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감은 어디로부터 오는가..(반성문)
7
1259
2016-11-25 13:54:39
요즘 엄청난 유행어가 '자괴감'이라고 합니다.
예능에서도 자주 보이고 주위의 중딩녀석도 쓰고 있는걸 보니 확실한 것 같네요.
저는 지난 며칠동안 자괴감에 빠져있었습니다. 물론 잠이 오지 못하게 하는 위협적 요소이거나 하루를 지배하는 감정은 아니었지만적어도 스트레스는 받았던것 같습니다.
자괴감.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라는군요.
스스로 부끄러워지는것은 본인의 능력이 부족함을 알고, 잘못을 인지하고 있어야 일어나는것이라 생각하는데요.
20일간의 기간동안 내 자괴감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가 생각해보았고 그 결과 제 부족한 능력이 몇가지 떠올랐습니다.
1. 우선 운전을 못합니다.
사실 저는 뚜벅이 생활이 좋고 BMW를 사랑합니다만 지금하는 일을 하게되면서 운전을 하지않으면 안되게 되었고, 남자라면 운전을 해야한다는 주위의 이야기때문에 '운전능력부족'으로 자괴감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중3들이 고등학교면접을 보러가는 날인데, 아이하나가 아파서 결석해서 집에 있다가 면접은 보내야할거 같아 차를 태워야되는데 아무래도 제가 부족하다보니 사무실에서 운전해서 데려가게 되었습니다.
선의로 해주셨지만 마음의 소리는 귀를 열지않아도 들리는건 당연지사입니다.
내가 해야하는걸 잘 알겠는데도 하지못함으로서 비롯된 자괴감은 적어도 오늘하루는 계속할 것 같습니다.
매번 차량이동이 필요한 행사가 있으면 저는 불안해지고 결국 누군가에게 부탁해야한다는것이 자괴감을 가지게 됩니다.
2. 말을 생각없이 뱉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제가 20일 넘게 자취를 감춰야했던 이유입니다.
말은 사람의 인물됨을 잘 대변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실생활에서는 말실수를 할까봐 입을 많이 열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서 많은걸 풀게되고 그러다보니 좀 더 필터링이 되지않고 내 의견만 가득 들어간 이야기를 자주하는듯 합니다. 또한 나름 알려진 유저라고 자만심을 가지고 글을 달았던 적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자체적으로 필터링을 할때도 있었으나 그때도 여러 이야기가 있는것을 보면 분명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생각을 해보니 nba매니아를 알게된때가 마이크 밀러가 신인왕탈때이니 17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든 곳에서 징계를 받아 며칠간 소통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처음엔 분노가 앞섰지만 점차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빠지게 했던건 나 자신이고, 내 의도와 다르게 이해를 했다한들,그 분이 회원의 권리 중 하나인 신고를 한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을때는 한없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일제강점기 시절, 적극적 운동을 하지않았습니다. 쉽게 시가 쓰여지는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고, 이를 시에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윤동주를 지금도 위대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이유는 스스로 부끄러워할줄 알았고 그것을 고백했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끄럽습니다.
나름 이름 알려졌다는 유저라는 놈이 별거 아닌걸로 징계를 받아 키보드가 있음에도 글을 쓰지못하는 부끄러움을 고백한다는 지금이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그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20일은 저한테 양분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블로그를 개설하여 저의 배설구가 되는 곳으로 만들어놓았고 어느 이야기든 거침없이 써내려가는중입니다. 소통없는 일기장이라 재미는 없습니다만 해소의 공간의 역할은 확실히 되는것 같습니다.
17년을 함께한 이 커뮤니티, 계속해서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제 한번만 더 받으면 분명 중징계 아니, 강징계일텐데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하던대로 글도 자주 쓰겠습니다. 그건 병이라 못고치겠네요.
자괴감은 나로부터 비롯된다라는걸 느낀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7
Comments
글쓰기 |
1번은 뭐.. 못할수도 있죠. 뭐든 다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