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자동
Free-Talk

면접 - 나를 살린 한 마디

 
38
  3542
Updated at 2016-03-11 22:39:10

차가웠던 2008년의 겨울을 기억합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2008년에서 2009년으로 가는 겨울이었습니다. 동기들은 졸업전에 모두 취업이 됐습니다.


종로 3가에 있는 한 중소기업의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제가 면접에 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경제학과 출신이라면서 경제학에 관한 아주 기본적인 질문에 어이없는 답변을 했거든요.(환율관련 질문이었습니다) 감기 몸살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렇듯 교통비나 면접비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빈손으로.... 없는 살림에도 부모님이 고이 준비해주신 고가의 화려한  정장은 당시 초라한 제 자신을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종로 3가의 화려한 빌딩들과 정장을 입고 바삐 움직이는 샐러리맨들 사이에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제 자신이 더 비참하게 느껴졌습니다. 저 혼자만 가짜 같았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쓸쓸한 졸업식이었지만, 그래도 부모님께 학사모를 대신 씌어 드리면서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다짐을 하며 계속 도전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다행히 면접을 볼 기회가 몇 번 생기게 되었습니다.


"air bulter 씨는 나름 인생에서 큰 성공을 거둔 적도 있으신 것 같네요. 적어도 한 번은 성공해본 본인과 다르게 그 성공한 경험조차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서 겸손해졌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전부터 생각해왔던 제 생각에 대해 이야기 했었습니다.


"저는 성공한 사람들만이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비록 결과가 좋진 않았더라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단지 결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한 사람이라도 그들이 흘린 땀은 똑같이 소중하다고 여기고 싶습니다."


"그럼 사회생활 하시면서 본인이 어떤 일에 실패하게 되면 같은 이야기를 하실건가요?"


"아닙니다. 실패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질 것입니다. 하지만 실패했어도 적어도 제가 최선을 다했다면, 제 자신 스스로를 패배자에 쓸모없는 사람이라 깎아 내리면서 살고 싶지는 않을 뿐입니다."


어느 순간 실패에 대해서 초연해지다보니 굉장히 솔직히 대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솔직한 대답 탓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에 집착하고,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다보면 그 이면에 숨겨진 한 사람의 진실된 노력과 진정성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만, 누구에게나 소중한 인생이고 누구에게나 절실한 인생이기에...오늘도 땀흘리며 하루를 보내신 모든 분들의 소중한 일상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2
Comments
6
2016-03-11 22:29:14

요새 세상 살기 힘들다 힘들다 합니다만
그래도 낙담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네요...

WR
3
2016-03-11 22:32:04

어쩌면 그 때의 상황이 제 인생에선 가장 밑바닥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때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온게 큰 힘이 됩니다.앞으로 더 힘든 시기도 있겠지만, 잘 이겨내보려고 합니다.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