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지만 잊기 싫은 마음
2년 좀 안 되는 시간 동안 연애를 하다 헤어진지 3개월 됐습니다.
만나는 동안 결혼 얘기, 육아 얘기 등 많이 나누었었고, 서로의 미래의 삶에 서로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었고 그녀 역시 그렇다고 믿었었습니다.
저로서는 사소한 일이 원인이 되어 결국 헤어지게 되었는데, 제 생각에 헤어짐의 사유로 너무 사소한 일이었기에, 그리고 그녀와 헤어진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 했었기에 그녀를 붙잡아보려고 많이 애써보았지만 굳게 마음먹고 돌아선 그녀는 잡히지 않았었습니다.
그녀가 제 마지막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사귀는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하려고 했고, 실제로 거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적인 편이고 매우 솔직한 성격의 그녀였기에 화가 날 때는 저에게 상처 주는 말도 여러 번 했었고 그럴 때 마다 마치 심장에 활을 맞은 것 같은 아픔을 느꼈었는데, 그래도 꾹 참고 '얘가 나에게 상처 주려고 이런 말 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도 많이 힘들고 화가 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실수한 거다' 생각하며 그녀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려고 했습니다.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제가 나이에 비해 모아놓은 돈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안 상황이 좋지가 못 해 나름 남들만큼은 버는데도 돈을 별로 모으지 못 했습니다. '둘이 같이 벌고, 내가 더 열심히 해서 소득을 올리면 니가 생각하는 것 만큼 어렵지 않다 남들만큼 살 수 있다'는 저와 '남들과 시작점이 다른데 어떻게 안 힘드냐'고 답답해 하는 그녀였기에 갈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저한테 링크를 카톡으로 보내주면서 이 글이랑 댓글들 보고 자기를 좀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링크를 클릭해보니 어떤 여자의 고민 글이었습니다. 내용인즉, 저와 비슷한 남자(벌이는 왠만큼 되지만 집안 사정으로 모아둔 돈이 별로 없는)와의 결혼을 고민하는 여자가 올린 글과 그에 대한 댓글들 이었습니다. 댓글들은 거의 대부분 그런 남자와 결혼하지 마라 그 나이 되도록 돈 못 모은 거 보면 싹수가 노랗다는 내용이었고 심지어 어떤 댓글들은 원색적으로 남자를 무시하고 조롱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남자의 벌이나 모아둔 돈, 나이 등이 저랑 매우 비슷했고, 그래서 그 댓글들이 마치 저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고 그런 글을 연인에게 보내는 그녀의 무심함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 저를 다독이고 그녀에게 좋은 말로 '니가 많이 힘든건 알겠지만, 이런걸 나에게 보여주는건 좀 아닌것 같다. 좋은 말로 따뜻하게 나에게 말해주면 좋겠다. 나는 이 글로 인해 많이 상처받았다'고 얘기했었습니다. 그녀는 '본의 아니게 상처준 건 미안하다. 댓글이 100개가 넘는데 그 중에 원색적인 글 10여개 정도 있는 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냥 알았다고 하고 넘어갔습니다. 이런 비슷한 상처받는 일이 몇 번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저를 추스리고 그녀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지금 이 힘든 시기를 지나면 언젠가는 그녀가 변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잘 견뎌내고 같이 좋은 날을 맞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헤어지고 두 달이 지났을 때, 그녀를 만났습니다. 혹시나 그 간 생각이 변했을까 싶어 다시 한 번 잡아보려고 한건데 여전히 잡히지 않았습니다. 저를 많이 사랑했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그냥 제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얘기하더군요. 그렇게 다시 한 번 그녀를 보내고 다시 또 한 달이 흘렀습니다. 그녀를 잊어야 하는데 잊고 싶은데, 또 잊기 싫기도 합니다. 그녀를 잊으려면 그녀와의 안 좋았던 기억, 상처받았던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걱정이 많고 겁이 많던 그녀를 더 보듬었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고개를 듭니다. 좋은 사람이었고 고마운 사람이었지만 어쨌든 이제는 떠난 사람이고 잊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자연스러워 지고 싶은데, 좋은 사람, 고마운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면 떠나지 않게 내가 더 잘했어야 했나 싶은 자책감이 자꾸 드네요. 그렇다고 그녀를 제 마음속에서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은데, 그녀를 마음속에서 떠나 보내려면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건지...지나가다가 가끔 보게 될 때면 뭔가 더 얘기하고 싶고 손을 잡고 싶은데 이제는 얘기 할 수도 손 잡을 수도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한 달이면 괜찮겠지, 두 달이면 괜찮겠지 어느덧 세 달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하루의 많은 부분을 그녀 생각을 하면서 보내고 있는 저를 보면 이런 제 모습이 처음이기에 당황스럽고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냥 들은 얘기로는 최선을 다한 사람은 헤어져도 후회가 없다고 하는데 전 왜 자꾸만 더 잘 할 걸 하는 생각이 드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려고 애썼고,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제 노력이 부족했던건지 그냥 미련인건지... 좀 더 지나면 정말 괜찮아지겠죠...이제 정말 보내야 하는데 아직은 제 마음이 준비가 안 되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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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네요...
하루 빨리 마음이 회복 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