번다고 해도 제가 행복할 것 같지가 않네요.

 

어제는 사장님의 아버님이 제가 사는 중국의 아파트에 오시더니,

이렇게 사는 것은 사치라고 하시면서 당장 공장 기숙사로 들어가라고 하시더군요.

공장에서 생활하면서 교통비, 아파트비를 아끼고

항상 사장의 마인드로 공장 관리에 매진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본인이 20년전 중국에서 그렇게 생활해서 성공하셨다고 하시네요.

저도 어떤 말씀이신지는 알겠지만, 그렇게 살기는 싫거든요.

알겠다는 대답은 했지만, 절대 그렇게는 안할 생각이구요.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하기로 한 때에는 아파트를 제공해 준다고 해서 중국에 온 거였거든요.

참고로 아파트비는 1년에 400만원입니다.

처음엔 공장 기숙사에서 생활할 생각도 있었지만 그럴 필요성은 못 느꼈고

아파트에서 지내다보니 기숙사에는 못 들어가겠더군요.

주거선택은 저의 의지의 문제인데, 그냥 그렇게 까지 바득바득 살 의지가 없어졌습니다.

효과가 좋을지도 모르겠고, 만약에 제가 1~2년 사이 일을 그만두게 되면

그만큼의 투자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습니다.

 

6일제인지도 모르고 중국에 왔는데,

눈앞의 황금빛 미래만 보고 중국에 대해 아무 조사도 없이 덜컥 선택한

제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합니다.

 

같이 농구하는 형님 중에 중국에서 아무 일도 안하고

쉬면서 사업 구상하는 형이 있는데,

저역시도 몇 개월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확실히 회사가 발전하고 있긴 한데, 시장이 작아서

성공하기가 매우 힘들고, 제가 일하면서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돈을 버는대로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고

남들이 모두 말리는 무리한 투자를 하면서, 제가 더더욱 허덕이고 있고

진행이 잘 안되는 것은 제가 욕을 먹고 있거든요.

공장도 한 개를 더 냈는데, 준비가 덜 되어서 5개월째 아무런 생산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준비가 길어지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주변상황이 안도와 준 것이지만 제가 총 책임자이니

제 책임이구요.

사장님의 업무 추진속도에 제가 못맞추는 것 같아서 너무 죄송스럽기도 하네요.

어찌보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직장인데 제가 소화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저의 능력을 회사에서 제대로 활용 못하는 것일수도 있구요.

이제는 출근하기도 싫어져서 점점 출근시간도 늦어지고 있네요.

 

이 일을 계속 해야할지, 아니면 어떻게 난관을 극복해야할지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요즘입니다.

여기에서 정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냥 중국생활하면서 저의 활력소였던 매니아에

오래전부터 제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었고

최근들어 너무 생각이 많아져서 용기내서 글 올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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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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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9 13:51:18

저도 외국에서 일하고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진짜 어떤 일을 하든, 어디에 있든 한국이 그리워지는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글을 읽다보니 몇년 전 제 상황이 떠오르네요.
계획한 일과 목표를 위해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9시부터 10시까지 공부하고 일 하고 주 6일을 그러고 있으려하니
심신이 피폐해져서 진짜 미칠뻔 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엄청 기대하고 이것만 잘 버티면 더 잘될거다, 이 정돈 다 누구나 겪는 일이다
라고 하는데 저는 안되겠더라구요.
몇년만 참으면 된다 - 라고 하지만 그 몇년도 제 인생의 중요한 시간이잖아요.
군대도 다녀오고, 나름 힘든 일도 해봤지만 정말 안되는 일은 놓는게 맞는 것 같더라구요.

너무 힘들어 하지 마세요. 본인이 힘들고 괴로우면 다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걸 안하고 놔버리면 다들 실망하지는 않을까...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저도 그런 생각 정말 많이 했는데요, 결국 그렇게까지 생각이 갔다는건 
그 일에 대해서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는 얘기더라구요. 생각 할 수록 이건 아니다! 싶었죠.

결국 저는 그만두고 나와서 어쨌거나 지금은 일을 하고 있긴 하네요.
그 때 잘 버티고 쭉 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선택하라고 하면
그만두고 나올 것 같습니다. 

여기는 현재 늦은 밤이라 자기전에 매니아 눈팅전이었는데 주절주절 많이 늘어 놓았네요.
항상 행복하시길

WR
2016-12-20 04:41:45

정성스런 답글 감사드립니다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외국생활 힘드실텐데 건강 잘 챙기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기도드릴게요
감사합니다

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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