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에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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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9 00:16:16
럼을 마시고 또 마십니다.
빈 잔을 채우고 또 채웁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음은 언젠간 비워야 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 채움은 채움을 위한 채움이기에 진정한 채워짐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어지럽습니다, 그러나 매우 유쾌합니다.
어지러이 밤 하늘에 널린 별이 없음에도 어지럽습니다.
밤 하늘이 구름과 달로 이지러져있습니다.
바라보며 담배를 태워 뭅니다.
쓸쓸한 기분이 뱃속에 가득해집니다.
한 잔 더 마셔듭니다.
쓰라린 기분이 들기 시작합니다.
언젠가 찍었던 사진을 보았었습니다.
매우 행복해보입니다.
그러나 기억엔 담겨있어도 그 사진에는 담기지 않은 그날의 불안, 행복, 따뜻함.
아무리 뛰어난 사진이라도 눈으로 바라보는 그것만큼은 못했나 봅니다.
그럼에도 그 날의 정경이 떠오릅니다.
겨울 바람이 차가워지던 그 날, 뒤로 돌아서던 그녀의 어깨를 잡아채던 순간.
모든 게 갑자기 그리워집니다.
이런 날은 군대에서 욕쟁이 또라이같이 행세하던 작전과장도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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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취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