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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괴감은 어디로부터 오는가..(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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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5 13:54:39

요즘 엄청난 유행어가 '자괴감'이라고 합니다.

예능에서도 자주 보이고 주위의 중딩녀석도 쓰고 있는걸 보니 확실한 것 같네요.

저는 지난 며칠동안 자괴감에 빠져있었습니다. 물론 잠이 오지 못하게 하는 위협적 요소이거나 하루를 지배하는 감정은 아니었지만적어도 스트레스는 받았던것 같습니다.
자괴감.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라는군요.
스스로 부끄러워지는것은 본인의 능력이 부족함을 알고, 잘못을 인지하고 있어야 일어나는것이라 생각하는데요.
20일간의 기간동안 내 자괴감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가 생각해보았고 그 결과 제 부족한 능력이 몇가지 떠올랐습니다.

1. 우선 운전을 못합니다.
사실 저는 뚜벅이 생활이 좋고 BMW를 사랑합니다만 지금하는 일을 하게되면서 운전을 하지않으면 안되게 되었고, 남자라면 운전을 해야한다는 주위의 이야기때문에 '운전능력부족'으로 자괴감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중3들이 고등학교면접을 보러가는 날인데, 아이하나가 아파서 결석해서 집에 있다가 면접은 보내야할거 같아 차를 태워야되는데 아무래도 제가 부족하다보니 사무실에서 운전해서 데려가게 되었습니다.
선의로 해주셨지만 마음의 소리는 귀를 열지않아도 들리는건 당연지사입니다.
내가 해야하는걸 잘 알겠는데도 하지못함으로서 비롯된 자괴감은 적어도 오늘하루는 계속할 것 같습니다.
매번 차량이동이 필요한 행사가 있으면 저는 불안해지고 결국 누군가에게 부탁해야한다는것이 자괴감을 가지게 됩니다. 

2. 말을 생각없이 뱉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제가 20일 넘게 자취를 감춰야했던 이유입니다.
말은 사람의 인물됨을 잘 대변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실생활에서는 말실수를 할까봐 입을 많이 열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서 많은걸 풀게되고 그러다보니 좀 더 필터링이 되지않고 내 의견만 가득 들어간 이야기를 자주하는듯 합니다. 또한 나름 알려진 유저라고 자만심을 가지고 글을 달았던 적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자체적으로 필터링을 할때도 있었으나 그때도 여러 이야기가 있는것을 보면 분명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생각을 해보니 nba매니아를 알게된때가 마이크 밀러가 신인왕탈때이니 17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든 곳에서 징계를 받아 며칠간 소통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처음엔 분노가 앞섰지만 점차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빠지게 했던건 나 자신이고, 내 의도와 다르게 이해를 했다한들,그 분이 회원의 권리 중 하나인 신고를 한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을때는 한없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일제강점기 시절, 적극적 운동을 하지않았습니다. 쉽게 시가 쓰여지는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고, 이를 시에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윤동주를 지금도 위대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이유는 스스로 부끄러워할줄 알았고 그것을 고백했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끄럽습니다. 
나름 이름 알려졌다는 유저라는 놈이 별거 아닌걸로 징계를 받아 키보드가 있음에도 글을 쓰지못하는 부끄러움을 고백한다는 지금이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그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20일은 저한테 양분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블로그를 개설하여 저의 배설구가 되는 곳으로 만들어놓았고 어느 이야기든 거침없이 써내려가는중입니다. 소통없는 일기장이라 재미는 없습니다만 해소의 공간의 역할은 확실히 되는것 같습니다.
17년을 함께한 이 커뮤니티, 계속해서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제 한번만 더 받으면 분명 중징계 아니, 강징계일텐데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하던대로 글도 자주 쓰겠습니다. 그건 병이라 못고치겠네요. 

자괴감은 나로부터 비롯된다라는걸 느낀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7
Comments
2016-11-25 13:58:46

1번은 뭐.. 못할수도 있죠. 뭐든 다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2016-11-25 14:07:19

예전부터 운전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많으신 것 같은데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주로 아이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태우고 다니셔야 하는 만큼
오히려 자신감이 지나친 것보단 차라리 부족함을 인지하고 조심조심하는 게 훨씬 안전하기도 하고 말이죠.
화이팅 입니다.
1
2016-11-25 14:26:56

"내가 하기 싫거나 힘든 일들은 타인도 하기 싫거나 힘든일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듯 운전미숙은 다들 그렇듯 도로 나가는게 스트레스고 불법주차로 빽빽한골목길은 베테랑들도 그리 좋아하진 않죠

운전은 너무 위축되지말고 많은 경험치만 쌓으면 충분히 해결되니까 스킵하고

"자괴감" 하루 혹은 가끔 혹은 몇년에 한번은 가질수있는 감정입니다

남보다 못해서 남보다 가진게 작아서 등등 타인과의 비교로 인해 오는 경우가 많죠

인간이 가지는 모든감정은 과하지않으면 다 의미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1인이며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기분상하지 않길 바랍니다
쉬츠님은 오랫동안 봐왔을때 약간은 과잉방어랄까요? 나 만만하지않아 건들지마! 날이선것같은 느낌이 들때도있고
민감한이야기인대 자존감 혹은 자신감이 조금은 낮은편이신것같기도합니다

개선하기위해선 명상이라던가 조금은 차분해질수있는 것들이나 혹은 헬스나 정기적인 운동으로인해 성취감 자존감 자신감을 향상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쌓아두기보다는 해소할수있는 취미생활이라던가 그런 방법들을 찾아보는것도 방법이 될것같구요

쉬츠님이 쉬츠님을 사랑하는마음의 크기만큼 타인도 쉬츠님을 좋아할확률은 비약적으로 올라가리라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쉬츠님을 응원합니다!

WR
1
2016-11-25 22:12:15

사실 저도 제가 자존감이 낮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기도의 주제에 항상 제 자존감 지키기는 들어가고요.

감사합니다.
1
Updated at 2016-11-25 14:31:21

책 '미움받을 용기'를 추천합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책으로,

온통 자괴감 투성이인 한 학생이,

아들러 심리학을 아는 걸 넘어 자신의 삶을 통해 실천하는 교수와의,

길고도 깊이있는 대화를 통해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읽는 이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5
2016-11-25 14:30:39

글 잘 봤습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거 절대 쉬운일 아닙니다
어려운 상황이신데 솔직하게 풀어주셔서 뜻 깊게 읽었습니다

저는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논리력이나 사고력보다 솔직함이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아무리 고민하고 제대로 쓴거 같아도 더 높은 곳에서 보면 아무렇지 않거든요. 낮은 곳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있고요

그러나 솔직한 글은 언제나 향기가 남습니다. 그 사람만의 향취가 묻어나오죠. 자기 검열을 하더라도 스스로 왜 그런지 고민하지 않는 건 의미 없네요

이전에는 온라인 상의 나와 실제 생활의 나를 갖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좀 변했네요
오히려 온라인에서 얼굴도 키도 옷차림도 학벌도 직장도 공개되지 않는 상태의 내 행동이 오히려 나다운거 아닌가 싶더라구요

운전이나 말솜씨나 그런 건 재주일 뿐이예요. 어디서든 자기 자신을 그대로 표현하실수 있길 기원드립니다. 못난거는 자기 자신이 소리치려는 이야기를 애써 외면하고 도망치고 뭐 그런거 같아요
2016-11-26 23:38:18

자괴감이라는게 뭔가를 시작하고 계속 해왔는데 거기에 중대한 문제가 생겨서 이럴려고 시작했나 하는 심한 박탈감에서 오는것 같아요. 운동을 했는데 심각한 부상을 당해서 그 운동을 한동안 쉬어야 하고 병원신세 지어야 할때 이럴려고 운동했나 하는 자괴감 같은거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한번 자괴감이 오면 그 뭔가를 할때 신중해지고 계속해서 자괴감의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는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뭔가에 시도조차 없다면 다른 무언가에서 자괴감이 끌어올라올수도 있으니 문제는 그 자괴감이 오는 루트를 사전에 차단하던가 아니면 그 자괴감을 이끄는 요소를 하나의 과정으로 자연히 받아들이는 그릇으로 만드는것도 중요한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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