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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하는 사람과 그의 가족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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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7-11 09:29:11

아프다는 당사자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힘든 일임이 분명합니다.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의 구분이 의미가 없습니다. 원해서 아픈 사람 없고 원해서 환자의 보호자인 사람 없습니다. 환자는 투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통에 억눌려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거닌다는 압박 때문에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경험하게 됩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토대로 내린 치료 계획을 악물고 실천해 나가지만, 더딘 회복과 사라지지 않는 고통 때문에 계속 노력을 유지해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지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노력한다는 쉽지 않은 건데, 뜨는 순간부터 감는 까지 아픈 사람에겐 노력하고 올바른 행동을 한다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지요.

 

가족들은 어떤가요. 중한 질환은 일화치료비도 만만치 않은데, 그러한 치료를 반복해서 시행하다 보면 굉장한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보통은 환자가 정도의 돈을 내지요. 부담 모두 가족의 몫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노력하는 것에 비해 회복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치료 계획을 모두 따라가도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에 재발하거나 악화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게다가 치료 계획을 따라가도 될까 말까 판에 환자가 치료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 그땐 진짜 터지는 겁니다. 치료라는 결국 환자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작업인데, 주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본인이 하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는 너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정도는 이성적인 보호자에 속한다고 있습니다. 가족이 아프면 1) 혈육이 아파서 안타깝고 2) 자신이 해줄 있는 없어서 속상하고 3) 자기 몸이 아픈 같이 느껴져서 보호자도 같이 아파요. 공감하는 정도가 깊어질수록 마음 뿐만이 아니라 몸까지 같이 아픈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결국 모두가 환자가 돼버리고 모두가 감정적으로 변해버립니다.

 

질병이 환자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공중보건 분야에선 spillover effect’로 규정하고 현상을 기본 축으로 해서 환자의 질병이 가족 (부모, 배우자, 자녀 .)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정신과에선 family systems therapy라고 해서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를 타깃으로 치료하는 치료법이 다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시행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기에, 빠르고 효과적인 회복을 위해서라도 환자와 가족 사이에 서로에 대한 이해를 되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환자는 본인만이 피해자라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하며, 가족은 환자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먼저 손을 뻗어 감싸 안아주어야 합니다. 환자와 가족이 서로를 적으로 내모는 상황은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환자와 가족 모두 서로의 한계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기대치를 낮춰 조정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려는 유기적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감정적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베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족 간의 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갈등이 일어나도 결국 서로 걱정하고 사랑해서 싸우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서로 걱정하고 사랑한다는 것만 기억해야 합니다.

 

저희 할머니는 80 넘어 치매가 오셔서 아버지의 형제분들이 각자 번갈아 가며 모셔보려 다가 포기하고 결국 요양원에 모셨습니다. 그때 고생했던 여파가 남은 것인지 작은어머니 분은 전에 급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막내 작은어머니는 온몸에 고통을 호소하며 외출을 삼가기 시작하셨습니다. 할머니와 가족들 사이엔 넘을 없는 메마른 계곡이 생긴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내 작은어머니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일간 그렇게 아파하면서도 장례식장을 떠나질 않으셨습니다. 영안실에서 꽃단장 하신 할머니의 얼굴을 손끝에 닿았던 차가운 냉기로 기억하고자 하는 것처럼 수십 번을 어루만지고 누구보다 크게 오열하시다 결국 혼절하기까지 하셨습니다. 장례식을 치르면서 가족들의 마음에서 원망은 눈물에 녹아 사라지고 슬픔만이 짙게 남았습니다. 치매가 후엔 모두가 할머니의 독설을 싫어했고 할머니를 멀리했지만, 아버지와 그의 형제들은 그녀의 영민하고 강인한 모습만을 기억하는 듯했습니다. 치매가 흐려 놓은 그녀에 대한 기억을 모두가 같이 잊고 그녀의 가장 아름답고 헌신적인 모습만이 각자의 마음속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나고 나면 마음속에 사랑밖에 남지 않습니다. 사랑했던 기억에 울고 사랑하지 못했던 기억에 통곡합니다. 가족은 결국 사랑으로 이루어진 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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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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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1 08:06:49

제 얘기를 잠깐 꺼내면.. 모친께서 치매십니다. 혈관성 치매. 다발성 뇌졸증과 고령으로 인한.
반신불수되면 다행이라는 걸 지금 다 회복하셨지만 치료기간동안 안 그래도 사이 안 좋은 가족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죠.
저는 모친치료비에 제 모든걸 올인해서 장가도 못가고 집도 못샀고 그래서 원망도 엄청하고. 그 사이 나머지 형제들은 다 등돌리고 저에게 다 맡겨버리면서...
여튼. 긴병엔 결코 효자가 없습니다.
요즘 저도 진지하게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거 같네요.
개인적인 일도 겹쳐서. 진짜 힘드네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거요.
글 내용에 많이 공감합니다.

WR
3
2016-07-11 09:32:47

어려운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때문인 머리로 이해해도 과정을 지나다 보면 돌보는 이에게 크나큰 상처를 입히는 질병이 치매 같습니다. 나쁜 거라면 맞서 싸워 퇴치해버리면 텐데, 그런 것도 아니다 보니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는 씁쓸함을 곱씹어 넘겨 올라 넘어오지 못하게 억누르고 있는 것밖에 수가 없는 경우가 많은 같습니다. 게다가 모친께서 치매 시라면 건강하셨을 적에 튀김 양념 님을튀김반양념반님을 많이 사랑하셨을 텐데 옆에 계신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싶으실 때가 많을 같단 생각이 듭니다. 혹시나 아직 모친께서 영민하신 모습으로 돌아가실 때가 있으시다면, 어머니가 얼마나 튀김 양념 님튀김반양념반님 사랑하시는지 마음 깊이 담아두실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니라고 한다면, 형제분들과 만나 과거를 회상하며 웃는 시간이라도 갖게 되시길 바랍니다. 무엇 하나 쉬운 길이 없지만, ?튀깅반양념반님은 이런 어려운 길을 걷고 계심에도 어머니를 돌볼 있는 따뜻한 마음과 강한 정신력이 있으시니 분명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튀김 양념 님께서튀김반양념반님께서 본인을 위한 시간을 갖고 본인이 행복하기 위한 투자를 꾸준히 나가시길 바랍니다. 모친께서 신체적 능력을 많이 회복하셨다는 보니 재활치료사를 동반한 재활기반의 치료가 꾸준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신체적 능력은 많이 돌아오실지언정 인지능력, 감정적 처리능력은 크게 호전되지 않으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친께서 현실적으로 어떤 삶을 누리고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길 생각해보시며 궁극적으로 튀김 양념 님이튀김반양념반님이 그린 삶의 앞날에 본인의 행복한 모습이 비중을 차지할 수는 선택들을 내러 나가시길 바랍니다.

구체적인 사안들을 알지 못해 자세한 조언과 응원보다 일반적인 말밖에 하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병엔 효자가 없다지만 이미 상황에서 지금까지 그러한 선택을 내려왔다는 것만으로도 효자이심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본인이 좋은 사람임은 의심하지 마세요. 그건 자명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행복할 권리도 있으십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삶의 작은 행복들을 누릴 있는 일들을 찾아보시고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때론 바꿀 없는 바꿀 없다고 인정하고 다른 곳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루종일 우울한 기분

삶에 대한 흥미 감소

체중감소나 증가

불면/과수면

정신운동 초조 또는 지체

피로감

무가치감 또는 자책

사고-주의집중력 감퇴

자살시도/자살계획 또는 반복적 자살사고

 

위의 증상 1, 2 증상을 포함 다섯 가지 이상의 증상을 경험하고 계신다면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약물치료만 받는 것은 상대적으로 재정적 부담이 크게 가지 않으실 터이니 약물 처방을 받아 치료를 받으시면서 생각과 행동 패턴에 크게 변화가 없다고 느껴지신다면 전문의의 추천을 받아 심리상담전문가와 1~2주에 번씩 상담을 받으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정도가 아니라면 튀김 양념 님이튀김반양념반님이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활동을 찾아내어 활동의 빈도를 일주일에 번씩 늘려나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와 동시에 육체적 활동량 (노동보다 기분 좋게 흘리는 시간) 비슷한 주기에 맞추어 올리시길 바랍니다. 육체와 몸은 연결되어 있고, 몸의 기능이 증진될수록 마음의 기능 또한 증진됩니다. 단지 너무 탐닉하거나 무리하지만 마십시오. 중용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어려운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아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016-07-12 01:24:04

어... 진료 진지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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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1 10:24:42

휴.... 인생사가 깝깝하네요..
저는 요즘 이직 준비하는 것도 잘 안되고 모아놨던 돈은 생활비 학원비로 쓰느라 당장 이번달 폰요금이 걱정이고 부모님께 손은 못벌리겠어서 예전에 일했던 곳으로 다음주부터 출근합니다.
당장 한달 생활비를 친구에게 빌려야하고 그런말을 해본적이 없어서 어쩌나 싶었는데 양념반님은 더 힘든일을 겪으셨네요.
긴병에 효자 없다는거 저희 할아버지 지병때문에ㅜ느꼈지만 장남이신 저희 아버지부터 두분의 작은아버지와 고모까지 잘 부양하시고 올 3월에 보내드렸습니다. 의좋게 돈분담해도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던게 보였는데 혼자서 많이 힘드시고 고생하셨겠네요.
앞으로는 좋은 일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1
2016-07-11 21:16:57

좋은 분이시네요

정말로 쉽지 않거든요. 앞으로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실지 모르지만 당당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바르게 행동하시면서 원하는 바를 이루시길

2016-07-11 21:14:44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는 가족이 치매를 걸리고 나서 제 수준과 한계를 명확히 이해했습니다. 어리다면 어린 초등학교 시절이지만 그때까지 받았던 사랑을 외면하는 제 모습에서 평생을 도망칠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픈 이들과 그 가족들이 힘겨워하는 게 남일 갖지 않더군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좋지 않은 일들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저때만 해도 이웃사촌이었고 선생님은 스승이었기에 주변 분들이나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나 다 알았기에 제 자신은 무덤덤해졌지만 무엇이 힘든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사람이 얼마나 냉정해질수 있는지 가족이나 부부나 자식이나 관계는 노력하지 않는 순간부터는 하릴없이 사라지고 마는 아지랑이 같네요


그런데 세상이 너무 어지러워요. 무엇이 중요한지 정신을 차리기 힘들만큼 혼탁하고, 왜 그렇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주는 이들이 많은지 가만히 놔두질 않으니 힘들어하시는 많은 분들 이해가 갑니다


결국 가끔 정신 있을때마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게 지금 할수 있는 일 같습니다. 우리 그러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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