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보다 생각난 마산아재 외삼촌 이야기

외삼촌이 되게 야구 광팬이세요.
경기장도 자주 가시고 중계도 꼭 챙겨보시고
아빠도 스포츠 광팬이시긴 한데,
외삼촌처럼 열심히 보시지는 않으세여.

축구는 울산이 성적이 안좋아서 잘안보시는데..
농구는 아빠 손잡고 보러가면
모비스가 맨날 이기고 우승해서 마니 봤써여.

암튼 엄마가 여상 실습나오셨다가
아빠 만나서 스무살에 결혼하신지라
어리신 나이에 언니랑 저 키우신다고
고생 마니 하셨대여.
그래서 외할머니랑 둘째이모, 막내외삼촌도
우리 마니 봐주셨대여.

큰집이야 경북이라 우리 못돌봐주셔도..
그때 아빠가 창원에서 중공업 하청다니실 때고
외할아버지 일때문에 외가가 창원사신 덕에
외갓집에서 우리 자매 마니 봐주셨대여.

아마 그때가 언니가 초딩, 저 5살인가?
그때의 일일거에여.
엄마가 우리 데리고 외갓집에 갔다가,
이모, 외할머니랑 밖에 나가셨대여.
근데 애는 봐야되니까,
외할머니가 외삼촌한테 우리 보라고 그러셨대여.

외삼촌이 그때 군대제대하고
알바로 막노동 하실 때였다는데..
친구분들이랑 야구보러 가야된다고
마산에서 롯데가 1년에 몇경기 안한다고
그거 꼭 봐야된다고 그러셨다가..
외할머니한테 잔소리듣고
집에서 우리 보고있게 되셨대여.

근데 외삼촌이 야구는 보러가시고 싶은데...
차마 어린 조카들 팽개치고 나갈 수는 없으니까 머리를 쓰신거에여.
그냥 언니랑 저 데리고 야구장에 가신거에여.
근데 거기서 사건 터진거에여..

야구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나는데..
외삼촌이랑 외삼촌 칭구들이
막 음식 집어던진 건 기억이 나여.
그날 마산에서 롯데 지는 바람에
팬들이 난동부린 날이었다고 들었어요.

확실히 기억나는 게
외삼촌이 제 신발 벗겨서 집어던지셨거든여..
외삼촌이 병까지 던지실 분은 못되니까
치킨,과자 이런 거 던지시다 성이 안차니깐..
그나마 만만한 게 우리 신발이었나봐여.

그렇게 야구장에서 나와서는
되게 밤늦게 집에 갔던 것 같은데..

우리 신발이 없으니까..
외삼촌이랑 외삼촌 칭구분들이
언니랑 저 업고 들고 메고 가다가..

중간에 맨발로 좀 걷기도 하고..
우리가 배고프다니까 짜장면도 먹고..
암튼 글케 되게 밤늦게 외갓집에 간거에여.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니깐,
외삼촌한테 연락할 방법도 없고..
엄마랑 외할머니랑은 애들 없어졌다고..
집에서 울고불고..

그러다 맨발에 거지꼴된 우리 자매 들어오니까
외가식구들 전부 난리가 난거에여.
그날 외삼촌..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한테 마니 맞으셨다고.
제가 야구 안보는 게..
그날 외삼촌이 제 신발 벗겨던진 충격때문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