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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권위의 사회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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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5-11-29 20:50:03

part 2. 잘못된 권위의 발현


1) 학교 폭력이 언젠가부터 지속적으로 사회 문제화 되어왔습니다. 보통 학교 폭력의 가장 큰 원인은 가정 환경입니다. 폭력을 행사하고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학생들의 경우 가정 환경에서 비롯된 폭력성향이 가장 큰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학교 폭력의 문제를 단지 문제 학생과 그 가정만의 문제로만 바라보기에는 우리 사회 전반에 잘못된 권위에 의한 지배가 곳곳이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인 문제는 다음 편에서 살펴보고 오늘은 학교 폭력 자체에 대해서만 살펴보겠습니다.


2) 1편에서 말씀드렸드이, 아이의 의지와 욕구를 교화시키는 부모의 방식과 태도가 아이의 인격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줍니다. 특히나 이 과정에서 얼마나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끈질긴 인내심을 부모가 보여주는 가가 핵심인데, 문제는 이러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육아 교육 전문 상담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밥상머리 교육을 시킬 때 아이들의 밥상 투정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부모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바로 '인내심'입니다. 아이가 떼를 쓰고 울고 불고 난리를 쳐도 이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그 과정을 묵묵히 지켜봐야 한다고 하죠. 단기적인 효과만을 고려했을 때 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보입니다. 아이의 식습관을 교정하기위해 때로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가까이 아이의 투정과 온갖 몸부림을 지켜만 봐야 하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 한 시간의 투자는 미래의 1만 시간과 맞바꿀 수도 없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훈육하는 방식의 핵심은 '아이들의 의사와 욕구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억압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자신의 욕구와 의지를 온몸으로 발현함에도 그것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야 이성의 영역에서 조금씩 판단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비록 자신의 욕구가 좌절 되었더라도 그것이 아이들 마음 속에 생채기나 상처를 남지는 않게 됩니다. 아이가 떼를 쓰고 투정을 부리는 동안 부모는 조용하게 그 아이의 의사를 '들어준 것'이 되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아이들의 습관을 체벌과 폭력, 혹은 짜증과 욕설로 단번에 교화시키려 한다면, 아이들의 마음속에 생채기가 남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욕구가 억압된 원인을 '힘'의 논리로 돌리게 되는데, 자신보다 강한 부모의 힘에 어쩔 수 없이 좌절된 것이라 판단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억압된 욕구가 반복되고 늘어날 수록 아이의 성향도 폭력적인 방식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밥상머리에서 잘못된 방식을 계속 수용해주어서도 안됩니다. 계속 수용해 주다가는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아이들의 욕구가 커지고 그 때는 아무리 침착한 부모라도 폭력적인 방식을 사용할 위험성이 있으니까요)


3) 보통 폭력 성향을 가진 학생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것에 있는데, 그 핵심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논리와 비슷합니다. 자신의 욕구와 의지가 항상 부모의 폭력적인 수단에 의해 억압되어 왔기 때문에, 자기가 누구보다 강하고 힘이 쎄다면 당연히 그 사람을 자신의 의지데로 폭력적인 수단에 의해 조종할 수 있다는 잠재의식이 강하게 베어있는 것입니다.


굳이 폭력을 수단으로 동원하지 않아도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선배니까 당연히 내가 옳아. 후배는 내 말을 들어야 해.'

'후배라면, 당연히 날 보고 인사해야해.'

'내가 성적이 더 좋으니까, 당연히 내가 더 옳아.'

'우리집이 더 잘 사니까, 내가 저 친구보다는 우월한 존재야.'

'우리 xx 오빠를 욕하는 xx들은 모두 다 쓰레기야.'


아이가 부모에게 제압당한 여러가지 비합리적 방식에 의해 아이들의 비정상적인 권위의식도 다양한 방향으로 이미 생성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유난히 학교 폭력이 이슈화 되는 것은 '폭력'이라는 가장 극단의 방법을 사용한다는 데에 있겠죠.


4) 우리는 살면서 많은 갈등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대처해 왔냐는 쉽게 바뀌지 않는 본성과도 같습니다. 특히나 그 시작점이 부모와의 관계죠. 부모에게서 아이의 의사와 욕구가 무시되었거나, 부모가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면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타인과의 갈등상황에서 비슷하게 행동하게 됩니다. 부모가 자신이 무조건 옳고 자신의 좋아하는 사람이 무조건 옳다는 방식으로 갈등상황을 대처해왔다면 그 영향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수가 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학교 폭력에 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과연 그것이 아이들만의 문제인가하는 의문을 늘 가져왔고, 비록 형태가 폭력적이지 않을 뿐이지 다른 산재한 문제들은 없는 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폭력이라는 것이 단지 잘못된 권위의 가장 극단적인 최악이 모습일 뿐, 잘못된 권위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제반문제가 과연 가정만의 문제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일부 잘못된 교사들의 문제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잘못된 권위와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는 우리사회구조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이 부분은 다음이나 다다음 편에 말씀드리겠습니다)


5) 학교 폭력으로 남에게 큰 잘못을 끼친 학생들이 막상 큰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를 보셨을 겁니다. 모두가 분개하고, 그 학생들을 비난하지만 냉정하게 그 학생들의 가정사를 살펴보면 그러한 태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좀 더 근원적인 부분을 살피고, 그 아이들이 다시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게 끔 대화로 그 아이들을 교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갈등상황에서 대화를 통해 누군가에게 이해받은 경험이 드물기 때문이죠.


때론 학교폭력의 원인이 가정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유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에서 자라온 아이들이 저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조건 자기자식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부 그릇된 부모들이 있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라면 3대에 걸쳐서 욕을 먹어도 상관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할 정도입니다.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당한 아이들에게는 평생 상처가 됩니다. 특히나 사춘기에 그러한 피해를 당할 경우 전반적인 인격형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 단지 폭력을 막는 것만이 전부는 압니다.  외관상으로 드러나는 상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권위와 힘에 의해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없는 지 전반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학교폭력이라는 것도, 결국 청소년 내집단에서 형성된 잘못된 권위로부터 발생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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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5-11-29 20:49:48

첫 댓글의 영광을 안습니다. 정독하고, 추천하고 갑니다.

WR
2015-11-29 20:50:52

감사합니다. 내년 야구시즌을 기다리며 겨우내 화이팅 함께 해보시죠.

2
2015-11-29 21:45:06
많은 부분에서 동감을 느낍니다. 

특히 폭력이라는게 단순히 직접적으로 때리는 것만이 아닌, 권위나 강압을 통해 개인의 의사를 꺾고 억압시키는 것도 해당되는 것이죠. 이런 부분이 잘 설명된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정에서 부모 혹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자신의 권위 혹은 가르침이라는 명목아래 아이에게 적절한 설명이나 동감 없이 강압적 태도, 윽박지르기, 권위세우기 등을 행하는 것도 충분히 폭력적인 행동이고, 이는 아이에게 무의식적으로 폭력적 태도를 주입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맞고 자란 아이가 가장 먼저 배우는 건 자기 잘못에 대한 뉘우침이 아니라 갈등 상황을 폭력, 억압으로 해결하는 태도죠.

또래 집단에서 나타나는 서열화, 따돌림 문제도 결국은 이러한 폭력적 태도의 연장선..... 가장 강하거나 리더쉽을 지닌 아이를 필두로 나머지 아이들의 서열을 정하고 거기서 가장 약하거나 애매한 아이를 따돌리고 괴롭히는거...... 이게 완전히 우리 사회나 가정에서의 서열, 권위주의 문화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아나 소위 불리(BULLY) 라고 불리우는 학생들이 서구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집단 따돌림, 왕따 현상이 유독 한국, 일본 같은 나라에서 심하게 발생하는지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혹시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서열화, 권위주의의 문제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강한놈은 무슨짓을 해도 정당화되고 약한 사람은 어떤 피해를 당해도 그저 약한 놈이 못난거라는 의식.......) 
WR
2015-11-29 21:51:33

정말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전반적으로 제 생각과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지막에 왜 우리사회에만 유독 이런 문화가 만연되어 있는가는 차후 편에서 논의해볼 생각입니다. 제 생각이 답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제 나름대로의 답을 얻고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다음 글에도 좋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무언가 잘못된 부분이 있을 때는 가감없는 지적도 부탁드리겠습니다.

1
2015-11-29 23:57:22

좋은 굴 추천드립니다. 많은 사람이 읽어 봤으면 좋겠군요.
질문이 하나 있는데 밥 먹으라고 할 때, 계속 일어나서 돌아다니며 밥 먹기를 거부하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WR
1
Updated at 2015-11-30 10:16:33

감사합니다. 저도 육아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말씀드리자면

아이가 밥을 먹기를 거부하고 돌아다닐 때는 조용히 말로 아이에게 밥을 먹어야한다고 2,3번 정도는 말로 타일러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아이가 이를 거부하고 더 돌아다니고 난동을 피우는데, 이 시간 동안 부모는 조용히 밥상에 앉아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20분 30분이 넘더라도요. 아이의 행동에 부모가 당황하거나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그냥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그 자리에서 아이를 기다려줘야 합니다. 아이의 잘못된 욕구와 의사를 스스로 접게끔 만들어주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 번 했음에도 분명 다음번에 아이가 또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는데, 계속되는 반복 속에서도 부모가 꾸준히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렵고 길게 느껴지지만 이러한 부모의 훈육방식이 계속되다보면 아이의 인내심도 늘고 나중에는 훈육이 더 수월해진다고 합니다. 즉 초기에 어떤 방식으로 훈육하고 길들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실 이론적으로 완벽한 훈육이라는 것은 없고 그렇게 실천하기에는 더 어렵다고 합니다. 다만 부모가 얼마나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인격적으로 훈육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느냐가 핵심이겠죠. 이 부분은 굳이 밥상머리 뿐만아니라 다른 부분에까지 적용이 된다고 합니다.

1
2015-12-01 23:56:47
아가 이러한 제반문제가 과연 가정만의 문제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일부 잘못된 교사들의 문제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잘못된 권위와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는 우리사회구조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이 부분은 다음이나 다다음 편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 그 교사도 한 가정의 자식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기본적으로 가정만의 문제로 바라봐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그냥 부모가 올바르게 교육(그냥 가르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옳다고 생각되는 행동들을 보여주기 같은 것들이요)한다면 되지 앓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학교폭력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그 성향을 계속 되물림해서 그런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해요
위에 쓰신 것처럼
5) 학교 폭력으로 남에게 큰 잘못을 끼친 학생들이 막상 큰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를 보셨을 겁니다. 모두가 분개하고, 그 학생들을 비난하지만 냉정하게 그 학생들의 가정사를 살펴보면 그러한 태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좀 더 근원적인 부분을 살피고, 그 아이들이 다시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게 끔 대화로 그 아이들을 교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갈등상황에서 대화를 통해 누군가에게 이해받은 경험이 드물기 때문이죠.
이런 사람들을 교화하는 게 너무나도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물론 바뀔 가능성이야 충분히 있겠죠) 그들이 어떤 권위가 있는 사람의 말을 잘 들을까?
라고 생각해서 저는 가장 뿌리가 되는 건 그래도 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순환농증의 오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어본 것도 아니고 그냥 얼마 안 살았지만 제 경험을 토대로 생각한 걸 썼어요



WR
2015-12-02 00:01:26

안 그래도 말씀해주신 사항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한편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요..

이게 되게 힘든 문제입니다. 관념론과 유물론의 대립은 지금까지도 답이 안나오죠. 그거와 비슷합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로 봅니다.


사회 구조가 개개인의 삶 나아가 그들의 가정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는 선행요소인지


개개인의 삶 혹은 가정에서의 삶이 사회구조와 권력관계를 형성하는 선행요소인지..


복잡합니다. 제가 답을 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분명한 것은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서로 영향을 준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네요.


대표적으로 맑스의 경우에는 사회구조가 선행한다고 보는 유물론자죠. 정신보다 물질(사회구조)가 우선이라는 것이죠. 맑스의 이론에 따르면 군국주의적 문화, 군주 절대주의, 유교문화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가정의 삶과 육아에도 영향을 끼치는 선행요소겠죠.


그래서 죄송합지만 이 부분은 제가 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습니다.

1
2015-12-02 00:09:07

그러면 유물론, 관념론 둘 다 전제가 잘못됐다고 말 할 수도 있을까요?

둘이 상호작용을 하는데 어느 쪽이 더 우세?하다고 보니까요
WR
2015-12-02 00:11:11

아니죠. 깊게 들어가면 둘다 나름대로의 심오한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물며 저같은 사람이 어느쪽이 옳다고 할까요? 저는 그냥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뿐입니다. 저를 준거로 삼지 마시고 철학사 책을 접해보시길 추천합니다.

1
2015-12-02 00:12:0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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