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옷을 사는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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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8-19 21:57:28
고등학생까지 저의 옷차림새를 되짚어 보면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영어학원으로 수업 들으러 갈 때 스포츠웨어 상의와 함께 하의로는 축구 시합을 할 때 입는 반바지를 주로 입고 갔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와이셔츠, 가디건, 청바지 그리고 카라티를 즐겨 입었죠. 이때까지 패딩과 신발을 제외하고 5만 원이 넘어가는 옷을 구매한 기억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예쁜 옷을 많이 사둬라.'라고 말해줬습니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한 달 동안 펑펑 놀다가 힘겹게 알바를 구해 처음으로 돈을 벌어 봤습니다. 체크카드로 적잖은 돈이 들어오자 옷을 사려고 혼자 가산역에 위치한 아울렛으로 떠났습니다. 이전까지 샀던 옷의 브랜드는 유니클로, 폴햄과 같은 저렴한 곳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옷의 디자인보다 택에 쓰인 가격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5만 원이 넘어가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재빨리 매장을 빠져나왔습니다. 가격표를 우선시 했던 저는 아울렛에 가니 디자인을 먼저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처음으로 누구나 아는 청바지 매장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마치 짠 것처럼 모든 바지들은 5만 원을 훌쩍 넘더군요. 그 때 제 인생 첫 번째 사치가 시작됐습니다. 그때 구매한 청바지 한 벌 가격은 69,000원이었고, 이것 저것 사다보니 300,000원이 넘더라고요. 옷만 샀습니다. 그렇게 큰 돈을 쓰고 나니 죄책감이 밀려오고, '내가 미쳤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두 번째로 갔을 때도 비슷한 금액을 썼습니다. 그렇게 큰 돈을 쓰는 게 익숙해졌고 누구나 아는 청바지가 7벌로 늘었습니다. 그 중에서 프리미엄 진도 한 장 포함되어 있네요. 게다가 2만원이 넘어가는 티셔츠는 사치라고 여겼던 과거의 저는 없어졌고, 명품 티셔츠 2장을 구매해 소중이를 다루듯이 소중히 입고 있습니다.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약 9개월 동안 옷을 구매하는 데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지구가 멸망하는 영화 또는 전쟁 때문에 다치고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저런 옷은 정말 쓸데없고 부질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옷을 왜 샀냐?'라는 질문이 들어올 때 '어떻게 답할까?'를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답이 아니라 변명거리를 찾았던 거죠.
첫 번째, 무시당하기 싫어서. 당시 저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습니다. 자존감은 점차 떨어지는데 옷까지 남들과 비교되니 정말 처절해지더군요.
두 번째, '비싼만큼 오래 입겠지'. 하지만 이런 가격대의 옷을 구매해 입은 건 지금이 처음이기에 그 옷들의 내구성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고 비싸다는 이유와 누구나 아는 제품이라고 여겨 저런 생각한 겁니다.
세 번째, 옷이 확실히 예쁘다. 가격 또는 그 브랜드를 상징하는 마크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저의 눈에는 다른 옷들 보다 예뻐 보입니다.
그렇게 오늘도,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이유를 핑계를 떠올리며 옷을 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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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youtube.com/watch?v=9Gfyen0jHS4
딱 제목보고 이 다큐 이 장면이 생각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