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자동
Free-Talk

1억원으로 시작해서 13년 후 한국 네번째 부자가 된

 
29
  7009
Updated at 2016-12-15 09:37:48

올해 6월에 포브스는 세계 500대 부자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블룸버그가 세계 500대 부자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인 중에는 다섯 명이 포브스와 블룸버그 5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일반인에게 아직도 생소한 이름이 있습니다.



2016년 포브스 발표 한국 10대 부자


전주 출신의 권혁빈씨는 상산고를 졸업하고 1992년에 서강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습니다. 2학년인 93년에는 컴퓨터공학 복수전공을 택하며 서강 컴퓨터 클럽 회장을 역임하면서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됐습니다. 권씨는 군복무와 영국 어학연수를 마친 후 삼성소프트웨어 8기 멤버십 회원으로 삼성전자에서 인턴 연구원 생활을 하며 네트워크 관련 지식을 쌓았습니다. 그는 졸업학년도에 학과 동기와 인스턴트 메시징프로그램인 슈퍼팝업이란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외국의 평가사이트에서 만점을 획득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99년 졸업과 동시에 권씨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실에서 마련해준 연구실에서 기존 인스턴트 메시지 및 인터넷 영상통신 연구를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99년 4월 서강 엔젤클럽에서 투자를 유치해 99년 5월 교육 솔루션 개발 업체인 포씨소프트를 정식으로 창업했고, 그해 8월 삼성물산과 매경이 공동 주최한 전국 전자상거래 창업 아이템 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삼성물산 골든게이트팀에서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후 텔슨전자 등 여러 협력업체에서 충분한 자금을 투자유치한 후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전력했는데, 당시 포씨소프트의 자본금은 22억원이었고 직원은 40여명이었습니다.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경쟁 e러닝업체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IT 벤처 열풍이 사라지면서 사업자체가 어려워져 증시상장에 실패한 후 결국 권씨는 2001년 자신이 세운 포씨소프트를 떠났습니다. 첫 창업에서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실패를 겪은 권혁빈씨는 미국 유학을 계획했으나 신촌의 한 포장마차에서 대학 시절부터 게임을 개발해왔던 동문을 우연히 만나 개발업계 상황을 설명들은 후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스마일게이트의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캠퍼스 안에 있는 서강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장소를 제공받아 2002년에 창업된 스마일게이트는 2년전 포씨소프트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억원의 자본금으로 초라하게 출범되었습니다.




창업 후 4년간 오로지 최고의 게임을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에만 모든 것을 쏟아부은 권씨는 2006년 초에 FPS(일인칭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Cross Fire)'를 출시했습니다. '크로스파이어'는 사실적인 그래픽을 제공하는 게임으로 빠른 진행과 현실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무기와 손맛을 중시한 타격감, 물리엔진을 통한 사실적인 움직임을 특징으로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국내의 FPS 온라인 게임 시장은 포화상태에 가까웠습니다. 동시접속자 10만명을 기록하던 기존의 ‘스페셜포스’에 새로 등장한 ‘서든어택’이 FPS 시장을 석권한 상태여서 크로스파이어는 유저들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권씨는 포털사와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이 또한 포털사가 계획을 접으면서 수포로 돌아갔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자금난까지 심화됐습니다. 4~5년간 특별한 수익모델 없이 게임개발에만 집중하다보니 개인 잔고는 물론 회사 통장의 잔고까지 텅텅 비었습니다. 권혁빈씨는 곳곳으로 자금을 구하러 뛰어다녔는데 다행히 ‘MVP창업투자’라는 투자회사가 스마일게이트의 비전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면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의 FPS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만족할만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권씨는 더 큰 승부수로 중국시장을 노크했습니다. 문제는 해외시장 진출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이 큰 부담이었습니다. 이 때 권씨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곳이 네오위즈였습니다. 네오위지의 박진환 대표는 스마일게이트와 사업제휴를 통해 '크로스파이어'에 대한 전 세계 판권을 획득했고, 네오위즈를 통해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창업 이후 별다른 매출을 기록하지 못했던 스마일게이트는 2007년 매출 8억원을 올렸습니다. 2008년에는 2월에 크로스파이어 상용 서비스가 베트남에서, 4월에는 일본에서 각각 시작됐습니다. 북미, 영국과도 서비스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런 성과에 우리은행은 스마일게이트를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했습니다. 2008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6배 증가한 48억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https://youtu.be/qb0KfBnl8Gk

2009년 4월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100만 명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스마일게이트가 꾸준히 진행한 업데이트 그리고 네오위즈가 현지 배급사인 텐센트(Tencent)와 펼친 다양한 마케팅 활동 덕분이었습니다. 2010년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내 동시접속자 2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권혁빈씨에게는 수백억의 현금이 들어왔습니다. 업계 종사자들은 권씨가 그 현금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까에 촉각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권혁빈씨는 모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스마일게이트가 다른 벤처회사와 다른 점은 초창기 회사가 힘들 때부터 대표인 권혁빈씨는 직원 모두에게 꼬박꼬박 높은 월급을 주는 대신에 IT 벤처회사에서 널리 볼 수 있는 스톡옵션을 전혀 부여하지 않은 점입니다. 그리고 투자를 통해 스마일게이트의 지분을 보유한 곳은 서강대 창업보육센터와 MVP창업투자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권혁빈씨는 MVP창업투자에서 투자를 받을 때 훗날 몇 배의 높은 가격으로 자신이 지분을 되살 수 있다는 옵션 조항을 삽입했습니다. 그리고 권씨에게 큰 현금이 들어오자 그는 MVP창업투자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의 지분을 옵션 계약 조건대로 재매수했습니다. 초대박을 목전에 두고 있던 MVP창업투자는 어쩔 수 없이 지분을 되팔아 중박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권씨는 서강대학교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의 지분을 자신이 모두 사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서강대가 부른 최대금액에 웃돈을 얹어주며 모두 사들여 스마일게이트의 지분 100%를 모두 획득했습니다. 권혁빈씨는 자신의 회사 지분율을 100%로 만들 청사진을 창업 당시부터 갖고 있었으며 어떤 난관 속에서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고 현재도 권씨는 스마일게이트의 지분 전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는 물론 미국의 벤처사업가에게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경우입니다.


2012년에 크로스파이어는 동시접속자수 420만명으로 기네스북에 등재했습니다. 네오위즈의 도움이 필요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마일게이트는 직접 중국의 텐센트와 연장된 로열티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그 해 넥슨의 김정주 회장이 권혁빈씨의 스마일게이트 지분을 인수하는 대가로 약 1조원을 제시했지만 일거에 거절당했습니다. 2014년 크로스파이어는 동시접속자 600만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스마일게이트의 영업이익은 2천억원을 돌파했습니다. 넘쳐나는 현금으로 스마일게이트는 선데이토즈 인수와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설립 등 1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되었습니다.


올해 권혁빈씨의 스마일게이트는 6천억원의 로열티 수입을 텐센트로부터 받았습니다. 현재 네오위즈는 3개의 회사로 분할되어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는데, 이 3개 회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스마일게이트의 1년 순이익에도 못미치는 상황입니다. 현재 크로스파이어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일본, 베트남 그리고 북미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동시접속자 80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19
Comments
2016-12-14 22:50:07

화아.... 이런걸 봐도 정말 그들이 사는 세상 같네요.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는 사회. 거기에 멀리 보는 선견지명까지. 난 사람이네요 정말.

WR
2
2016-12-14 22:56:57

엄청난 노력과 선견지명이 결실을 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회장이 지난 2~3년 동안 수백억을 들이고 수백명을 동원해서 만든 여러 종류의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모두 실패한 걸 보면 그런 걸로 대박나는 건 하늘(?)의 뜻인 것도 같습니다. 향후 몇년 동안은 크로스파이어로 돈이 쏟아지겠지만 기업인으로서의 진정한 평가는 포스트 크로스파이어의 성공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2016-12-14 23:38:16

저도 오늘 Damon님께서 아침에 달아주신 댓글을 보고 이 게임에대해서 찾아봤는데 제 생각에는 열악한 중국과 베트남의 인터넷환경에 가장 최적화된 FPS였다는 점이 성공의 큰 요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솔직히 게임 자체는 그렇게 특출난 뭔가가 없다고 할까요...

그래도 이런 열정적인 대표가 어떤 차기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WR
1
2016-12-15 00:41:44

참 재미있는 것이 제가 매니아 활동 초기에 크로스파이어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는데, 회원분이 광고같다고 말씀하셔서 사진과 글을 링크로 대체한 후에 제목만 놔두고 전혀 다른 글로 바꾼적이 있었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당시에 미국에서 떠오르는 젊은 여성 억만장자 엘리자베스 홈스(Elizabeth Holmes) 를 소개했는데, 올해 그녀는 완전히 패가망신하고 망하다시피 했습니다. 권혁빈 대표는 더 잘나가구요.

/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1842110

2016-12-15 01:14:05

엇 신기하네요.

2016-12-15 03:44:11

본인이 한계라고 생각한 지점이 분명 있었을텐데 저렇게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WR
2016-12-15 09:41:05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딱 망하기 좋은 사업방식입니다. 첫번째 창업에서는 외부 투자를 많이 끌어들였는데 그 결과 증시 상장을 강요당하는 등 자신의 경영방침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았을 수도 있습니다.

2016-12-15 06:46:13

항상 좋은정보를 얻고갑니다 감사합니다

WR
2016-12-15 09:41:23

고맙습니다.

1
Updated at 2016-12-15 08:46:14

역시 누구든 성공하는데는 노력과 운이 필수인듯 합니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별로고, 낮은사양의 컴퓨터에서 돌아가는게 장점이라고 하네요. 중국에서 성공해서 동접자 수로 최고를 찍었다니 대단하네요.

대표가 지분 100%를 가졌다는 것도 대단합니다. 저렇게 돈이 많은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합니다. ^^

FPS는 멀미가 나서 못해서 아쉬워요. ^^

WR
1
2016-12-15 09:43:41

포브스와 블룸버그가 발표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권혁빈씨의 재산은 도널드 트럼프, 마이클 조던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을 합친 것보다도 많습니다. 크로스파이어를 제외하더라도 권혁빈 회장에게는 현재 9천억원 정도의 평가재산이 있다네요. 물론 그 돈은 지금까지 크로스파이어로 벌어들인 것이지만요.

2016-12-15 10:07:56

와....크로스파이어 국내에선 별 힘을 못쓰는데 해외에선 어마무시한가 보군요. 카스같은 것도 명함을 못내밀겠어요. 동접자가 무려 600만을 찍었다니!

WR
2016-12-15 13:21:33

중국에서 카스 온라인이 출시되었는데 크로스파이어의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2016-12-15 13:24:29

카스가 더 늦게 진출한건가요? 그런거라면 중국시장 선점 효과가 엄청난 거군요.

WR
2016-12-15 13:27:02

카스 온라인 자체가 크로스파이어보다 늦게 출범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넥슨이 배급했는데 재미를 못봤습니다.

2016-12-15 13:53:06

역시 넥슨인가요...

2016-12-15 11:14:04

크로스파이어가 여전하군요. 4년 전 네오위즈와 마지막 계약 쯤에도 저거 하나 밖에 없어서

넥슨에 팔고 나가는게 잘 하는거 아니냐는 말이 많았었는데.

크로스파이어 하나밖에 없어서 너무 욕심 부린거 아니냐 했는데 여전히 잘 나가는군요.

중국시장이 정말 대단합니다. 끝물이라고 생각했던 시기를 한참 지났는데도 어마어마하네요.

WR
2016-12-15 13:23:08

아직까지는 더 잘나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될지 권회장도 불확실하다고 생각해서 다른 게임들을 활발히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반응이 영 별로입니다.

2016-12-20 13:39:25

개인적으로 약간의 연이 있는 관계인데, 저 분은 그다지 국내에서 알려지고 싶어하지 않으시죠.


지금도 활발하게 미래 먹거리를 위해 벤처나 이런쪽에 많은 투자를 하십니다. 반면에, 아직은 주먹구구식 운영이 있는지라 그 점 때문에 인재들이 떠나기도 하는 곳이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큰 돈을 쥐는 사람은 하늘이 낸다는 예시를 잘 보여주는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